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 취준생 분투기’라는 글을 읽었다. 매일신문이 주최하는 ‘매일 시니어문학상’ 논픽션 부문의 수상작으로, 포털 사이트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으니 독자 여러분에게도 일독을 권한다. 예순아홉의 작가는 황혼이혼을 한 뒤 ‘먹고살기 위해’ 취업전선에 뛰어들어 4년간 분투한 경험을 담담한 필치로 서술하고 있다. 이력과 경력이 화려하면 채용이 어렵다는 시청 직원의 말에 두장 빼곡히 채워넣은 이력서를 구겨버리고 수건 접는 노동자, 백화점 청소부, 어린이집 주방 선생님과 요양 보호사와 장애인 돌봄 노동자를 거치며 작가가 경험한 초유의 에피소드는 한국 사회 속 노인의 초상에 대한 씁쓸하면서도 서늘한 진실을 전한다. 한편으로는 이 글을 남긴 작가가 고맙기도 했다. 그가 육십을 넘겨 글을 본격적으로 써보기로 결심하지 않았더라면, 다리미판 위에 노트북을 펼쳐놓고 자신의 삶을 기록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독자들은 영영 환갑을 넘어 홀로서기를 시작한 취업지망생에게 어떤 나날들이 펼쳐질 수 있는지 알지 못했을 것이다. 어떤 진실은 발화되지 않으면 영영 잊히곤 한다. 오직 많은 시간을 살아본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에겐 더 많은 시니어들의 이야기가 필요함을, 영화 매체인 <씨네21> 또한 기록자로서 질문하지 않으면 잊히고 말 선배 영화인들의 이야기를 더 많이 발굴하고 기록해야 할 책무가 있음을 생각해보는 한주가 되었다.
비슷한 취지로 이주현 기자가 이번호에서 만난 방송인 송해의 인터뷰에 주목해주시길 바란다. 최장수 프로그램 <전국노래자랑>의 최장수 진행자인 송해는 다큐멘터리 <송해 1927>의 주인공으로 <씨네21>과의 만남에 응했다. “호랑이도 죽으면 가죽을 남긴다는데 나도 내 발자취를 남겨보고 싶다고 생각하여 이렇게 영화를 찍게 된 것”이라는 그는 인터뷰를 통해 <전국노래자랑>과 함께한 희로애락의 시간들을, 만 3살부터 115살에 이르기까지 전국 방방곡곡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느꼈던 감정들을, 아들을 먼저 보낸 아버지로서의 개인적인 아픔을 고백했다. 아마도 송해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장소를 알고 가장 많은 사람을 만난 엔터테이너일 것이다. 그런 그의 인생사를 95살이 되어서야 비로소 영화와 동명의 책으로 면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 늦었지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더불어 더 늦기 전에 만남을 청해야 할 수많은 선배 영화인들의 이름을 떠올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