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리뷰] 느리고 조용하게 신의 뜻에 반문하다 '램'
2021-12-29
글 : 남선우

시간 여행이 이론적으로 가능하다는 기사를 보며 미래가 궁금하지 않다고 말하는 남자와 과거로 돌아갈 수 있냐고 묻는 여자. 서로 다른 타임머신을 떠올린 잉그바르(힐미르 스나에르 구오나손)와 마리아(노미 라파스)는 광활하고 인적이 드문 산속에서 양 떼를 돌보며 살아가는 부부다. 라디오에서 성탄 미사가 흘러나오는 밤, 그들의 양 한 마리가 쓰러진다. 양의 출산을 돕던 두 사람은 흔들리는 눈빛을 주고받고, 새끼 하나를 집으로 데려와 기른다. 그러나 잉그바르의 형 피에튀르(비외르든 흘리뉘르 하랄손)가 등장하면서 단란한 가정에 균열이 일기 시작한다. 피에튀르는 부부의 선택에 의문을 표하고 마리아는 불안에 떨다 불쾌한 꿈을 꾼다.

<램>은 특수효과, 미술을 비롯한 여러 분야의 기술 스탭으로 <프로메테우스> <오블리비언> <왕좌의 게임> 시리즈 등에 이름을 올린 발디마르 요한손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이다. 감독이 어린 시절 경험한 조부모의 목장과 아이슬란드 민담에서 영감을 받은 이 작품은 포크 호러와 에코 호러의 자장에 있다. 외부와 단절된 농장, 동물과 인간의 관계, 신화 및 종교적 모티프들이 내내 긴장을 자아낸다. 갈등의 중심에 놓인 존재를 시각적으로 형상화하는 방식 또한 뻔뻔하리만치 자연스러워 기이함이 배가된다. 영화는 이 모든 설정에 대한 설명을 생략한다. 원인과 현상보다 결과와 반응에 카메라를 가져간다. 이로써 <램>은 생과 사를 관장하는 자연 혹은 신의 뜻에 느리고 조용하게 반문한다. 제54회 시체스영화제에서 작품상, 신인감독상, 여우주연상(노미 라파스)을 받았고, 제74회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돼 독창성상을 수상했다. 발디마르 요한손 감독의 스승이기도 한 벨라 타르 감독이 제작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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