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와 인간의 섹스, 메일 게이즈(male gaze, 남성의 시선)의 괴팍한 재현과 성폭력에 대한 유사 성폭력 형태의 복수, 젠더 유동성과 트랜스휴먼을 이같은 방식으로 다룬 과감한 선택까지, <티탄>은 감독 스스로 “괴물을 받아들여줘서 감사하다”고 표현하는 게 당연해 보이는 문제작이다. 어렸을 때부터 자동차의 물질성에 집착해온 알레시아(아가트 루셀)는 불의의 사고로 뇌에 티타늄을 박고 살아간다. 남성들의 자동차 쇼에서 들러리를 하는 스트립 댄서가 된 알레시아는 그를 성폭행하려는 남자를 우발적으로 살해한다. 알레시아는 급기야 자동차와 성관계를 갖는데, 이후 그의 성기에서는 검은 자동차 기름이 흘러나오고 배는 걷잡을 수 없이 불러온다. 줄리아 뒤쿠르노 감독은 채식주의자 소녀가 카니발리즘과 섹스에 눈을 뜨는 과정을 담은 호러영화 <로우>에 이어 또 한번 기묘한 여성의 (반)성장영화를 만들었다. 올해 칸국제영화제가 1983년생 여성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에 황금종려상을 안기면서 뜨거운 논박을 견인했던 작품이다.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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