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촬영을 일삼는 BJ의 실시간 방송(<에케호모, 이 사람을 보라>)과 데이팅 앱 사용자의 파트너 탐색(<조안>)이 초반 20분을 장악한다. 미스터리 스릴러 단편영화 5편을 모은 <숏버스 기묘행>의 출발을 알리는 두편의 단편은 <블랙 미러> 시리즈를 연상시킨다. 기술과 매체의 딜레마를 꼬집는 두 작품은 오묘한 긴장감 끝에 텁텁한 여운을 남긴다. 시선의 문제를 조명하는 카메라의 움직임에도 주목할 만하다. 김지산 감독과 유정수 감독의 감각적인 연출이 빛나는 <조안>은 제17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에서 씨네큐브상을 수상했다.
이어지는 <분실물>과 <포세일>의 남자주인공들은 도시괴담 같은 일을 겪는다. <분실물>의 재우(이형석)는 새해를 앞두고 실종된 딸로 인해 동분서주하다 시간 여행을 한다. <포세일>의 홍석(김송일)은 빚쟁이들에게 쫓기다 500원짜리 동전만 거슬러주는 이상한 자판기를 발견한다. 작지만 분명한 세계관 안에서 클라이맥스를 만들어내는 단거리 경주 능력이 돋보이는 작품들이다. 마지막 작품 <세이브 미>는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배경은 투병 중인 노인들이 사는 요양원. 그곳에서 환자를 돌보는 장수(김인수)의 몸에는 문신처럼 낙서가 새겨진다. 그의 몸에 새겨진 문구들은 한밤중 낯선 목소리가 된다. 그들이 전하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보면 공포는 잊고 영화의 선택을 기다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