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 임기 내 대선을 맞는 기분이 묘하다. 벌써부터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는 3월9일의 상황을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해보게 된다. 개표가 한창일 시점은 기자들의 마감 스트레스가 최고치를 찍을 때인데, 투표 결과를 주시하느라 저하된 집중력이 기사의 질에 영향을 미치진 않을까. 새 정권에서 영화산업은 어떤 변화를 맞게 될까. 끝말잇기 같은 걱정의 연속이다. 당장은 이번주 대선 후보들의 문화예술 정책을 살펴보는 인터뷰에서 왜 기호 1번과 2번의 이름은 보이지 않냐며, 정치적 편파성을 의심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걱정이다.
우선 대선 후보 문화예술 정책 인터뷰는 2주에 걸쳐 나뉘어 실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인터뷰는 한주 뒤인 1345호에 실리니 일주일 더 기다려주시기 바란다. 반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씨네21>의 인터뷰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주요 네 후보의 문화예술 관련 정책과 철학을 한눈에 비교하는 기회가 될 거라 기대했는데, 윤 후보의 인터뷰 불발은 여러모로 아쉽다. 모쪼록 <씨네21>이 특정 후보를 배제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지난 19대 대선 레이스 때도 <씨네21>과 만남을 가졌는데, 당시와 현재의 인터뷰를 비교해 읽어보면 코로나19 전후 영화산업의 변화를 읽을 수 있어 흥미롭다. 5년 전에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이번에 높은 빈도수로 새롭게 등장한 키워드는 ‘K콘텐츠’와 ‘OTT’다. 심상정 후보는 해외 자본이 우리 사회의 문화 공공성과 다양성에 기여할 수 있도록 공적 의무를 부여하겠다는 의미로 ‘OTT 콘텐츠 쿼터제’라는 정책을 냈고, 안철수 후보는 국내 창작자들에게 정당한 대가가 돌아가도록 제작사 중심의 수익 배분 구조를 만들고 K콘텐츠를 관광 상품과 연계해 한국을 코로나19 이후 가장 먼저 찾고 싶은 나라로 만들겠다는 생각을 밝혔다.
최근 가장 인상 깊게 본 작품을 묻는 질문에 심상정 후보는 이승원 감독의 <세자매>를, 안철수 후보는 황동혁 감독의 <오징어 게임>을 꼽았다. 대개 이런 질문의 답에는 메시지를 담기 마련이다. 심상정 후보는 가정 폭력을 경험하고 자란 자매들의 이야기인 <세자매>를 통해 폭력과 혐오의 목소리에 결코 지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혔고, 안철수 후보는 <오징어 게임>의 딱지치기 장면에서 파란 딱지와 빨간 딱지를 거대 정당의 상징색과 연결지으며 참신한 장면 분석을 해주었다(이때 발동한 직업병. ‘파란 딱지와 빨간 딱지의 대결에서 한국의 현실 정치를 읽다’는 주제로 영화 평론을 청탁하면 어떨까?). 다음주 이재명 후보의 인터뷰도 기대해주시길 부탁드리며,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고 외치는 후보들의 막판 각축전이 부디 정책 대결이 되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