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짖기를 멈추지 않는다> The Dog Who Wouldn’t be Quiet
코로나19가 전세계를 강타한 팬데믹 시대의 우리 일상과 인간다움을 돌아보게 만드는 영화다. 비정규직 일러스트레이터 세바스찬은 자신의 반려견 때문에 사방에서 고충을 겪는다. 이웃들이 몰려와 개가 너무 시끄럽다며 항의하자 직장에 데리고 다녀보지만 개를 데리고 출근하면 안된다며 경고를 받는다. 반려견과 한시도 떨어져 지낼 수 없었던 그는 어느 날 덜컥 혼자가 되고, 일용직을 전전하며 살다가 엄마가 재혼하던 날 한 여인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한 남자와 반려견의 이별 드라마처럼 진행되던 영화는 지구에 바이러스가 퍼지고 보호장구 없이는 허리를 펴고 살 수 없는 세상이 되면서 전혀 다른 장르로 탈바꿈한다.
안정적인 삶이란 무엇인지 질문하는 각박한 현실과 직립보행이 불가능한 극단적인 디스토피아 상황이 오버랩되면서 영화는 외롭지 않게 살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이 무엇인지를 질문한다. 총체적으로 고단한 삶속에서 세바스찬을 다시 한번 힘차게 살아가게 만들어줄 마법 같은 삶의 해독제가 덜컥 찾아 오는 순간, 영화가 전하는 감동이 흑백 화면을 통해 담담하게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