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한곡으로 정부의 적이 된 여자가 있다. 그가 주인공인 전기영화의 원제는 ‘미국 대 빌리 홀리데이’. 인종차별이 극심하던 1940년대 미국, 당대의 스타이자 전설적 재즈 가수 빌리 홀리데이(앤드라 데이)는 1939년에 발표한 <Strange Fruit>로 FBI에 눈엣가시가 된다. 흑인들의 고통을 은유한 가사가 소수자들을 선동할 수 있다는 억지 때문. 빌리가 노래를 포기하지 않은 대가는 가혹하다. 약에 취해 무대 밖 현실을 견뎌온 빌리는 주로 연방 마약국의 표적이 되어 옥살이는 물론 숱한 감시와 단속에 시달린다.
빌리 홀리데이가 1959년 44살로 세상을 떠나기까지의 질곡을 묘사한 이 영화는 에디트 피아프의 <라비앙 로즈>, 주디 갈런드의 <주디>를 연상시킨다. 스포트라이트 뒤에서 험난한 시절을 견뎌야 했던 여성 뮤지션의 일대기로도, 진실한 사랑과 우정을 꿈꾼 한 인간의 고백록으로도 절절하게 다가온다. 빌리 홀리데이의 대표곡들, 무대의상 등을 보고 듣는 재미가 있으며, 과거의 기억을 오가는 프로덕션 디자인도 눈여겨볼 만하다. 역사를 축약해 전달하기에 전개가 급작스럽게 느껴질 수는 있다. <프레셔스> <버틀러: 대통령의 집사> 등을 연출해 흑인 캐릭터의 지평을 넓혀온 리 다니엘스 감독의 작품으로, 빌리 홀리데이로 분한 배우 겸 가수 앤드라 데이가 제78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드라마 부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