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혜성을 관측한 천문학과 연구진이 이를 기념하며 축배를 든다. 최초 발견자인 대학원생 케이트(제니퍼 로렌스)는 담당 교수 민디(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마치 이과생들의 놀이처럼 혜성의 궤도를 계산해보는데, 그 결과 혜성이 100%의 확률로 지구에 충돌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충격에 빠진다. 충돌하면 필시 인류를 멸종시킬 크기의 ‘행성 파괴자’가 지구에 도착하기까지 남은 시간은 6개월. 민디와 케이트는 이 사실을 직접 브리핑하기 위해 백악관을 방문한다.
반면 대통령 올리언(메릴 스트립)은 곧 있을 중간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아들 제이슨(조나 힐)을 비서실장으로 두고 있는 그녀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도 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자는 말을 할 뿐이다. 분통이 터지는 민디와 케이트는 모든 사실을 폭로하기 위해 가장 핫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한다. 그러나 진행자 브리(케이트 블란쳇)와 잭(타일러 페리) 역시 민디와 케이트를 이색 출연자 취급을 하며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설상가상으로 둘은 국가 기밀을 누설한 죄로 체포되기까지 한다. 혜성이 지구를 덮친다는 황당한 현실보다 더 황당한 것은, 이렇게 목 놓아 진실을 외쳤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현실인 것이다.
<돈 룩 업>은 <빅쇼트>와 <바이스> 두 작품을 연달아 오스카 주요 부문의 후보에 올리며 관객과 평단의 기대를 한몸에 받아온 애덤 맥케이 감독의 신작이다. 처음 <돈 룩 업>에 대한 사전 정보가 공개되었을 때 많은 팬들이 이 영화의 화려한 캐스팅에 주목했고, 영화는 단박에 2021년 최고 기대작으로 등극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돈 룩 업>은 그 기대를 충족시키는 영화인 것만큼은 분명하다. ‘혜성 충돌 위기에 놓인 지구’라는 설정이 얼핏 라스 폰 트리에의 <멜랑콜리아>를 떠올리게 하여, 어둡고 심각한 분위기의 영화가 예상될 수도 있다. 그러나 애덤 맥케이는 운전대를 정반대 방향으로 틀어 영화를 많은 사람들이 웃고 즐길 수 있는 블랙코미디 장르로 완성시켰다.
<돈 룩 업>이 지독하게 웃기면서도 마냥 편하지만은 않은 까닭은 영화가 현실의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특히 바이러스가 막 창궐하기 시작했던 초기 온갖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이 뒤섞였던 때. 지금 생각하면 허무맹랑한 정보들에 사람들이 흔들리고, 또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세력이 있었던 그 시기를 떠올리게 하는 장면들이 <돈 룩 업>에 있다. 애덤 맥케이는 특유의 신속하면서도 촘촘한 이야기 전개로 자신의 신묘한 예견 같은 장면들을 선보인다.
무엇보다 경력을 일일이 언급하기도 힘든 유명한 배우들이 이름값을 제대로 한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제니퍼 로렌스는 전문성에는 문제가 없지만 매체 출연엔 어리숙한 천문학자 역을 맡아 극의 전체적인 톤을 잡아준다. 메릴 스트립과 조나 힐, 케이트 블란쳇과 타일러 페리는 콤비로서 각각 완벽한 호흡을 보여준다. 특히 메릴 스트립과 케이트 블란쳇의 평소 이미지와 다른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와 조나 힐의 불꽃같은 애드리브가 강력한 조미료 역할을 한다. 그 밖에도 사회성이 부족해 보이는 거대 IT 기업의 CEO 역을 맡은 마크 라일런스, 비록 분량이 많지는 않지만 영화의 후반부를 따뜻하고 아름답게 만드는 티모시 샬라메, 그리고 세계적 아티스트인 아리아나 그란데와 키드 커디(스콧 메스커디)까지, 각 연기자들의 퍼포먼스를 구경하기만 해도 139분이라는 비교적 긴 상영시간이 오히려 부족하게 느껴진다. 이에 더해 <라라랜드>로 오스카 촬영상을 수상한 리누스 산드그렌, 감독의 전작들과 <문라이트>의 음악을 담당했던 니컬러스 브리텔이 스탭으로 참여했다. 추후 넷플릭스 공개 예정이지만 극장에서 다 함께 웃으며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는 작품이다.
CHECK POINT
환경운동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여러 공식 석상에서 꾸준히 환경 보호 메시지를 내고 있다. 영화엔 그가 진심을 담아 사람들에게 정신을 차리라고 호소하는 장면이 나온다. 한 배우가 스크린을 뚫고 현실과 영화의 경계를 허무는 듯한 인상을 주는, 언급하고 싶은 명장면이다.
실제 혜성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
제작진은 비현실적인 설정의 영화에 최소한의 리얼리티를 확보하기 위해 미 항공우주국(NASA) 에이미 마인저 박사의 자문을 받았다. 그에 따르면 영화에 등장하는 혜성은 실제 존재하는 혜성을 모델 삼아 구현해낸 것이지만, 영화에서 벌어진 상황이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은 극히 낮다.
Just Look Up
영화의 주제가 <Just Look Up>은 영화에 출연한 아리아나 그란데와 키드 커디가 직접 부른 트랙이다. 영화의 제목과 반대의 뜻을 가지고 있는 이 노래는 영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영화가 끝난 뒤 제목이 왜 ‘Don’t Look Up’인지 생각해보는 것도 영화의 관람 포인트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