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 <어톤먼트>의 조 라이트 감독이 첫 뮤지컬에 도전한 <시라노>는 에드몽 로스탕의 19세기 희곡이 던진 유명한 질문, ‘사랑도 대필이 되나요?’를 현대적 감각으로 다시 쓴다. 진실한 관계를 갈망하는 록산(헤일리 베넷)과 사랑에 빠진 크리스티앙(켈빈 해리슨 주니어)은 자기 마음을 전할 재주가 없어 시인 시라노(피터 딘클리지)의 비상한 문학적 감각을 훔쳐 쓰기로 한다. 록산은 신체적 콤플렉스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못하는 남자와 그의 연서를 대신 전하는 눈앞의 연인 사이에서 엇갈림을 겪는다. 원작 <시라노 드베르주라크>에서 크고 특이한 코의 소유자였던 시라노는 이번 영화에서 키 132cm의 배우 피터 딘클리지 그 자체로 탈바꿈했다. 딘클리지의 아내이기도 한 작가 에리카 슈미트가 2019년 오프브로드웨이 뮤지컬에 이어 영화의 각본도 맡았다. 르네상스 시대의 풍요 속에서 진실한 낭만을 찾는 로맨티시스트들의 소동은 오늘날의 외로움을 치유할 수 있을까. 적어도 조 라이트 감독은 그렇게 믿고, ‘사랑을 향한 러브레터’를 다시 우리에게 부친다.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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