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강릉국제영화제]
GIFF #8호 [프리뷰] 두산 마카베예프 감독, 'WR: 유기체의 신비'
2021-10-29
글 : 오진우 (평론가)

<WR: 유기체의 신비> WR: Mysteries of the Organism

두산 마카베예프 / 유고슬라비아, 서독 / 1971년 / 85분 / 가치의 전복자들

만화경을 통해 금기시되었던 무언가를 몰래 보는 듯하다. 그것은 풀밭 위 남녀의 섹스. 이들의 모습 위로 섹스는 기쁨과 삶의 에너지라고 찬양하는 내레이션이 들려온다. 영화는 이를 단순한 성적인 욕망과 오르가슴이 아닌 ‘오 르곤 에너지’라 부른다. 이는 빌헬름 라이히 박사가 주창한 개념으로 영화는 그의 가르침을 추종하는 일종의 에세이다. 마르크스주의 심리학자이자 성과학자인 빌헬름 라이히의 저작 물은 1956년과 1960년 두 차례 미국의 한 소각장에서 태워졌다. 당연히 그의 저작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 <WR: 유기체의 신비> 역시 1971년 베를린국제영화제와 칸국제영화제 에서 상영된 후 논쟁의 대상이 되었고 수많은 국가에서 상영 금지되었다.

영화는 다수의 기록 필름, 프로파간다 필름, 픽션과 다큐멘터리 영화들로 구성되어 있다. 영화가 등장했던 냉전 시기를 감안하면 영화의 메시지는 급진적 이라 할 수 있다.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두 체제 속에서 억압된 성 담론을 분출시키려는 두산 마카베예프 감독의 영화적 미학을 이번 기회에 확인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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