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리뷰] 가벼운 로맨스 또는 숨겨진 미스터리 '미스터 앤 미세스 아델만'
2022-01-19
글 : 이보라 (영화평론가)

저명한 소설가 빅터 아델만(니콜라 베도스)이 세상을 떠나고 장례식이 열린다. 빅터의 전기를 쓰고 싶다는 어느 작가의 요청으로, 그의 아내 사라(도리아 틸리에)는 아델만 부부로 살아온 지난 45년의 세월을 회고하기 시작한다. 1971년, 파리의 낡은 클럽. 사라는 아직 무명 작가였던 청년 빅터에게 첫눈에 반한다. 이들은 서로에게 이끌리지만, 빅터는 자신의 소설을 막무가내로 교정하고 비평하는 사라의 박식한 면모가 부담스럽다. 그러나 우연인지 운명인지 자꾸만 맞닥뜨리게 된 둘은 결국 열렬한 사랑을 나누는 사이로 발전한다.

가벼운 로맨스로 보이는 <미스터 앤 미세스 아델만>은 사실 저자의 문제를 곱씹는, 이야기에 관한 영화다. 소설가인 남편이 아니라 아내가 지난 이야기를 발화한다는 점에서 서사의 주도권이 역전된 전제를 상정한다. 이따금 삽입되는 사라의 내레이션, 주요 순간마다 나뉘는 챕터 등이 이러한 픽션의 특징을 강조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권태 앞에서 무력해지는 부부의 온도가 섬세하게 묘사되는 동시에 아델만이라는 성(姓)에 숨겨진 미스터리를 느긋하게 파헤치면서 끝까지 서사적 긴장을 놓지 않는다. 소설가에 관한 이야기인 만큼 당대 유명 작가들의 이름이 풍부하게 언급되며, 지적이고 능청스러운 두 주인공의 대화 장면도 리드미컬하게 그려진다. <카페 벨에포크>의 니콜라 베도스 감독이 연출과 빅터 역까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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