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화학 박사 마이클 모비우스(자레드 레토)는 어렸을 때부터 희귀 혈액 질환으로 고통받는 삶을 살고 있다. 그런 그에겐 유년 시절 고향에서 만난 형제 같은 친구 마일로(맷 스미스)가 있는데, 마일로 또한 모비우스와 같은 질병을 앓고 있다. 둘은 힘을 합쳐 자신들이 앓고 있는 희귀병의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일생을 바치기로 한다. 모비우스는 노벨상을 수상할 정도의 뛰어난 재능을 활용하고, 마일로는 자신의 부유한 가족으로부터 물려받은 자금을 지원한다.
그러던 중 모비우스는 흡혈박쥐의 DNA에서 자신의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실마리를 발견하고, 자신의 몸에 직접 임상시험을 감행한다. 그 결과 병의 완치뿐만 아니라 초인적인 신체 능력을 얻게 되지만, 주기적으로 피를 섭취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해지는 부작용도 얻게 된다. 모비우스의 흡혈에 대한 갈망은 점점 더 심해져가고, 통제력을 완전히 잃게 되는 것이 두려운 모비우스는 사태를 수습해보려 노력한다. 그런데 그때 모비우스의 건강한 모습을 보고 질투심을 느꼈던 마일로가 모비우스에게 나타난다. 모비우스가 개발해낸 DNA를 통해 괴력을 얻게 된 마일로는 자신의 힘을 악용하기 시작하고, 세상은 혼란에 빠진다.
<모비우스>는 소니 스파이더맨 유니버스가 <베놈> 시리즈에 이어 두 번째로 공개하는 새로운 안티히어로 시리즈다. 코믹스 원작에 의하면 모비우스는 향후 스파이더맨과 대결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는 주요 캐릭터 중 하나다. 엄밀히 구분했을 때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해당되는 작품은 아니지만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에서 열린 ‘멀티버스’와 쿠키 영상에서 베놈이 공식적으로 얼굴을 비친 상황 등을 고려하면 앞으로 이어질 두 세계관을 온전히 즐기기 위해선 <모비우스>의 관람은 필수로 느껴진다.
영화는 시리즈의 첫 작품인 만큼 ‘모비우스’라는 캐릭터의 탄생 과정에 주요 줄거리를 할애한다. 희귀병을 앓고 있는 천재 박사, 동물의 특성을 지닌 히어로, 인간 뱀파이어 등의 익숙한 특징들이 이 캐릭터를 처음 접하는 관객의 빠른 이해를 돕는다. 이를 바탕으로 모비우스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이어진다. 모비우스가 얻은 이 능력을 인간의 진화로 볼 것인가, 아니면 저주로 볼 것인가. 이러한 질문은 그 자체로 하나의 스토리텔링을 형성하기도 한다. 향후 모비우스의 안티히어로로서의 행보에 미리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무엇보다 화려한 액션과 비주얼 효과가 장점이다. 익숙한 캐릭터와 단순한 서사를 만회하고자 하는 제작진의 전략적 선택으로 느껴진다. 말하자면 모비우스는 여러 유명 캐릭터들의 주요 특징을 섞어놓은 듯한 캐릭터지만 그가 선보이는 액션만큼은 독보적이다. 속도를 낼 때 마치 유령처럼 잔상이 생기는 효과와 날카로운 손톱을 이용한 공격 모션이 눈에 띄며, 가장 인상적인 것은 박쥐의 반향정위(스스로 소리를 낸 뒤, 그것이 물체에 반사되어 되돌아오는 음파를 통해 주변을 파악하는 능력)가 시각적으로 구현되는 장면이다. 추후 펼쳐질 슈퍼히어로들과의 결투에서도 반향정위는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모비우스 역을 맡은 자레드 레토는 이번 영화로 또 한번 파격 변신 기록을 경신한다.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과 <수어사이드 스쿼드>, 최근작 <하우스 오브 구찌>까지 계속해서 상상 이상의 변화를 보여줬던 그는, 이번엔 한 영화에서 세개의 다른 모습을 선보인다. 처음엔 병 때문에 피골이 상접할 정도로 마른 모습으로 등장하는 그는 나중엔 근육질의 신체를 보여줬다가, 마침내 붉은 눈동자와 들창코를 지닌 박쥐 인간의 형상을 보여주기에 이른다. 그 모습을 보고 나면 “모비우스를 연기할 수 있는 유일한 배우는 자레드 레토뿐”이라고 말한 다니엘 에스피노사 감독의 말에 수긍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CHECK POINT
마블 코믹스의 모비우스
모비우스는 마블 코믹스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101>에서 첫 등장한 캐릭터로, 마블 세계관에 존재하는 히어로급 뱀파이어 중 가장 유명한 캐릭터로 평가받는다. 원작에서는 처음엔 빌런으로 등장하지만, 훗날 마음을 돌려 악당들의 피만 흡혈하는 캐릭터가 된다고 한다.
다니엘 에스피노사 감독
<모비우스>는 스웨덴 출신 감독 다니엘 에스피노사의 일곱 번째 장편영화다. 2010년 <이지머니>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던 그는 <세이프 하우스> <차일드 44> <라이프>와 같은 큰 규모의 액션 스릴러 장르영화를 줄곧 만들어왔다. 그의 첫 히어로영화 연출이 기대감을 주는 이유다.
쿠키 영상
<모비우스>에는 두개의 쿠키 영상이 있다. 특히 두 번째 영상의 경우, <베놈> 시리즈와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쿠키를 통해 던져진 질문, 과연 마블과 소니 스파이더맨 유니버스는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지, 앞으로 스파이더맨이 어떤 적들과 (또다시) 만나게 될지에 대한 단서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