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리뷰] 체제의 전환 과정 속 혼돈을 관찰하다 '뉴 오더'
2021-11-10
글 : 김성찬 (영화평론가)

<뉴 오더>는 체제 전환 이후의 세상을 다루기보다 전환 과정의 혼돈을 집요하게 관찰하는 영화다. 민중에게 무질서는 심연과 같은 절망이다. 감독은 이 절망의 순간을 현미경 들여다보듯 세밀하게 포착하거나 멀리서 파노라마처럼 펼쳐낸다. 멕시코 고급 주택가에서 마리안느(나이안 곤잘레스 노르빈드)는 성대한 결혼 파티를 벌이고 있다. 집 안 분위기와 달리 집 바깥은 긴장감이 감돈다. 경호원들이 진을 치고 있고, 몇몇 손님들은 시위대가 뿌린 페인트에 맞은 채 들어오는 등 어수선하다. 이 와중에 유모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접한 마리안느는 유모의 집으로 향한다. 그가 자리를 비운 사이 시위대는 집 담벼락을 넘어오더니 총격을 가하기 시작하고, 믿었던 경호원과 가사도우미는 시위대에 합세해 고용인들을 위협한다. 한편 시위대 사이를 뚫고 유모의 집에 도착한 마리안느는 군인들에게 납치당한다.

체제 전환의 과도기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의 시간이다. 폭력을 행사하는 주체는 기득권뿐 아니라 민중 스스로이기도 하다. 감독은 극중 시기를 특정하지 않지만 서로를 향해 행사한 폭력과 군부로 비유된 기득권이 벌인 만행으로 민중이 흘린 붉은 피와 여기저기 흩뿌려지는 녹색 페인트의 이미지를 빨강과 녹색을 품은 멕시코 국기와 연결하면서 영화 속 부조리와 고통은 지금 멕시코의 현실이라고 신랄하게 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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