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ARE YOU
“제가 낯을 많이 가리거든요.” 차분하게 스튜디오에 들어선 장률은 드라마 <마이 네임>의 도강재를 보며 상상해본 모습과 전혀 달랐다. 해사하게 웃는 그가 얼굴의 흉터를 매만지며 복수의 칼을 가는 강재가 되기까지, 얼마나 깊이 인물을 탐구했을지 짐작하기 어려웠다. 계원예술고등학교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연기를 전공하고 <프라이드> <킬롤로지> 등 수많은 연극 무대에 올랐던 장률은, <마이 네임>에서 그의 “어머니도 무서워할 정도로” 날카로운 킬러 도강재가 되어 질주한다. 차기작인 연극 <마우스피스> 준비에 여념이 없는 그를 만나 작품 안팎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장률 배우의 인터뷰 영상은 <씨네21>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예감과 확신 사실 오디션 때는 감독님에게 확신을 못 드렸던 것 같다. 그 뒤로 공연 무대에 올라가려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오늘 왠지 감독님이 오실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그날 정말 오셨더라. 공연이 끝나고 <마이 네임>에 함께하자고 하셨다. 감격스러운 날이었다.
질주하는 인물 강재가 목표를 갖고 강하게 질주하는 인물이다 보니 다른 작품에서도 비슷한 캐릭터를 레퍼런스로 삼았다. 미국 드라마 <킬링 이브>의 킬러 빌라넬, 감독님이 추천해주신 드라마 <셜록>의 모리아티를 참고했다.
흉터 강재 얼굴의 흉터가 통증이 느껴지는 질감이었으면 해서 분장팀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강재의 얼굴이 (칼로) 그어질 때의 느낌, 그 감각을 자주 상기했을 거라 생각해서 흉터의 질감을 계속 만져보며 감각하려고 했다.
처음 해보는 다이어트 강재가 어떤 모습일지 상상했을 때 아주 예민하고, 예리하고, 기민한 모습이 머리에 그려졌다. 거울에 비친 내가 강재랑 비슷했으면 해서 9kg 감량했다. 갈수록 인물이 더 날카로워 보여길 바라서 촬영이 끝날 때까지 다이어트를 했다. 액션 다이어트를 하면서 느낀 건, 내가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거다. (웃음) 운동을 하더라도 산책이나 수영 같은 정적인 걸 좋아한다. 무술을 배워본 적이 없어 <마이 네임> 속 다양한 액션들을 소화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액션스쿨에서 2~3달 열심히 준비하니 되더라. ‘하면 되는구나’ 하는 성취감이 있었다.
복수의 시작 강재가 동천파에 돌아와 복수를 알리는 신에 공을 많이 들였다. 어떻게 해야 정태주(이학주)에게 두려움을 심어줄 수 있을지 상상하며 준비했다. “신은 왜 마약을 만들었을까?” 변화한 강재가 처음 등장했을 때 하는 독백에 가장 신경을 썼다. 어떤 모습으로 관객을 만나면 좋을지 여러 톤으로 읊어봤다.
다양한 감정 고2 때 연극 <우리읍내>에서 조지를 연기했다. 조지는 아픈 아내를 먼저 떠나보내는데, 18살이 이해하기엔 너무 어려운 감정이었다. 그래서 연습 때는 우는 척을 했는데, 공연할 때 눈물이 하염없이 떨어졌다. 그때 생각했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이 배우라는 직업을 계속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연기를 통해 더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표현하고 싶었다.
성장 <맨체스터 바이 더 씨> <100엔의 사랑> <밀리언 달러 베이비>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 등 좋아하는 영화가 정말 많다. 특히 ‘성장’이라는 키워드를 좋아한다. 인물들이 힘겹게 한 스텝씩 나아갈 때마다 응원하게 되고, 나 역시 그렇게 성장하고 싶다는 욕구가 생긴다.
취미는 수다 이 정도는 이야기를 해야 오늘 하루가 끝났다, 싶은 할당량이 있다. (웃음) 오늘 있었던 일과 느낀 감정에 관해 이야기하는 걸 좋아한다.
<로렌스 애니웨이> 성별에 관계없이 서로를 사랑하고 아껴주는 인물들을 보며 감동받았다. 앞으로 나도 인간애에 관해 세밀하게 이야기하는 작품에 함께하고 싶다.
놀라운 순간 올해의 목표는 <마우스피스>에서 함께하는 선배님에게 놀라운 순간을 보여드리는 거다. (웃음) 그리고 앞으로도 관객에게 정말 멋진 순간, 놀라운 순간을 보여드리는 배우가 되고 싶다.
Filmography
영화 2018 <악질경찰> 2017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 <커피 느와르: 블랙 브라운> <흔들리는 사람에게> <한 마디 껌> 2016 <기념사진>
드라마 2021 <마이 네임> 2020 <비밀의 숲2> <트레인> 2018 <나의 아저씨>
연극 2021 <마우스피스> 2018 <킬롤로지> 2017 <프라이드> 2014 <사물의 안타까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