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스페이스]
[트위터 스페이스] 김혜리의 랑데부: 케네스 브래나 감독의 '벨파스트'
2022-03-25
글 : 배동미
글 : 김혜리
글 : 남선우
아이를 둘러싸고 온 동네가 속살거리듯
<벨파스트>

※ 스페이스는 트위터의 실시간 음성 대화 기능입니다. <씨네21>은 2022년부터 트위터 코리아와 함께 매주 목요일 밤 11시부터 자정까지 1시간 동안 영화와 시리즈를 주제로 대화를 나눕니다. 스페이스는 실시간 방송이 끝난 뒤에도 다시 듣기가 가능합니다.

김혜리 @imagolog 반갑습니다, <씨네21>의 김혜리입니다. 한달에 두 차례씩 목요일 밤에 ‘랑데부’라는 이름을 가진 코너로 <씨네21>의 배동미, 남선우 기자와 함께 여러분을 찾아뵙게 됐습니다. ‘랑데부’는 새롭게 세상에 나오는 개봉작 한편을 소개하고, 그 영화와 DNA를 공유하는, 혹은 공유한다고 우겨보고 싶은 과거 영화들을 묶어서 이야기하는 시간입니다.

브래나 감독의 반자전적 드라마 <벨파스트>가 어떤 전작보다 보편적인 인기와 평단의 호의적인 평을 이끌어내고 있는 것 같아요. 굉장히 깔끔하게 만들어진 영화고요. 교과서적인 시나리오와 감정적인 효과가 정확하게 계산된 촬영, 심금을 울리는 벨파스트 출신 뮤지션 밴 모리슨의 음악까지…. 저한테 이 영화에서 가장 시네마틱한 성취다, 생각되는 건 음향입니다.

<벨파스트>는 일단 사실주의적이에요. 그러나 이 세계는 9살 아이 버디의 시각을 통해 돌아본 과거의 벨파스트죠. 중요한 건, 버디가 어떤 애냐는 거죠. 장차 영국을 대표하는 공연예술가이자 감독, 배우, 그리고 셰익스피어 전문가가 될 소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자질을 가진 어린이를 매혹했던 대중문화의 렌즈를 통해 이 세계가 굴절되고 채색됐다는 걸 염두에 두고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영화 속 흑백 장면에서 유일하게 테크니컬러, 천연색으로 표현되는 부분이 있는데요. 가족들이 극장에서 연극을 본다거나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볼 때죠. 연극의 세계, 스크린 안 세계만큼은 화려한 천연색으로 표현돼요. ‘이거 뭐지?’ 싶을 수 있지만, 그만큼 이 소년에게 그런 세계들이 매혹적이고 황홀했다는 걸 보여주는 겁니다.

영화의 배경인 1969년에 벌어진 상황의 리액션으로, IRA 등 여러 세력이 북아일랜드에서 폭탄 테러를 가한다든지 하면서 후에 북아일랜드 분쟁이 거세졌어요. 케네스 브래나 가족은 아주 참혹한 혼란의 한복판에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정치적 트러블이 배경이긴 하지만 다수파인 개신교도였고 생존한 사람들이에요. 잉글랜드로 이주해서 좋은 삶을 살았던 운좋은 가족의 관점을 벗어날 수 없는 거죠. 어쩌면 당연히 그렇겠죠, 본인의 자전적 얘기기 때문에요.

케네스 브래나가 소년 때 즐겼던 장르의 컨벤션도 영화 곳곳에 있습니다. 서사의 클라이맥스인 과격한 이웃 아저씨와 아빠의 대결 신은, 존 포드의 <리버티 밸런티를 쏜 사나이>처럼 그려져요. 대로에서 다리를 쫙 펴고 서로 대치하죠. 이런 장면이 어떤 렌즈와 필터를 통해 선택한 연출이란 걸 알면, 의아함이 덜할 것 같습니다. 저는 이런 선택을 90%선까지 즐기면서 봤어요. 한 군데만 빼면요. 극중 어떤 애도의 시간이 나오는데, 바로 뒤 감정선이 툭 잘리는 듯한, 뮤지컬영화 같은 장면이 나와요. 이때 모든 걸 따뜻한 빛으로 감싸려는 노력이 좀 과하지 않았나 조심스레 생각해봅니다.

이 영화를 보려면 극장이 좋다 말씀드린다면, 주된 이유는 사운드예요. 이 영화의 모든 사운드가 둥글게 이 어린 주인공을 감싸는 식으로 배치돼 있어요. 그래서 온 동네가 버디를 둘러싸고 속살거리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요. 옆집 소리, 거리의 소음, 험악한 뉴스를 전하는 라디오 소리, 그리고 1층에서 잉글랜드로 간 아빠랑 통화하는 엄마의 말소리…. 이런 소리들이 믹싱을 통해 관객을 감싸고 원형으로 들려옵니다. 때문에 이런 느낌을 받는 거죠. 아, 이 동네에서는 비밀은 없다. 동시에 아무도 혼자가 아니었구나.

<벨파스트>

<벨파스트> 와 함께 보면 좋을 작품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배동미 @somethin_fishy_ 북아일랜드 분쟁을 격화시킨 조직, IRA를 다룬 켄 로치의 영화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을 이야기할까 하는데요. IRA는 웨스트민스터에서 보면 테러 집단이거든요. 대처에게 직접 폭탄 테러를 가하기도 했고, 북아일랜드 장관과 영국 보수당 의원을 살해한 전적도 있고요. 이미 아일랜드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하고, 토니 블레어 총리가 영국이 북아일랜드를 직접 통치하지 않는다고 선언했음에도 IRA가 한동안 무기를 내려놓지 않아 문제였어요. 영화가 만들어진 2005년은 IRA가 무장해제한 역사적인 때입니다. 켄 로치는 이 조직이 왜 생길 수밖에 없었는지, 초기 국면을 보여주면서 관객의 이해를 돕습니다.

<브루클린>

남선우 @pasunedame <브루클린>은 이미 아일랜드를 떠나온 이들의 향수와 극복 과정, 그럼에도 고향을 지우지 못하는 마음을 그립니다. <레이디 버드> <작은 아씨들>로 이어지는 필모그래피 덕에 ‘상경의 아이콘’ 같은 시얼샤 로넌이 뉴욕으로 이주한 주인공 에일리스를 연기하는데요. 제가 좋아하는 장면은, 크리스마스에 에일리스가 갈 곳 없는 아일랜드계 이민자 노인을 위한 쉼터에서 배식 봉사를 하는 신입니다. 배식을 받으러 온 한 할아버지가 성탄절에 갈 곳이 없는 이민자들을 위로하는 노래를 하는데, 이때 할아버지 목소리가 정말 청아해요. 그 장면이 영화에 흐르는 정서를 대변하는 것 같아서 눈여겨보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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