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김태호 PD의 새로운 넷플릭스 예능 <먹보와 털보>의 비, 노홍철을 만나다
2021-12-18
글 : 이주현
사진 : 백종헌
아무리 놀리고 구박해도 최수종, 하희라 부부 이래 이런 궁합은 없었다

비(정지훈)와 노홍철이 바이크를 타고 우정 여행을 떠난다. 비와 노홍철의 조합도, 우정 여행에 바이크 여행이라는 컨셉도 낯설 테지만, 알고 보면 ‘찐친’인 두 사람의 궁합은 비의 말을 빌려 표현하면 “최수종, 하희라 부부 이후 최고”라고 한다. 가수이자 배우로, 지난해엔 <놀면 뭐하니?> 싹쓰리 프로젝트의 구박받는 막내로 사랑받아온 월드스타 비. 그리고 <무한도전>의 돌아이 캐릭터로 신인류의 출현을 알렸고 하고 싶은 건 꼭 실행에 옮기며 사는 노홍철. 두 사람의 바이크 우정 여행을 시리즈로 기획한 건 <무한도전> <놀면 뭐하니?>의 김태호 PD다. 김태호, 장우성, 이주원 PD가 연출하고 넷플릭스에서 12월11일 공개된 예능 시리즈 <먹보와 털보>는 먹을 때 행복한 먹보 비와 과량의 수염과 과한 패션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털보 노홍철이 안내하는 여행 버라이어티. 즐거움을 탐험하는 두 남자의 여행기가 넷플릭스에서 공개되기 전, 서로를 열심히 구박하고 놀리고 칭찬하고 존중하는 이상하고 재미있는 커플을 만났다.

프로그램의 제목이자 캐릭터의 이름이 ‘먹보와 털보’인데 조금 더 근사한 이름을 기대하진 않았나.

노홍철 먹보(비)가 엄청 멋있는 제목들을 지어왔다. 에이 뭘 그렇게 해, 너 먹보 아냐? 난 털보고. 먹보와 털보! 그렇게 정해진 이름이다.

고심해서 제목들을 제시했는데 다들 내 의견을 무시하는 분위기였다. 재밌는 거, 멋있는 거, 철학적인 거 다 던져봤지만 안 먹혔다.

MBC 소속인 김태호, 장우성, 이주원 PD가 넷플릭스와 협업한 방식도 독특한데, 어떻게 기획된 프로그램인가.

노홍철 김태호 PD가 우리 집에 자주 놀러 온다. 수다를 떨다가, 넌 요즘 뭐가 재밌어? 난 요즘 바이크 타는 게 재밌어. 누구랑? 비랑. 그러면서 시작됐다. 그 당시 비에게 한창 새로운 취미들을 배우고 있었는데, 이 친구가 가르쳐준 취미가 연타석 홈런이었다. (정)지훈이와 보내는 매일매일이 즐겁고 만족스러웠다. 그러면서 김태호 PD에게 지훈이가 의외성이 많은 친구라는 얘기를 계속했고, 굳이 방송이 아니더라도 유튜브 콘텐츠라도 만들어보자는 얘기가 나왔다. 우리의 좋은 추억을 기록으로 남겨볼까 하는 마음으로. 그렇게 다들 흔쾌히 모였다.

김태호 감독님이 이걸 왜 하신다 했을까 아직도 궁금하다. 포인트는 하나였던 것 같다. 어? 둘이 왜 친하지? 이전에 <놀면 뭐하니?>의 싹쓰리 프로젝트 때 보여준 비의 모습이 있고, 그때 한 꺼풀 두 꺼풀 벗겨냈다고 하지만 더 벗겨낼 게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이게 넷플릭스에서 쇼케이스까지 할 정도인가?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우리끼리 맘껏 즐기자고 시작했는데, 결과물이, 영상미가 와우, 정말 대박이다. 사랑합니다, 김태호 감독님! 사랑합니다, 넷플릭스!

<먹보와 털보>는 둘이서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하는 예능인데, 처음부터 거대한 프로젝트는 아니었다고 해도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시작했을 듯싶다.

넷플릭스와의 협업이 확정되지 않았을 때, 과연 사람들이 이걸 볼까? 누가 방송하려 할까? 감독님 괜찮으시겠어요? 그런 마음이었다. 비와 노홍철이 만나서 재밌는 뭔가를 보여줘야지가 아니라 정말 우리의 순한 맛, 슴슴한 맛을 기록하려 했고, 그게 점점 거대해졌다. 홍철이 형도 나도 거대한 프로젝트를 많이 해봤지만, <먹보와 털보>는 좀 신기한 프로그램이다.

노홍철 기대 반 우려 반이 아니라 그냥 우려만 있었다. 생각해보면 누구나 할 수 있고 누구나 하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누구나 쉽게 하지 못하는 게 여행인 것 같다. 둘이서 여유롭게 바이크 타고 여행하는 모습이 예쁘게 담겼다.

두분이 ‘찐친’이라는데, 이 우정은 만들어진 우정이 아닌 진짜 우정이 맞나.

노홍철 그 마음 충분히 이해한다.

이래서 사람들이 궁금해한다. 저거 진짜야? 둘이 왜 친하지? 같은 직종에 있지만 일하는 분야도 다르고 둘의 결도 다른데. 아마 프로그램을 보면 왜 친한지 이해가 되실 거다.

10년, 20년 오래된 우정은 아니다. 친해진 계기가 있나.

홍철이 형을 노홍철씨라고 불렀던 시절. 17~18년쯤 전이었나. 어느 프로그램을 보는데 저분은 뭘 해도 성공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무한도전>에서 전성기를 맞았고, 팬의 입장에서 쭉 지켜봤다. 한창 활동할 시기엔 지나치면서도 만난 적이 없었는데, 어느 자리에서 우연히 만나 스스럼없이 다가가 ‘형이라고 불러도 될까요?’ 하면서 형, 동생 하게 됐고 이후 취미 생활을 공유하면서 서로의 교집합을 발견했다. 서로 부탁 안 하고, 터치 안 하고, 돈 안 빌리고. 무척 이상적인 관계다. 바른생활, 슬기로운생활에 나오는 교우 관계.

노홍철 처음 방송 시작했을 때 나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는 호보다 불호가 많았다. 불호가 90%는 넘었을 거다. 이 친구는 기억 못하겠지만 오래전에 그런 얘기를 나한테 한 적 있다. “형, 형은 정말 잘되실 거 같아요.” 그 누구도 내게 잘될 거라고 얘기하지 않을 때였다. 뭐지? 나도 나를 그렇게까지는 생각 안 하는데. 또 신기한 게 둘이 굉장히 다를 것 같지만 어딜 가면 ‘여기 비씨도 다녀갔는데’ ‘어? 비씨가 소개해줘서 왔어요?’ 하는 경우가 많았다. 아닌데. 난 비 연락처도 모르는데. 그런 일이 오래 쌓여서인지 처음 정식으로 만났을 때 낯선데 낯설지 않은 익숙함이 있었다.

서로를 여행 파트너로서 100점 만점에 100점이라 했다. 솔직히 <먹보와 털보> 찍으면서 마음 상할 뻔한 위기의 순간은 없었나.

위기가 있었으면 싶었다. 갈등이 있어야 보는 사람들도 재밌을 텐데 너무 사이가 좋았다. 부부도 이런 부부가 없다. 최수종, 하희라 선배님 부부 이후 궁합은 우리 둘이 최고이지 않을까.

노홍철 같이 여행하며 정말 놀랐던 부분은, 그동안 겪은 동료들 통틀어 가장 깨끗하다. 가장 예의 바르고. 둘이 여행 가면 긴장을 풀 수도 있는데 그러지 않는다. 밥 먹을 때도, 씻을 때도, 여행지 정할 때도 늘 상대를 배려한다. 신인류였다.

<먹보와 털보>

바이크 취미는 어떻게 가지게 되었나. 바이크와 바이크 여행의 매력은.

연예인으로 살다 보면 한번쯤 우울증과 번아웃이 찾아온다. 그때 나를 리프레시해준 게 바이크였다. 자유로움을 느꼈다. 바이크의 진동과 바람을 피부로 느낄 때, 그 설레는 감각들, 그것만큼 자유로운 게 없더라.

노홍철 지훈이가 이런 솔직한 얘기를 해줬다. 힘들 때 고민될 때 헬멧 딱 쓰고 자연으로 달려갔다 오면 충전이 된다고. 아무도 자신을 알아보지 않는다고. 그런데 난 자연 싫어했지, 감춰지는 거 싫어하고 티내는 거 좋아하지. 친형이 바이크 탄다고 했을 때도 그것만큼은 안된다고 반대했다. 그런데 지훈이를 믿고 바이크를 탔고, 지훈이가 특유의 섬세함으로 하나하나 수신호를 하면서, 마치 엄마가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길을 나선 것처럼 이끌어줬다. 궁극의 목적지에는 자연과 미식이 있고. 사실 나는 미식에도 관심이 없는 사람이다. 아무거나, 빨리, 양 많은 거 좋아하는데, 몇번 트레이닝을 받고 경험하니 와, 신세계구나 하며 흠뻑 빠졌다.

오늘도 넷플릭스를 상징하는 빨간색 치마를 입고 왔는데, 실제 바이크 탈 때도 치마를 종종 입었나.

노홍철 많이! 안에 레깅스 입었는데? (웃음)

(한숨을 내쉬며) 바이크 탈 때 두 가지만 조심하자고 했다. 첫 번째는 안전. 형, 사거리에선 신호 바뀌었다고 바로 출발하면 안되고 앞뒤좌우 다 살피고 가야 해. 마치 어린아이 가르치듯이. 두 번째로 티내지 마라. 바이크에 절대 얼굴 그려넣지 마라. 헬멧은 얼굴을 다 덮는 풀 페이스 가드여야 한다. 눈 보호를 위해 선글라스는 꼭 껴야 한다. 그런데 어떻게든 노홍철이 바이크를 탄다는 걸 알리려고 강구한 방법 중 하나가 치마였던 거다.

노홍철 차량에 ‘아이가 타고 있습니다’ 스티커가 붙어 있는 것과 아닌 것 중 뭘 보면 더 안전운전을 하게 되나. ‘아이가 타고 있어요’ 스티커를 보면 더 안전운전하지 않나. 마찬가지다. 노홍철이에요. 노홍철이 바이크 타고 있어요. 접니다. 초보예요. 이건 보호색의 개념이다. 나를 알려야지.

치마가 날리니까 조심해야 한다고 여러 번 얘기했다. 시야를 가릴 수도 있고 형의 각선미가 다른 사람의 운전에 방해될 수 있다고. 안에 속바지라도 입으라 했는데 속바지를 안 입는다.

노홍철 바이크는 바람이다.

그런데 어느 날 형이 옷을 잘 입는 것처럼 보이는 때가 있었다. 그래서 치마를 한번 입었는데….

내심 입어보고 싶으셨구나.

노홍철 입혀주고 싶었다.

그 이유는 <먹보와 털보>를 보면 안다. 그런데 지금 이 상황이 어떤 부부가 심리상담소에서 상담받는 느낌인데?

<먹보와 털보>

부산, 제주도, 경주, 고창 등 여러 지역을 돌아다녔다.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어디였나.

제주도 선녀탕에서의 에피소드도 기억에 남고, 고창의 음식들과 모래사장 달릴 때도 좋았다.

노홍철 남해가 정말 좋았다. 남해 은모래 비치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서 간식을 먹었는데 그 순간도 잊을 수 없다. 라이딩하다가 계단식 논밭이 보여 와 예쁘다, 하고 길 따라 걸어들어가보니 바다를 마주한 막다른 곳에 카페가 있었고, 그 카페에서 한참을 앉아 있었다.

넷플릭스에서 공개되고 나서 우리가 갔던 곳들이 너무 알려져 다음에 못 가게 될까봐 걱정이다.

노홍철 인간적이죠?

우리가 다녀간 음식점 사장님들도 비와 노홍철이 다녀갔다고 광고 안 했으면 좋겠다.

노홍철 인간적이죠?

한번쯤 꿈꿔본 여행의 로망이 있다면.

이번 여행이 내 로망이었다. 내가 믿고 의지하는 어떤 사람과 바이크를 타고 며칠간 여행하는 것. 너무 특별했다. 바이크도 손에 힘이 있어야 타는데, 손힘이 남아 있을 때까지는 바이크 여행을 다니고 싶다. 형이랑 북쪽에도 한번 가보자고 얘기했다. 통일이 될지 안될지 모르겠지만 평양까지 가보고 싶다.

노홍철 가고 싶을 때 바로 가는 여행. 40대가 된 지금은 그럴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것 같다. 지금 제주도에 가고 싶으면 바로 제주도에 가는. 오늘도 느낌이 와서 제주도에 가기로 했다.

<먹보와 털보> 시즌2가 제작된다면 가보고 싶은 곳이나 새로 영입하고 싶은 멤버가 있는지.

영입보다는 둘이서 해먹고 싶다.

노홍철 인간적이죠?

형이랑 미국에서도 바이크를 타보고 싶다. 유명한 바이크 회사 할리데이비슨도 견학하고, 넷플릭스 LA 본사에도 가고.

노홍철 넷플릭스 케이터링 너무 맛있다던데.

*이들의 인터뷰 영상은 <씨네21> 유튜브 채널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