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런히 벚꽃 명소를 찾아다니진 못하더라도 틈틈이 길가의 꽃들은 살피자는 마음으로 4월을 맞이했다. 갑자기 꽃이 좋아지면 나이 먹은 거라던데, 요즘의 내가 그렇다. 꽃만 보면 카메라를 들이대고, 틈틈이 꽃 그림을 그리고, 꽃무늬 옷이 그렇게 눈에 들어온다. 이번주 <씨네21>의 표지도 꽃을 든 배우 박형식의 사진이 최종 후보에 올랐으나…. 아무튼 <씨네21>에도 꽃이 피었다. 다름 아닌 형형색색의 이야기꽃. 고유한 색과 향을 지닌 사람들의 인터뷰 기사가 1351호에 가득 실렸다.
영화 <배심원들> 때 만난 적 있는 박형식은 해로운 첨가물이 조금도 섞이지 않은 유기농의 배우로 기억한다. 구김 없는 성격과 성실한 태도, 앞뒤 재지 않고 좋아하는 것을 향해 전력 질주하는 마음까지. 좋아하는 것을 순수하게 좋아하는 마음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알기에, 박형식의 태도는 신선하게 다가왔다. <배심원들>을 마치고 군대에 다녀온 그는 드라마 <해피니스>와 디즈니+에서 공개된 <사운드트랙 #1> 등으로 배우로서의 행보에 속도를 붙이는 중이다. “옳다고 믿는 것과 재밌다고 생각하는 것을 지키면서 연기하겠다”는 대답에서, 여전히 건강한 박형식의 태도를 확인할 수 있어 어찌나 반가웠던지.
지난 3월21일엔 봄이 온다는 소식만큼이나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는데, <여름이 온다> <파도야 놀자>의 이수지 작가가 한국 작가 최초로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수상한 것이다. 첫 번째 안데르센상 후보에 오른 2016년에 이어 김혜리 기자가 이수지 작가를 만났다. 이수지 작가의 그림책은 보고 읽고 이해하는 통상의 독서 과정을 따르게 놔두지 않고 총체적으로 책을 감각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종이잡지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한계 있는 종이가 좋다”거나 원본과 복제, 종이책과 전자책에 대한 생각을 들려주는 대목에서 혼자 조용히 공감하고 위로받기도 했다.
재미있는 두개의 대담도 놓치면 섭섭하다. ‘왜 나는 극장에 가지 않는가’라는 주제로 영화 관객의 솔직한 생각을 들어본 관객 대담이 있고, 야구 시즌을 맞아 야구, 영화, 한화 이글스라는 애정(애증일까?)의 대상을 공유한 세명의 감독이 들려주는 야구 토크도 준비했다. 야구장에서뿐만 아니라 극장에서도 시원하게 홈런 치는 영화들을 만나고 싶은 바람을 담았다.
마지막으로, <씨네21> 객원기자 모집에 합격한 4명을 소개한다. 부산대학교 학보사에서 활동했고 단편영화 연출 경험을 지닌 이우빈씨, 독립잡지 ‘매거진 너드’ 필름팀에서 영화 글을 쓰고 있는 문학도이자 영화학도인 정재현씨, 대학원에서 일제강점기의 한국영화사 등을 공부한 정예인씨, 대학에서 미디어학과 스토리텔링을 전공하고 아카이빙과 계보 정리에 관심이 많다는 이유채씨다. 이들도 <씨네21>에서 홈런을 칠 수 있길, 독자들의 응원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