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 The Apartment with Two Women
김세인/한국/2021년/140분/뉴 커런츠
타인은 지옥이다. 하물며 일상을 공유해야 하는 가족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엄마 수경(양말복)과 딸 이정(임지호)는 서로가 지긋지긋하다. 모녀 사이의 갈등이야 대수로울 것도 없지만 가시를 곧추세운 고슴도치처럼 서로를 공격할 태세로 예민하게 불만을 드러낸다면 문제가 다르다. 어느 날 딸과 크게 다툰 수경은 뒤쳐나가는 딸에게 차를 몰고 돌진한다. 엄마가 고의로 자신을 치려했다고 믿는 딸은 엄마를 고소하고, 터져 나온 갈등은 극을 향해 치달아간다.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는 감정적인 대립을 수면 아래 묻어두고 가만히 지켜보는 종류의 영화가 아니다. 언제 어떤 방향으로 튈 줄 모르는 모녀의 갈등은 지루할 틈 없는 불안과 긴장으로 관객을 몰아 부치는 역동적인 영화다. 여기에 두 주연은 물론 다채로운 조연캐릭터들의 디테일과 배우들의 사실적인 연기가 생생함을 더한다. 무엇보다 가족의 갈등과 화해라는 식상할 수 있는 소재를 이토록 역동적으로 조율해나가는 솜씨가 놀랍다. 예리한 손길과 예민한 관찰력이 빛나는 데뷔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