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전세계 83개국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할만큼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 구슬치기, 줄다리기 등 한국 옛날 게임이 다시 소환되는 것은 물론이고, 이정재, 박해수 등 주연 배우뿐만 아니라 조연 배우에 대한 관심도 더 높아졌다. 그래서 <오징어 게임>에 참여한 조연 배우 다섯 명을 소개한다.
오일남(참가번호 001번)
이름 : 오영수
나이 : 1944년생
출연작 : 드라마 <무신> <선덕여왕> <돌아온 일지매>, 연극 <3월의 눈> <천덕구씨가 사는 법> <불역쾌재> <두 영웅> <그 여자 사람잡네> <문제적 인간 연산> 등
‘오징어 게임’ 최고령 참가자. 오랜 산 세월 만큼이나 경험도 지혜도 많다. 6화 ‘깐부’에서 이정재와 깐부(동네에서 구슬과 딱지를 같이 쓰는 친구)를 맺어 “네 거 내 거 없이” 구슬치기했던 오영수는 연기 공력만 무려 50년이 넘는다. 동국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해 1963년 극단 광장의 단원으로 연극 생활을 시작했고, 연극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의 스탠리 역으로 처음 주연을 맡았다. 이후 극단 광장, 극단 자유, 국립극단 등 여러 극단에서 <파우스트> <문제적 인간 연산> <그 여자 사람잡네> 등 여러 연극 무대에 올랐다.
스크린에는 영화 <갯마을>(1965)을 시작으로 <퇴마록>(감독 박광춘, 1998) <동승>(감독 주경중, 2002)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감독 김기덕, 2003) 등에 출연했다. 무대를 주로 오르다가 몇십년만에 스크린에 얼굴을 내비친 영화 <동승> 개봉 당시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오영수는 “나도 시대가 요구하는 역할을 많이 해봤지만, 지나가고 보니까 그런 것보다는 할아버지하고 손자하고 얘기하는 것이 더 좋게 느껴져. 요새 영화에는 사건은 많지만, 인생은 없는 것 같아”라며 “자연스럽게 연기한다고 리얼리티가 아니에요. 거기에 미적인 것이 들어가야지. 실제적인 게 리얼리티라고 생각하는데 그건 틀렸어요”라고 말했다. 냉혹한 오징어 게임에서 오일남이 보여준 따뜻한 면모는 그의 오랜 연기 신념의 결과일 것이다.
강새벽(참가번호 067번)
이름 : 정호연
나이 : 1994년생
출연작 : <오징어 게임>
“아버지는 강을 건너다 총에 맞아 강물에 떠내려갔고, 어머니는 중국에서 공안들한테 잡혀서 다시 북으로 끌려갔고, 동생은 보육원에 있다.” 6화 ‘깐부’에서 구슬치기 상대였던 지영(이유미)의 표현을 빌리면 정호연이 연기한 새터민 강새벽은 “사연이 딥하”다. 2013년 <도전 슈퍼모델 코리아 4>에서 3위를 차지하면서 모델 경력을 시작해 11년째 모델로 활동하던 정호연이 새벽을 만난 건 운명이다. 뉴욕 패션 위크를 앞두고 뉴욕에 있었을 때 소속사로부터 <오징어 게임> 오디션 대본을 받았던 그는 뉴욕 패션 위크를 포기하고 오디션을 보러 귀국했다. “패션 위크를 포기한 게 아쉽지 않냐고들 하는데 내겐 별로 큰 고민이 아니었다. 그만큼 연기에 욕심이 있었다.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한계를 시험해보고 싶었다.” 그의 도전은 <오징어 게임> 인기의 가장 큰 수혜자가 됐다. 10월 5일 현재 그의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가 1천330만명을 돌파해 기존의 1위였던 이성경(1천290만명)을 제치고 한국 여배우 1위에 올랐다. 더 자세한 그의 도전기는 10월 2일 발행된 <씨네21> 1325호 후아유에서 정호연과의 인터뷰가 실려있으니 참조할 것.
장덕수(참가번호 101번)
이름 : 허성태
나이 : 1977년생
출연작 : <히트맨> <블랙머니> <신의 한수 : 귀수편> <말모이> <창궐> <꾼> <부라더> <범죄도시> <남한산성> <밀정> 등
오징어 게임에 참가한 사연도, 게임에서 보여주는 태도도 졸렬하다. 장덕수는 조직의 돈을 필리핀 도박장에서 날려먹고 부하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어 오징어 게임에 참여한 건달이다. 장덕수를 연기한 허성태는 배우가 되기 전 이력이 독특하다. 거칠어 보이는 외모와 달리 그는 학창시절 전교 1등을 할 만큼 모범생이었다. 부산대 노어오문학과를 졸업해 전자기기를 제작하는 대기업 해외 마케팅 부서에 취직했고, 전공을 살려 러시아에서 TV 영업을 맡아 판매왕이 되었다. 이후 거제도에 있는 구내 최대 규모의 조선소에 관리직으로 이직해 연봉 7천만원을 받으며 샐러리맨으로 성공했다. 하지만 35살이라는 뒤늦은 나이에 배우가 되기 위해 SBS 배우 오디션 프로그램 <기적의 오디션>에 지원한 뒤 진로를 연기로 바꿨다.
<광해, 왕이 된 남자> <하이힐> <해무> 등 여러 영화에서 단역을 전전하던 그가 배우로서 이름을 알린 작품은 김지운 감독의 영화 <밀정>에서 일본군 밀수 하일수를 맡으면서다. 송강호로부터 따귀를 세게 맞는 장면으로 많은 관객의 눈도장을 받았다. 이후 <남한산성>에서 조선을 위협하는 청나라 장수 용골대를 연기해 매서운 카리스마를 보여주었고, <범죄도시>에서 독사파의 두목 독사를 연기해 역시 악역인 장첸(윤계상)과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OCN 드라마 <터널>에서는 살인마를, 영화 <꾼>에서는 사기꾼을, <말모이>에선 조선어학회를 괴롭히는 일본인을, 영화 <신의 한수 : 귀수편>에서는 이길 때까지 판돈을 올리며 바둑을 집요하게 두는 악당 ‘부산 잡초’ 등 여러 악역을 두루 맡았다.
압둘 알리(참가 번호 199번)
이름 : 아누팜 트리파티
나이 : 1988년생
출연작 : <승리호> <걸캅스> <침묵> <럭키> <아수라> <국제시장>
낯선 이국 땅에서 열심히 일한 대가는 잘려나간 손가락 두개와 임금 체불. 그럼에서 알리는 오징어 게임에 온기를 불어넣는 성실하고 선한 참가자다. 이 시리즈에서 알리는 파키스탄에서 온 이주 노동자지만, 그를 연기한 아누팜 트리파티는 실제로 인도 뉴델리 출신이다. 2006년 연기와 노래를 배우면서 배우라는 꿈을 꿨던 그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에 진학하면서 한국에 오게 됐다. 그가 한국에서 연기한 캐릭터 상당수가 이주 노동자다. 배우 데뷔작인 <국제시장>에서 스리랑카 노동자를, <아수라>에서 인도 노동자를, <침묵>에서 태국공장 소장을, <걸캅스>에서 아랍 출신 무리 중 하나를 연기했다. 조성희 감독의 영화 <승리호>에선 설리반의 비서를 맡았다. 현재 그는 연극원에서 석사 과정을 밟고 있고, 논문만 남았다고 한다.
한미녀(참가번호 212번)
이름 : 김주령
나이 : 1976년생
출연작 : 영화 <특별시민> <행복의 나라> <명당> <다시, 봄> <양자물리학>, 드라마 <시네마틱드라마 SF8 - 우주인 조안> <바람과 구름과 비> <화양현화 - 삶이 꽃이 되는 순간> 등
“나 한미녀야. 내가 못하는 거 빼곤 다 잘하거든.” 김주령이 연기한 한미녀는 한 자신감하는 여자다. 생존할 수만 있다면 읍소도, 협박도 불사한다. 그에게 피아 구분도 자존심도 다 필요없다. 배우 생활 20여년 만에 전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김주령은 동국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해 여러 영화, 드라마를 오가며 활동하고 있다. 황동혁 감독과 처음 인연을 맺은 영화 <도가니>(2011)에서 그는 교장의 수양딸이자 교장의 내연 관계인 악역 윤자애 역할을 연기한 강한 인상을 남겼었다. 이후 영화 <나의 PS 파트너>(2012)에서 주인공 김아중의 동창을 맡아 지성에게 뺨을 때리며 “당신 못 생겼어, 정확히 이 부분이 바다거북이 닮았어!”라고 돌직구를 날렸다. 드라마 <미스터선샤인>(2018)에서 고종황제의 후궁인 엄비를 연기해 온화한 성품을 보여주었으며, 드라마 <SKY 캐슬>(2018)에서 하버드생이라고 거짓말을 한 박유나의 정체를 폭로한 미국 이모를 맡아 강한 인상을 남겼다. 김주령은 차기작으로 JTBC 드라마 <공작도시>에 출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