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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감염병이 시작된다면?
2021-12-03
글 : 유선주 (칼럼니스트)
tvN <해피니스>

긴급재난문자에 신경이 곤두서던 코로나19 초기의 공포도 짜증을 거쳐 익숙해졌고, 매일 확진자 수를 날씨 보듯 체크하며 단계적 일상회복을 기대하는 즈음. 우리가 겪은 지난 2년의 경험을 공유하고, 우리는 아직 가보지 못한 근미래로 발을 디딘 드라마가 나왔다. 드라마 <해피니스>가 다루는 2023년은 코로나19 종식 후 또 다른 감염병이 발생한다. 눈을 허옇게 뜨고 비감염자를 찾아 목을 물어뜯는 ‘광인병’이다. 코로나19 시대의 피로감에 전 나는 “왜 또!”를 내뱉으면서도 ‘2년 후 저기는 마트 시식 코너가 부활할 정도로 회복되었구나’ 하고 안도할 거리를 찾는다. 경찰특공대원 윤새봄(한효주)과 강력반 형사 정이현(박형식) 부부가 낮에는 광인병 환자들의 참상을 목격하고 밤에는 침대에 누워 “결혼식은 해야겠지? 주례는 누가 좋을까?” 나른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코로나19 이전이라면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공포와 스트레스에 적응하며 튼튼해진 신경줄로 어떻게든 일상을 붙잡으려 낙관을 퍼올리는 심정을 이젠 안다.

“우리가 코로나로 알게 된 게 뭔지 압니까? 사람들 몇몇이 물어뜯고 죽이는 것보다 먹고사는 문제가 더 중요하다는 거죠.” 극중 이현의 말은 어제까지의 세상이 끝장날 판국에 위험을 자초하는 인물들의 사고방식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새봄과 이현이 입주한 세양숲 르시엘 아파트가 코호트(동일집단) 격리에 들어간 후, 봉쇄가 풀릴 때까지 각자 집에 머물라 해도 답답하니 산책을 하겠다고 역정을 내는 노인이 있고 동대표는 단지 내 시설물 개보수 사업으로 취할 이득을 계산하고, 변호사는 입주민 대상으로 영업을 나오기도 한다. 분통이 터질 정도로 이기적인 이들이 얄미운 한편, 코로나19를 지나온 낙관에 기대어 다들 혼란이 지난 내일을 살 궁리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묘한 활기를 느낀다. 소동을 막기 바쁜 새봄과 이현이 야구 배트와 총을 들고 다니지만, 이 드라마는 좀비물의 타격감과 거리가 먼 자리에서 종말보다 생존에 가까운 이야기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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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끝> (티빙)

미국에서 거주하다 “K방역에 반해” 한국으로 돌아왔다는 동대표 오연옥(배해선)의 말에 큰 이견이 없는 것이 공통된 정서. 2013년 방영된 JTBC <세계의 끝>은 코로나19 이전에 감염병 대유행에 대처하는 K방역 시스템을 그린 드라마다. “친구끼리 연인끼리 이웃끼리” 바이러스를 퍼뜨려 감염자를 늘리고 항체를 가진 사람을 찾던 소름 끼치는 상황은 <해피니스>에서 유사하게 반복된다.

<드라마 스테이지 2021-산부인과로 가는 길> (티빙)

<해피니스>의 광인병은 좀비와 닮았지만 발병 주기가 있고 인격이 있는 인간으로 받아들여진다. 인간과 좀비의 경계를 나누는 고민은 좀비 천지가 된 세상에서 아이를 낳으러 산부인과로 향하는 박하선 주연의 단막극에서도 볼 수 있다. 느릿한 걸음걸이 때문에 좀비로 오인되는 임신부가 도시를 가로지르는 동안, 병원에서 그를 기다리는 간호사는 이미 좀비가 된 다른 만삭의 임부를 보며 갈등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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