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이 매년 연말이 되면 연말 결산 베스트 특집 기사에 이어 꼭 준비하는 기사가 있다. 바로 영화 촬영 현장 비하인드 컷을 소개하는 기사다. 한 편의 영화가 만들어지는 제작 현장에서는 늘 예기치 못한 일이 벌어지고 또 늘 마법같은 예술적 순간을 만날 수도 있는 곳이다. 그래서 흥미진진하기도 하고 때론 지치고 힘들 때도 많은 그 곳의 모습을 들여다보는 것은 완성된 영화를 극장에서 즐기는 것과 또 다른 재미를 안겨준다.
올해는 조금 특별하게 꾸며봤다. 매년 영화 촬영 현장만 소개했던 터라 올해는 드라마 현장의 비하인드 컷도 수소문했다. <자산어보> <랑종> <모가디슈> <구경이> <인질> <십개월의 미래> <술꾼도시여자들> <싱크홀> <빈센조> <마인> <인간실격> <세자매> <기적> 등 영화와 드라마 13편의 촬영 현장 비하인드 컷이 1337호에 실린다. 그 중 몇 컷을 먼저 소개한다. 더 많은 기사와 사진은 씨네21 1337호에에서 확인할 수 있다.
<랑종>
사진 Sasisakulporn 스틸 작가•글 김성훈
<랑종>을 본 관객이라면 주인공 밍 가족이 키우던 강아지 럭키를 많이 걱정했을 것이다. 영화가 처음 공개됐을 때 동물 학대로 보이는 장면을 두고 윤리적 재현에 대한 문제 제기가 나온 것도 그래서다. 하지만 현장에서 촬영하는 내내 럭키는 스탭들로부터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고 한다. 럭키의 실제 이름은 사부. 사진 속에서 사부를 안고 활짝 웃은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은 <씨네21>과의 통화에서 “이 영화에서 중요한 건 럭키가 밍 가족의 과거 죄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라며 “무서운 장면들이지만 촬영하는 내내 사부가 매우 영리하고 완벽하게 훈련돼 있어서 재미있었다. 관객이 우려하는 폭력적인 상황은 전혀 없었다”라고 말했다.
<자산어보>
사진 노주한 스틸 작가•글 이주현
창대(변요한)는 지금 카메라 테스트 중. 본 촬영에 앞서 화이트보드에 적어둔 메모를 보고 스탭들은 의상, 소품 등을 최종 확인한다. <자산어보>는 흑백영화이기 때문에 의상 역시 색깔보다 질감이 더 중요했는데 노주한 작가는 “의상실장님은 물론 분장실장님까지 피부가 어떤 질감으로 표현될지 신경 쓰며 분장했다”라고 설명했다. 노주한 작가는 “흑백으로 사진작업을 하는 게 처음엔 톤 잡기도 어렵고 어색했는데 요즘은 흑백 모드로 사람들의 사진을 많이 찍어준다”라며 흑백의 매력에 흠뻑 빠졌음을 고백했다.
<구경이>
사진 유은미 스틸 작가•글 김현수
쓰레기 더미 위에서 카메라를 향해 손가락 하트 포즈를 취하는 이영애 배우의 모습은 구경이라는 캐릭터 그 자체다. 용국장(김해숙)에게 붙잡혀 죽을 위기에 처한 구경이가 우여곡절 끝에 살아남아 저유조에 갇힌 <구경이> 9화의 장면을 촬영할 때 유은미 스틸 작가가 찍었다. “현장에서 스탭들을 항상 편하게 챙겨주는 모습이 좋았고 사진 찍을 때도 편하게 대해주셔서 소스를 많이 찍을 수 있었다”고.
<싱크홀>
사진 최창훈 스틸 작가•글 김성훈
풍비박산난 집에 사는 사람들치고 표정이 화기애애하다. 대형 싱크홀 사고 때문에 이들이 사는 청운빌라가 통째로 지하로 꺼져버린 영화 <싱크홀>(감독 김지훈)의 초반부 촬영 현장이다. 지하 500m 아래에 갇힌 이들이 지상으로 탈출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라 60회가 넘는 전체 회차 중에서 절반 이상이 인천에 있는 세트장에서 진행됐다. 재난 상황을 실감나게 카메라에 담아내기 위해 짐벌 세트 위에 빌라를 지어올렸다. 주변의 지형지물을 꼭 붙잡아야 할 만큼 가만히 서 있기조차 힘든 짐벌 세트였지만 차승원, 김성균, 이광수, 김혜준 등 배우들은 틈만 나면 수다 꽃을 피웠다고 한다. 최창훈 스틸 작가는 “이 사진은 차승원 선배가 (김)혜준씨에게 장난을 치고, 김성균씨와 이광수씨가 거드는 모습이다. 카메라가 돌아가지 않을 때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모두 모여 장난치며 현장 분위기를 주도했다”고 떠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