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사랑 후의 두 여자' 배우 요안나 스찬란 "여성의 섹슈얼리티에 대해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2022-04-14
글 : 송효정 (영화평론가)

담담히 묵상적 삶을 살아온 메리의 삶은 남편의 죽음 후 무너져내리고 있다. 오열도 비탄도 없이 섬세하게 절제된 연기로 백인 무슬림 여성이 겪는 상실의 여정을 선보인 요안나 스찬란은 올해 가장 주목받는 영국 독립영화 <사랑 후의 두 여자>를 통해 영국아카데미영화상과 영국독립영화상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연기 이력의 전성기를 맞았다. TV코미디 시리즈에서 우먼파워를 보여준 대기만성형 배우이자 극작가, 제작자로 분주히 활동하고 있는 요안나 스찬란에게 연기와 영화에 대한 경험을 물었다.

- <사랑 후의 두 여자>에 출연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 이슬람 문화에 대해 더 많이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첫 장편을 준비하는 감독과 함께할 수 있어서 기대가 컸다. 시각, 색채, 소리를 통해 고유한 방식으로 이야기하는, 커리어의 시작점에 선 신인감독과 작업하는 건 늘 흥미롭다.

- 영화에서 개종한 백인 여성 무슬림으로 등장한다.

= 예전보다 백인 무슬림이 많아졌고 온갖 인종이 모여 있는 대도시에서 이슬람 복식을 입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는 일도 낯설지 않다. 극중 메리는 실제 알림 칸 감독의 어머니인 웬디를 모델로 한 배역이다. 웬디는 런던 동부에서 자라나 어린 나이에 결혼하며 이슬람교로 개종했다. 웬디는 무슬림이자 어머니로서 특별한 정체성을 확립해왔다. 알림 칸 감독은 그러한 혼종된 헤리티지와 문화적 영향력 안에서 자랐던 것이다.

- 메리가 감정을 드러내는 방식이 인상적이다. 감독과 연기에 대해 어떤 대화를 나눴나.

= 두 가지 방법을 통해 메리의 정서적 삶을 따라가고자 했다. 첫째는 남편의 외도를 인지하게 된 이후에도 그에 대한 사랑을 유지하려 했던 것이고, 둘째는 그러한 인지의 와중에 신과 고투하는 것이었다. 영화는 메리의 삶에 새로운 아이가 나타남으로써 그녀의 겸허한 신앙이 보상받음을 보여준다. 알림 칸 감독은 메리가 자연주의적 방식으로 표현되지 않길 바랐다. 리얼리티를 모방하거나 심리적 단서를 표현하지 않고도 감정적 삶의 여정을 완벽하게 경험하는 방법 말이다.

- 도버와 칼레 두 도시가 중요하게 등장한다. 해협은 어떠한 장소를 상징하나.

= 풍경은 메리가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그녀가 도버와 칼레 안팎에서 어떤 것을 느끼는지 이야기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도버와 칼레는 영국-프랑스 문화사에서 중요한 역사적 장소를 표상한다. 도버는 셰익스피어의 <리어 왕>에서 삶의 끝이자 지구의 끝으로 인용된다. 달성하기 어렵지만 간혹 사람들은 그 해협 사이를 헤엄쳐 건너기도 한다. 근래에는 수많은 난민이 영국에서의 새로운 삶을 위해 건너오는 과정에서 죽기도 하는 장소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에 맞서 싸우는 영국군의 사기를 북돋기 위한 도버의 백악 절벽에 관한 유명한 노래도 있다.

- 영화 속 당신이 연기한 메리와 나탈리 리샤르가 연기한 주느비엔느는 어떠한 관계인가.

= 메리와 주느비엔느는 같은 남자의 아이를 낳았던 두 여성이다. 이 사실을 통해 두 사람은 불가분의 관계가 된다. 서로 호감을 느낄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상대방을 향한 감정보다 아들 솔로몬의 미래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으며 성숙하게 극복해간다. 두 여성 모두 어머니이자 연인이었고 서로 다른 규범의 소유자였다. 이것은 부분적으로 신성한 삶과 세속적 삶에 대한 관계로 설명될 수 있지만 오늘날 모성을 정의할 수 있는 보다 복잡하고 풍부한 방법으로도 이해 가능한 것이다. 그녀들은 이분법적인 대립이 아니라 여성적 삶의 경험의 다양한 면 중 일부를 반영하고 있다.

- 영화에서 메리가 거울을 보고 벗은 몸을 드러내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 문화적으로 비만인 여성의 몸이 그다지 매력적으로 그려지지 않기 때문에 내가 배신당하고 바람피우는 남편을 가진 여성의 역할에 종종 캐스팅된 게 아닌가 싶다. 달리 보면 작가들이 무심코 남성주인공의 행동에 변명의 이유를 덧붙이고 있는 것도 같다.

- 갓 60대에 접어든 지금이 최전성기로 보일 만큼 활약이 대단하다.

= 운 좋게 연기 커리어의 전성기를 맞았다. 배우는 다양한 시기에 최적의 캐스팅 연령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지닌 직업이고, 지금 그 기회가 내게 주어진 것이다. 주연이든 조연이든 직업 연기자거나 커뮤니티 프로젝트 작업이거나, 연기는 내게 성공과 실패의 문제가 아니라 창조적 행위와 관련된 일이기에 늘 이를 즐긴다.

- <게팅 온>(Getting On) 등 TV시리즈물 각본 작업들을 해왔고 직접 출연하기도 했다. 코미디 장르에 대한 극작과 연기는 어떠한 의미인가.

= 동료 배우들과 하는 코미디 연기를 좋아한다. 유쾌한 동료들과의 협업은 행운이다. 코미디라는 렌즈를 통해 삶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이 좋다. 인생이란 고통스럽고 불가해한 동시에 우스꽝스럽다. 거기서 근사한 마찰들이 생겨나는 거다.

- 코로나19 이후 여성이 경험하고 있는 섹슈얼리티에 대한 인스타그램 쇼 <섹스 라이브스>(Sex Lives)를 공동 제작했다. 당신의 드라마 속 배역들은 ‘미투 운동’ 이후 여성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공론화를 반향하고 있는 듯 보인다.

= 여성의 섹슈얼리티가 실제 여성들이 경험하는 만큼 문화 전반에 걸쳐 풍부하게 묘사되지 않고 있기에 이에 대한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느낀다. 특히나 가부장주의적 포르노그래피의 틀과 같은 문화적 규범에서 벗어나 있는 솔직한 토론이 여성 고유의 뉘앙스를 담아 이야기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 마지막으로 지금 진행 중인 작품이나 제작 계획 중인 프로젝트가 있으면 설명해달라.

= 다음 작품은 영국 TV용 드라마 <더 라이트>(The Light)다. 살인을 저지른 딸의 어머니가 법을 어기는 와중에 정체가 모호한 저널리스트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이야기다.

사진제공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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