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리뷰] 카메라가 필수불가결한 배경이 되어버린 현대사회 '브릭스턴 테일'
2022-03-23
글 : 이보라 (영화평론가)

보이는 것마다 모두 캠코더로 촬영하는 소녀 레아(릴리 뉴마크)는 길거리에서 전단지를 돌리는 벤지(올라 오레비)와 아치(크레이그 미들버그)를 발견하고 무심코 그들을 담기 시작한다. 다음날 다시 마주치게 된 이들과 어울리면서 레아는 벤지와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벤지는 레아와 사귀면서 자신의 폭력적인 세계에서 한 발짝 거리를 두려 마음을 다잡지만 늘 예기치 못한 위협과 맞닥뜨린다. 한편 레아는 벤지의 일거수일투족을 촬영한 작업으로 작가로 데뷔하기 위해 준비한다. 시사회가 열린 날, 벤지는 동의를 구하지 않은 채 오로지 자신의 모습으로만 편집된 영상물을 보게 된다. 박수 치는 관중 틈에서 소외된 벤지는 레아에게 배신감을 느낀다.

<브릭스턴 테일>은 카메라라는 장치가 필수불가결한 배경이 되어버린 현대사회를 다룬 작품으로, 이는 애인이 구타를 당하거나 경찰에 체포될 때도 캠코더를 손에서 놓지 않는 레아의 행동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중반부를 지나면서 영화는 두 인물로 하여금 거대한 사건을 겪게 만드는데, 인물들의 고민과 혼란이 거의 카메라에 담긴 화면으로부터 기인한다는 점에서 영화의 목표는 뚜렷해 보인다. 다만 작금의 미디어 환경을 묘파하기에는 이를 엮어나가는 과정이 미흡하며 통찰도 역부족이다. 인물들이 느끼는 극단적인 감정을 제시하는 장면들이 많으나 피상적으로 호소하는 데 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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