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부산국제영화제]
BIFF #5호 [프리뷰] 황철민 감독, '기국서의 배우수업'
2021-10-10
글 : 김철홍 (평론가)

<기국서의 배우수업> An Actor Prepares by Gi Guk Seo

황철민 | 한국 | 2021년 | 87분 | 와이드 앵글-다큐멘터리 쇼케이스

2019년 올해의 연출가상을 수상한 기국서가 이듬해 사뮈엘 베케트의 <엔드게임> 공연을 준비한다. 40년이 넘도록 활동하고 있는 노연출가가 여전히 한국 연극의 최전선에 자리할 수 있는 비밀은 과연 무엇일까. 영화는 작은 연습실에서 무대를 꾸미는 베테랑 연극인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배우로서 의심할 여지없는 기주봉이 대사를 외우는 데 어려워하는 모습이나, 연출가에게 한소리를 듣고 하염없이 비를 맞는 모습 등이 연기에 왕도가 없다는 말을 실감하게 한다. 공연이 가까워 질수록 기국서의 목소리는 커져가고, 교과서에서 볼 수 없는 주옥같은 디렉션들이쉴 새 없이 쏟아진다. 그러나 그런 말들이 비법의 전부일까. 이런 말들을 따라 하면 모든 연출가들이 기국서가 될 수 있을까. 영화 초반부 인용되는 “시시한 배역은 없다. 시시한 연기가 있을 뿐이다”라는 러시아 연출가 스타니슬랍스키의 말은, 시시한 작품과 시시한 연출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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