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가 피 묻은 돈이 든 차를 몰며 누군가에게 다급히 전화를 건다. 어제 막 해고를 당한 젠산(데이빗 다스트말치안)이 생활고를 해결하기 위해 도박장을 찾았다가 우발적으로 사람을 찌른 것이다. 마을을 떠나기로 마음먹은 젠산은 연인 루비(캐런 길런)에게 최소한의 짐을 챙겨 나오라고 말한다. 그런데 정말 황당하게도 약속 장소에 서 있는 루비의 팔에는 처음 보는 갓난아이가 들려 있다. 제발 어딘가에 내버려두고 오라는 젠산과 절대 그럴 수 없다는 루비의 다툼과 함께 그들의 도주가 시작된다. 그런 그들을 향해 경찰이 포위망을 좁혀온다.
<천국에서 무덤까지>는 상처받은 사람들이 어떤 과정을 통해 스스로 무덤으로 향하게 되는지 로드 무비의 형식으로 그려낸다. 러닝타임의 대부분은 이들이 도주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일들로 채워져 있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감각적인 영상과 음악의 활용에서 테런스 맬릭의 영화가 연상되기도 한다. 두 남녀의 선택과 행동이 쉽사리 납득가지 않을 정도로 서사는 불안정하지만, 후반부에 밝혀지는 사연을 듣고 나면 고개가 끄덕여질 수도 있다. 결말도 적당한 충격을 준다. <다크 나이트>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듄> 등 잠깐의 출연에도 항상 뇌리에 각인되는 연기를 보여줬던 배우 데이빗 다스트말치안의 진한 감정 연기를 감상할 수 있다. 그는 이 영화의 각본에도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