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부산국제영화제]
BIFF #3호 [뉴스] “20년 전 후보에서 심사위원으로”, <고양이를 부탁해> 정재은 감독
2021-10-08
글 : 송경원
사진 : 박종덕 (객원기자)

캐나다에서 화상으로 연결 중인 디파 메타 감독과 허문영 집행위원장, 크리스티나 노르트 베를린국제영화제 포럼 위원장, 장준환 감독, 정재은 감독(왼쪽부터)
부산국제영화제를 지지하는 두 개의 바퀴는 영화의 발굴, 그리고 소개다. 뉴 커런츠 부문은 아시아의 재능 있는 신인 감독을 발굴하고 널리 알리는 것을 목표로 하는 부산영화제의 대표적인 경쟁 부문이다.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뉴 커런츠 심사위원 기자회견이 10월7일 오후 12시 KNN 시어터에서 열렸다. 허문영 집행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기자회견에는 크리스티나 노르트 베를린국제영화제 포럼 위원장, 장준환 감독, 정재은 감독이 직접 참석했고, 심사위원장인 디파 메타 감독은 캐나다에서 화상으로 참여했다. 11편의 영화가 경쟁하는 올해 뉴 커런츠 부문에서는 2편의 한국영화를 비롯하여 일본, 중국, 인도, 이란, 카자흐스탄,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다양한 아시아 신인 감독의 영화를 만날 수 있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디파 메타 감독은 캐나다에서 활동 중인 인도계 감독으로 첫 장편 <샘 앤드 미>(1991)가 칸영화제 황금카메라상에 특별 언급된 바 있으며, 최신작 <퍼니 보이>(2020)는 2021 캐나다스크린어워드에서 최고 각색상과 감독상을 수상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크리스티나 노르트 베를린국제영화제 포럼 위원장, 장준환 감독, 정재은 감독
“예술은 현실의 거울이 아니다. 현실의 조각이다. 이제부터 심사위원들이 마주하게 될 현실의 조각들을 통해 우리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순간에 함께 참여할 수 있어서, 그것도 제일 앞자리에서 그 순간을 누릴 수 있어서 기쁘다.” 디파 메타 심사위원장은 극작가 브레히트의 말을 인용하며 문을 열었다. 심사위원들은 “새로운 영화는 생각의 계기를 제공하고, 생각의 변화가 성장의 씨앗이 된다”는 디파 메타 심사위원장의 표현에 모두 공감하며 각자의 소감과 각오를 밝혔다. 장준환 감독은 “팬데믹으로 인해 침체 되어 있는 영화의 바다지만 여전히 우리를 흥분시킬 새로운 물결을 만나길 기대하며 이 자리에 참석했다. <지구를 지켜라> 이후 기괴하고 괴랄한 것이 나의 취향이라 생각해왔는데 그조차 편견이었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들이 얼마나 다양한 생각을 하는지 끊임없이 깨닫는다. 다양한 가능성을 만나고 싶다”며 기대를 드러냈다. 심사기준을 묻자 크리스티나 노르트 베를린영화제 포럼 위원장은 “우리는 편견과 선입견 없이 영화를 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영화는 안전지대를 벗어나 자신의 지평을 넓힐 수단이다. 아시아 영화의 상상력에서 출발한 예술적인 의미, 미학적인 도전을 기대하고 있다”고 의견을 보탰다. 정재은 감독은 “20년 전 <고양이를 부탁해>를 들고 뉴 커런츠 부문 후보로 방문했다. 이번에 이렇게 심사를 하게 되어 감회가 남다르다”며 특별한 인연을 전했다. 심사기준에 대해서는 “다른 곳에서 여러 차례 심사하며 깨달은 게 있다. 심사위원마다 지지하는 영화가 다를 수 있고, 긴 토론 끝에 내가 지지하는 영화가 탈락하면 마치 내 영화가 떨어진 것처럼 아쉽다. 그래서 최근에는 나중에 시간이 한참 지난 다음에도 이 영화를 좋아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심사를 한다”고 밝혔다.

2001년 뉴 커런츠 초청작이었던 <고양이를 부탁해>를 연출한 정재은 감독은 20년 전 후보에서 심사위원으로 다시 초청됐다.
아시아 영화에 대한 높아진 관심을 반영하듯 기자들의 열띤 질문은 계속 이어졌다. 뉴 커런츠 부문의 역할에 대해 허문영 집행위원장은 “부산영화제가 시작된 이래 가장 신경 쓰고 공을 들이고 있는 부문”이라고 밝혔다. 뉴 커런츠 부분 초청과 수상이 감독들에게 어떤 기회가 되는지에 대해선 경험자이기도 한 정재은 감독이 상세한 설명을 보탰다. “<고양이를 부탁해> 역시 부산을 통해 해외에 소개되어 해외 개봉의 발판을 마련했다. 뉴 커런츠 부문은 아시아 감독이 해외에 나가기 위한 좋은 창구다.” 한편 팬데믹 상황에서 작업을 이어가는 신인 감독들에 대한 격려도 잊지 않았다. 디파 메타 심사위원장은 “나는 인도 출신이고 현재 캐나다에 거주 중인데 아시아 영화를 향한 인식의 확연한 변화를 느끼고 있다. 아시아 영화에는 가족을 중심으로 더 나아지고 싶다는 욕망, 빈곤과 팬데믹 상황에 대한 투쟁, 더 존엄한 삶에 대한 의지 등이 녹아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정재은 감독은 “팬데믹 상황에서 젊은 감독들이 얼마나 치열한 노력을 통해 작품을 완성했을까 생각한다. 그들의 땀방울이 헛되지 않도록 한 편 한 편 꼼꼼히 보고 널리 알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뉴 커런츠 부문은 4인의 심사위원이 최우수작 두 편을 선정, 각각 3만 달러의 상금을 수여하며 수상작은 오는 15일 폐막식에서 발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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