<애프터 유>는 세월호 참사로 자녀를 잃은 엄마들이 연극 속에서 수학여행 장기자랑을 연습하는 고등학생을 연기하며 자녀들의 꿈을 복원하고 애도하는 과정을 담아냈다. 이소현 감독(<할머니의 먼 집>)과 이보람 프로듀서는 지난해 제22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사전제작지원 프로그램 피치&캐치에서 <장기자랑>이라는 제목으로 옥랑문화상을 수상한 바 있다.
-생애 처음 연극 무대에 선 어머니들 곁에 오랜 시간 머물렀다. 첫 만남은 어떻게 이루어졌나.
이소현 아르바이트를 하다 극단 어머니 중 한분을 만났고, 공연 홍보영상을 찍어드리기로 했다. 걱정과 달리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어머니들이 모두 행복해 보여 처음엔 큰 충격을 받았다. 이후 어머니들 곁을 떠나기 싫다는 생각에 계속 머물렀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당시 공개된 짧은 클립에서 어머니들이 카메라 앞에서 진짜 감정을 꺼내 보여줘서 놀랐다.
이소현 유가족들을 도청한다든가 폭력적으로 카메라를 들이미는 사람들을 경험한 상태여서 촬영을 허가해준 이후에도 마음을 쉽게 열지는 않으셨다. 촬영 시작하고 얼마 지났을 때 자리를 따로 만들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머니들 앞에서 조심스레 피칭했다. (웃음) 어떻게 살아왔고, 지난 작품은 무엇이고, 왜 이 연극을 촬영하고 싶은지 등등…. 그 무렵부터 어머니들이 “미안! 내가 오해했네!” 하시며 나를 받아주셨다. 2019년에만 50회 가까이 공연했는데 그중 절반 정도는 지방 어디든 꼭 따라다녔고 그렇게 라포가 형성됐다.
-다큐멘터리의 최초 제목이었던 <장기자랑>은 연극 제목이기도 하다.
이소현 집안 형편이 어려워 수학여행비를 내기 어려운 친구를 위해 아이들이 안산 반월공단에 가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이 이야기를 보는 우리는 차라리 아이들이 수학여행을 가지 말았으면 하고 바라게 되지 않나. 그런데 연극은 모든 아이들이 제주도에 무사히 도착해서 열심히 연습한 장기자랑까지 마치는 결말을 보여준다. 우리가 보고 싶었으나 보지 못했던 것을 연극으로 실현한다는 점에서 정말 아름다운 작품이다.
-어머니들이 학생을 연기하기에 마치 망자와 하나 되는 제의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소현 학생들이 각자의 장래희망을 발표하는 장면이 있다. 한 사람씩 나와 자기 꿈을 이야기하는 거다. 어머니들 각자 실제 자녀들의 꿈을 이야기하셨다. 연극의 주연을 맡은 예진이 어머님은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었던 예진이의 꿈을 대신 이루고 계신 것이기도 했다. 참사 이후 심적 고통으로 체중이 많이 늘어난 상황이었는데, 아이들 교복을 입겠다는 마음으로 체중 감량까지 하셨다.
이보람 이 공연은 어머니들이 망자와 만나는 통로였다. <장기자랑>을 보면서 연극의 본질, 그리고 당사자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다. 게다가 어머니들 입장에서는 끊임없이 연습과 공연에 참가해야만 하는 일종의 강제성에 의지해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기도 했다. 이렇게나 아름답고 평화롭게 일어나는 투쟁과 연대가 있다는 것에 많은 감동을 받았다.
-앞두고 있는 추가 촬영은 어떤 내용인가.
이소현 곧 다가오는 11월에 어머님들이 단원고등학교에서 공연을 올린다. 그동안 수십 차례 지방공연을 포함해 이곳저곳을 다녔지만 단원고 공연은 처음이다. 그 모습을 꼭 담고 싶다. 무대와 객석이 같은 교복을 입고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