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바꾼 채 드라마 작가로 복귀한 성추행 가해자 조현훈 감독이 입을 열었다. <씨네21>이 드라마 <홈타운>의 각본을 쓴 주진 작가가 조현훈 감독이라는 사실을 보도(‘’꿈의 제인’ 조현훈 감독, 미투논란 후 3년 만에 이름 바꾸고 드라마 ‘홈타운’ 작가로 복귀’)한지 하루만인 9월28일, 그가 입장을 밝혔다. 입장문에 따르면 “주진이라는 필명의 작가는 제가 맞으며, 2013년 해서는 안 될 잘못을 영화계 동료에게 한 것 또한 제가 맞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조현훈 감독의 입장문을 본 네티즌들은 석연치 않다는 반응이다. 가명을 쓰고, 포털 사이트에서 과거의 필모그래피를 지워 드라마 <홈타운>으로 갓 데뷔하는 신인 작가처럼 보이게 한 것은 조현훈 감독이 입장문을 통해 밝힌 "당시에도 지금도 그 일을 부정하거나 숨기려고 하는 의도는 없었다"는 말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든다는 이유에서다. 조 감독은 “제 과오로 인해 고통받은 분과 영화계 동료들, 지금 방영 중인 작품의 시청자 및 관계자 분들께도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 전한다”고 사과했지만, 네티즌들은 “일체 활동 중단과 자숙을 약속한 가해자는 이름을 바꾼 채 버젓이 활동하고, 피해자는 가해자를 피해 살아야 하는” 상황을 지적하며 “사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에 그의 입장문은 변명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그러면서 “일반 회사도 성폭력 논란 딱지를 붙은 지원자를 고용하길 꺼리는데 그런 논란을 알고도 고용한 제작사도 책임을 피해갈 수 없다”는 제작사에 대한 책임을 묻는 반응도 나왔다.
결국 <홈타운>을 공동 제작한 스튜디오 드래곤은 “내부 회의 끝에 9월29일 방영된 3화분부터 크레딧에서 작가 이름을 빼기로 결정”했다. “작품을 계약하고 편성을 확정지은 뒤 촬영이 시작하기 직전에 주진 작가가 조현훈 감독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지만, 촬영 전에 알았다면 정말 돌이킬 수 있는 방법이 없었는지, 그리고 작가 크레딧을 삭제하는 게 이번 논란을 피해갈 수 있는 근원적인 해결책인지는 의문점으로 남았다. 또 스튜디오 드래곤과 함께 드라마를 공동 제작하고, 주진 작가를 고용한 또 다른 제작사인 씨제스 엔터테인먼트가 이번 논란에 대해 침묵하는 이유도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