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부산국제영화제]
BIFF #7호 [프리뷰] 한인미 감독, '만인의 연인'
2021-10-12
글 : 김소미

<만인의 연인> Nobody's Lover

한인미/한국/2021년/137분/한국영화의 오늘-비전

내색은 않지만 삶의 기반이 심히 위태로운 두 모녀가 있는데, 엄마는 유부남과 사랑에 빠졌고 딸은 두명의 남자 사이에서 갈팡질 팡한다. “엄마는 나한테 왜 이렇게 냉정해. 나한테 이렇게까지 할이유가 뭐야?” 집에 돌아오지 않는 엄마에게 그 자신도 다분히 냉정한 어조로 항의하는 18살 유진을 보고 있으면 <만인의 연인> 을 믿게 된다. 유진은 함부로 자기를 파괴하거나 관객이 불안할 정도로 미숙하게 구는 미성년이 아니다. 그녀는 단지 조용할 뿐, 스스로 돈을 벌어 생활을 건사하고 끌리는 남자에게 저돌적으로 키스하며 자신을 모욕한 상대를 돌려세워 쏘아붙일 줄 안다. 동시에 대학생 오빠 강우에게 어른처럼 섹시하게 보이길 원하고, 조숙한 동갑내기 현욱의 보호도 받고 싶다. 놀라울 정도로 삶에 능동적이면서 아직 혼란스러운 자아의 다면성을 스스로 시험할줄 아는 여성주인공과 함께 <만인의 연인>은 그녀가 겪어야 할가차 없는 세상을 흡수해나간다. 얼핏 서정적인 성장물처럼 보이나 면밀히 구성한 소도시 풍경의 한편에는 욕망과 비극이 적나라 하게 꿈틀거린다. 단편영화 <마침내 날이 샌다>(2013), <토끼의 뿔>(2015) 등을 만든 한국영화아카데미 출신 한인미 감독의 뛰어난 데뷔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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