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이독자에게]
[이주현 편집장] 쉘 위 댄스?
2022-03-25
글 : 이주현

디즈니+에서 공개되는 마블 오리지널 시리즈 <문나이트>는 여러 다른 자아와 불편하게 공존하며 살아가던 한 남자가 슈퍼히어로로 각성하는 과정을 다룬다. 스티븐, 마크, 문나이트를 연기한 오스카 아이작은 작품을 준비하면서 해리성 정체 장애를 가진 로버트 옥스남의 자서전을 읽은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하는데, 여러 개의 자아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공포는 감히 짐작하기 어렵지만 우리는 모두 일정 부분 다중인격의 소유자라는 생각이 든다. 내게도 물론 여러 개의 자아가 있다. 사회생활을 한다는 건 아우성치는 자아들의 충돌을 제어하고 상황에 맞는 적절한 가면을 쓰고 매끄럽게 연기를 하는 일이 아닐까 싶다. 사회적 자아를 퇴근시킨 뒤엔 게으른 자아 모드로 침대에 누워 특별한 자아 발굴에 나선다. 그러니까 가끔은 특별한 코스튬과 막중한 책임감을 두른 슈퍼히어로까지는 아니더라도 그저 몸을 잘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파리 국립 오페라 발레단의 내부를 기록한 프레더릭 와이즈먼 감독의 다큐멘터리 <라 당스>를 보면 무용수들이 마치 중력과 시간을 조종하는 마법사처럼 느껴진다. 그들의 몸은 가뿐히 중력을 거스른다. 도약 이후 착지까지, 무용수들의 체공 시간은 범인의 시간과는 다른 속도로 흘러간다. 그런 광경을 중력에 한없이 종속된 몸으로 지켜보고 있자면 몸과 마음의 괴리를 심히 느끼게 된다. 몸이 마음을 따라가지 못해 발생하는 우습고 안타까운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려는 본능 때문인지 춤 앞에선 어쩐지 소극적인 사람이 되고 말지만, 언젠가는 2회전 텀블링쯤 가뿐히 해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

경연 프로그램을 즐기지 않아 <스트릿 우먼 파이터>(이하 <스우파>)의 열풍에는 실시간으로 동참하지 않았지만, <스우파>의 댄서들이 오로지 춤으로 보여준 당당한 자기표현에는 매료되지 않을 수 없다. 이번주엔 <스우파>에 출연했고 박찬욱 감독의 단편영화 <일장춘몽>에 안무감독으로도 참여한 모니카의 인터뷰를 길게 실었다. 모니카를 독대하고 싶어 한 사람들은 많았으나 그 행운은 찐팬 임수연 기자에게 돌아갔다. 디자인팀의 모 선배(성이 ‘모’씨다)는 “어머, 좋았겠다”를 연발했으며, 나는 모니카 대신 모니터를 독대하며 모니카의 기사를 읽었다. 자신의 생각이 맞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계속해서 춤을 춘다거나, 반짝하는 인기나 세간의 시선에 연연하지 않고 자기만의 춤을 완성하려는 태도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 깊다. 모니카 선생님의 댄스 아카데미를 검색하며, 몸과 마음의 유연성을 기르리라 다짐해본다. 원투 차차차, 스리포 차차차. 앗, 이 춤이 아닌가.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