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이라고 생각한 남자에게 3년 넘게 섹스 파트너로만 취급받고 이제 막 한달 만난 남자와도 시시하게 헤어진 자영(전종서)은 섹스는 너무 하고 싶지만 더이상 사랑 같은 감정 노동 서비스는 하지 않겠노라고 선언한다. 소설가가 되고 싶었지만 지금은 잡지사 기자로 일하는 우리(손석구)는 같은 회사 선배가 원할 때 잠자리 상대가 되어주는 호구가 된 것 같아 속이 쓰린 와중, 편집장으로부터 독자들을 사로잡을 ‘어그로’를 끌 수 있는 섹스 칼럼을 쓰라는 지시를 받는다. 크게 내키진 않지만 원하는 바를 달성할 수 있을 것 같아서, 혹은 칼럼 소재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데이팅 앱 ‘오작교미’에 가입한 자영과 우리는 어색하게 만났다가 술을 마시고 모텔에 가는 등 연애 빼고 연인들이 하는 모든 것을 하게 된다.
데이팅 앱과 섹스 파트너 같은 설정은 결국 ‘연애’와 ‘로맨스’를 구성 하는 성분과 메커니즘이 무엇인지 가려내기 위한 장치다. 가장 친한 친구들 앞에서도 보여주지 못하는 진짜 내면을 보여주고 술 마시면서 이상한 거 물어봐주고 섹스도 할 수 있는 관계 속에 오가는 텐션은 ‘연애’에 관한 단순하지만 예리한 가설로 발전한다. 내 인생의 주연이 되지 못하고 ‘따까리 조연’이 된 처지를 한탄하는 20대의 고민 자체가 새롭지는 않다. 그런데 연인 때문에 상처받고 감정을 소모하는 흔해빠진 순간이야말로 삶 속에서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찰나가 아니겠냐는 인생 선배의 말은 왠지 위로가 된다. 솔직하되 불쾌한 무례 함까지 가지 않는 전종서, 능글맞지만 딱 적정선에서 귀여운 손석구의 연기는 단연 좋은 캐스팅의 힘을 보여준다. <비치온더비치> <밤치기> 등 독립 및 단편영화를 만들 때부터 본인만의 인장이 확고했던 정가영 감독이 첫 상업영화를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