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SNL 코리아 시즌2' 배우 정상훈, 주현영 인터뷰
2022-01-21
글 : 조현나
사진 : 최성열
더 날카롭게 더 과감하게 돌아왔다

웃어 웃어, 이런 건 좋은 표정으로 촬영해야 해.” 정상훈 배우의 말에 스튜디오의 긴장감이 눈 녹듯 사라진다. 짧은 사진 촬영에도 웃음을 불어넣는 정상훈, 주현영 배우를 보며 과연 <SNL 코리아>의 크루들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7년 시즌9을 끝으로 종영됐던 <SNL 코리아>는 2021년 9월 리부트를 알리며 OTT 플랫폼 쿠팡플레이에서 독점 방영 중이다. 오랜 기간 <SNL 코리아> 크루로 활동한 정상훈은 중국 특파원 ‘양꼬치엔칭타오’에 이어 AI 로봇 ‘기가후니’로 자신만의 색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또한 <SNL 코리아>의 새로운 라이징 스타 주현영은 ‘인턴 기자 주 기자’ 캐릭터로 눈에 띄는 성장을 보여주며 공감을 이끌어낸다. 더 강해져서 돌아온 <SNL 코리아 시즌2>의 두 크루 정상훈, 주현영과 나눈 대화를 전한다.

- 지난 크리스마스에 <SNL 코리아 시즌2>가 오픈했다. 여야 대선 후보와 배우자들을 패러디한 콜드 오프닝을 보며 정치 풍자가 강화됐음을 느낄 수 있었다.

정상훈 정치 풍자에 대한 기대가 워낙 큰 프로그램이지 않나. <SNL 코리아 시즌2> 들어 풍자가 더 날카로워지고 가려운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주고 있어서 좋다. <SNL 코리아 시즌2>를 통해 정치인을 패러디하거나 정치 관련 뉴스를 소재로 활용하는 걸 좀 덜 꺼려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주현영 확실히 더 과감하고 적나라해졌다. 풍자가 강해진 상황에서 잘못된 정보를 전하면 프로그램에 누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촬영에 들어가기 전, 최대한 정확한 정보를 확인하고 연구하려 노력한다.

- 정상훈 배우는 2013년 방영된 <SNL 코리아> 시즌4부터 시즌6, 시즌7, 시즌9에도 출연한 바 있다. 오랜 기간 크루로 활동하는 건 그만큼 애정이 있기 때문일까.

정상훈 그렇다. 굉장히 각별하다. <SNL 코리아>가 나의 방송 커리어의 시작점이었고 양꼬치엔칭타오로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 좋은 기회들을 얻었다. 공연을 오래해서인지 무대에서의 긴장감이 가끔 그리울 때도 있었다.

- 드라마나 영화 촬영에서 느낄 수 없는 라이브 공연만의 묘미가 있나보다.

정상훈 물론이다. 특히 창작극의 상황이 그런데 전날 밤까지 연습해도 동선이 안 맞고 정리가 하나도 안될 때가 있다. 난리가 난 와중에 결국 무대에 오르는데, 시작 전에 연출가들이 ‘파이팅!’ 하고 목이 터져라 외친다. 그때 전달되는 쾌감이 있다. 그걸 이제 <SNL 코리아>에선 매주 하는 거지. (웃음) 정말 힘들지만 그만큼 재밌고 짜릿하다.

- 주현영 배우는 오디션을 통해 합류하게 됐다고.

주현영 <SNL 코리아> 시즌1부터 엄청난 팬이었다. 집에서 항상 ‘나라면 이렇게 했을 것 같다’며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오디션만 봐도 소원이 없겠다고 말하고 다녔다. 전에 웹드라마를 찍을 때 만난 PD님이 <SNL 코리아> 전 조연출이었는데, 그분이 <SNL 코리아>가 부활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내게 연락을 주셨다. 오디션에선 일본 여가수가 콘서트장에서 어눌한 한국어로 한국 노래를 부르는 것과 일진은 아니고 이진 정도 되는 친구가 장기자랑에서 춤추는 걸 했는데, 모두 대학교 장기자랑 때 했던 것이었다.

- 원래부터 주변 사람들을 웃기는 걸 좋아했나.

주현영 친구들을 웃겨야 그날 편히 잠드는 스타일이다. (웃음) 주성치 영화를 좋아해서 자주 봤고 무엇보다 <SNL> 크루들을 오랫동안 동경해왔다. 웃음을 주는 연기를 꼭 해보고 싶었다.

- 촬영 일정은 어떻게 되나. 굉장히 타이트하게 진행된다고 들었다.

주현영 야외 촬영 이틀, 실내 촬영 하루, 총 3일 촬영한다. 세트 촬영은 하루지만 공연을 만들기 위해 모든 스탭과 배우들이 종일 애를 쓴다. 제일 정신없는 날이다.

정상훈 쪽대본 하나를 만들기 위해 45명이 치열하게 임한다. “여기서 손이 들어가면 방귀를 뀌어야 해.” 이런 이야기가 정말 진지하게 오간다. 오전 9시부터 3~4시간 회의하고 점심 먹고 바로 리허설하고, 또 카메라 리허설을 한다. 그리고 1차 공연을 올리고 중간 회의를 거친 뒤 다시 2차 공연을 하고. 그러면 밤 11시 반쯤 돼서 끝난다. 촬영 중에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고 배역이 바뀌기도 한다.

- 그럼 대본과 애드리브의 비율은 어떻게 되나.

주현영 대본의 방향을 철저하게 지키되 피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애드리브를 넣는다. 극을 더 풍성하게 하는 차원이다.

정상훈 감정 라인을 탈 때가 있는데 그걸 어떻게 느끼냐면, 객석 반응으로 느낀다. “아하하…” 웃느냐, “하하하!” 웃느냐, “꺄하하~!” 웃느냐에 따라 감정 라인을 하나 더 얹을지 말지 유기적으로 판단한다. 그걸 현영씨가 정말 잘한다. 나는 양꼬치엔칭타오할 때 디렉션을 많이 받았는데 어후, 주 기자는 디렉션이 거의 없다. 정말 주현영이 <SNL 코리아>를 이끈다.

- 주현영 배우는 처음엔 기자 캐릭터를 준비한 게 아니었다고 들었다.

주현영 처음 주어진 미션은 대선 후보들을 따라 하는 거였다. 그런데 연륜이 부족해서인지 여성 후보들을 따라 하는 게 쉽지 않더라. 그래서 당 이름을 새롭게 ‘어리당’이라 짓고 그 당의 젊은 대표가 되어 토론에 나가는 컨셉을 만들어봤다. 거기서 발전해 현재의 주 기자 캐릭터가 된 거다.

- 처음에는 앵커의 질문에 당황하고 울기도 했는데, 지금 ‘주 기자가 간다’ 코너를 보면 대선 후보들을 상대로 조금도 기죽지 않는다. 주 기자의 성장은 처음부터 계획된 것이었나.

주현영 전혀 아니다. 처음엔 이 캐릭터가 어떤 반응을 불러일으킬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냥 이런 캐릭터가 있다고 보여주는 정도였다. 그런데 시청자들의 반응이 정말 열정적이었다. 주 기자에 관한 의견들을 보니 “지금은 울며 뛰쳐나가지만 언젠가는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는 댓글이 공감을 많이 받았더라. 그 의견을 받아들여 캐릭터를 더 다채롭게 만들어보고 싶었다. 무대에 계속 서면서 나도, 주 기자도 자신감이 붙어서 시너지 효과가 났다. 20대 사회 초년생 분들뿐만 아니라 그 시기를 지나온 분들까지 감정이입을 하면서 주 기자란 캐릭터에게 애정을 주시는 것 같다.

- AI 로봇인 기가후니의 시작도 궁금하다.

정상훈 사실 이렇게 잘될지 몰랐다. (웃음) AI 로봇은 내가 생각해둔 아이템 중 하나였고 제작진도 마침 ‘AI를 한번 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주셨다. AI 로봇은 해외에도 워낙 여러 캐릭터가 있어서 다양한 레퍼런스를 참고했다.

주현영 부모님이 처음 기가후니를 봤을 때 숨이 넘어갈 정도로 웃으셨다. 선배님은 몸을 너무 잘 쓰셔서 사람 같지가 않다. (웃음)

- 행동도 그렇지만 AI 로봇이나 외국인, 사투리 등 특정 대상의 어투를 잘 캐치하는 것 같다.

정상훈 말맛 살리는 걸 좋아한다. 양꼬치엔칭타오는 무대에서 이미 잘 먹힌다는 걸 확인한 상황이었다. 처음 <SNL 코리아>에서 리허설할 때도 이미 뒤에서 다들 웃고 있었다. 중국어에서 사투리로 이어지는 걸 사람들이 신선하다고 받아들이더라.

- <SNL 코리아>의 호스트가 된다면 해보고 싶은 콘텐츠가 있을까.

정상훈 예전에는 호스트 섭외가 쉽지 않아서 크루들끼리 녹화한 적도있었다. 그러면 분장실에서 “자, 오늘의 호스트는~” 하며 우리끼리 장난치기도 했었는데, 실제 호스트로 초대를 받는다면 지금보다 더 떨릴 것 같다. <SNL 코리아>의 콘텐츠와 아이디어는 PD 14명, 작가 16명이 일주일 내내 회의를 해서 나오는 결과물이라 내가 감히 이야기하기 어려운 부분 같다.

주현영 나 역시 답하기 쉽지 않은 질문이다. <SNL 코리아> 시즌1부터 팬이었던 이유는 내가 호스트가 되고 싶어서라기보다 크루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컸기 때문이다. 호스트로서 뭘 해보고 싶다기보단 다른 크루들과 함께해보고 싶은 콘텐츠가 정말 많다.

정상훈 제작진과 크루들이 매주 정말 열심히 준비하기 때문에 호스트들은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처음엔 긴장하다가도 공연이 끝나면 다들 엄청난 희열을 느낀다. 살아 있는 기분이 든다더라. 그 정도의 긴장감, 그리고 1년치 에너지를 다 모아 쓰는 느낌은 아마 신인 시절에나 느껴봤을 거다. 호스트 분들, 재밌는 추억 만들어드릴 테니 걱정하지 말고 오시라.

정상훈이 생각하는 스탠드업 코미디의 매력은?

‘양꼬치엔칭타오’부터 ‘기가후니’에 이르기까지, 정상훈이 창조한 캐릭터는 매번 큰 인기에 힘입어 고정 코너로 자리매김한다. 그는 “손이 떨릴 정도로 긴장된다”고 말하면서도 항상 능청스럽고 유려하게 무대를 이끈다. “스탠드업 코미디는 혼자 무대를 책임지면서도 관객과 계속 호흡하며 줄타기를 해야 한다. 촬영하다 보면 객석에서 반응이 오고 에너지가 좋게 바뀌는 순간이 온다. 그 흐름을 잘 타면 큰 웃음이 터지는 ‘대박’으로 이어진다. 그때의 희열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철저한 준비와 눈썰미로 무장한 주현영이 간다!

평소 인상 깊은 캐릭터의 특징을 눈여겨본 뒤 필요할 때 꺼내 쓴다는 주현영 배우. “좋은 지적? 질문? 암튼 감사합니다”를 비롯해 다양한 유행어를 만들어낸 건 자기 또래의 사회 초년생들을 부단히 살피고 연구한 결과다. “‘주 기자가 간다’ 코너는 대본을 바탕으로 대선 후보들의 예상 답변을 생각하고 그에 따른 대안을 여러 갈래로 준비한다. 상황에 따라 현장에서 생각나는 질문과 즉흥적으로 던지며 대화를 이어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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