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한화 이글스가 변화를 선언했다. 한화의 심장이라 불렸던 베테랑 김태균 선수의 은퇴식을 시작으로 20대 초중반의 젊은 선수들로 팀을 꾸리고 메이저리그에서 활동한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을 새롭게 영입했다. 이들은 ‘THIS IS OUR WAY’라는 슬로건과 함께 자신들이 나아갈 방향을 다시금 환기시키며 필드에 올랐다. 이러한 한화 이글스 리빌딩의 1년을 기록한 다큐멘터리가 지난 3월24일 왓챠에서 공개됐다. 공개 직후 왓챠 시청 순위 1위에 오른 <한화이글스: 클럽하우스>엔 지난해 한화 이글스가 치른 144경기, 그리고 경기장 뒤편의 경영진, 프런트, 코칭 스탭의 치열한 고민이 압축적으로 담겨 있다. <씨네21>은 <한화이글스: 클럽하우스>를 연출한 박경원 감독과 <1984 최동원>의 조은성 감독, <낫아웃>의 이정곤 감독과 함께 <한화이글스: 클럽하우스>에 관해 이야기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다큐멘터리와 야구에 관한 애정으로 틈 없이 이어졌던 세 감독의 대화를 전한다.
박경원 왓챠 오리지널 <한화이글스: 클럽하우스>를 연출했다. 어릴 때 현대 유니콘스를 좋아했고, 현대 유니콘스가 해체된 후로는 한팀에 적을 두지 않고 야구를 관람했다.
이정곤 지난해, 고교야구 유망주 광호가 신인 드래프트에 탈락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첫 장편 <낫아웃>이 개봉했다. 2009년부터 한화 이글스를 응원해왔다.
조은성 대표작으로 다큐멘터리 <무현, 두 도시 이야기>, 1984년 한국 시리즈에서 롯데 자이언츠의 우승을 이끈 최동원 선수의 투혼을 기록한 <1984 최동원>이 있다. 롯데 자이언츠와 한화 이글스에 대한 애정이 깊다.
- 야구 다큐멘터리, 극영화를 연출했을 뿐 아니라 야구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감독님들을 한자리에 모셨다. 먼저 <한화이글스: 클럽하우스>를 어떻게 봤는지부터 묻고 싶다.
박경원 편하게 말씀 부탁드린다. (웃음)
이정곤 원래 한화 이글스 팬이라 한화 이글스의 클럽하우스를 본다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경험이었다. 프로 구단에 관한 다큐멘터리는 거의 없었기 때문에 신선했고 한편으로 더그아웃 뒤편의 프랜차이즈 스타들이 없어서 짠했다. 정말 리빌딩 과정을 거치고 있다는 걸 실감했다.
조은성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팀 선덜랜드에 관해 다룬 다큐멘터리 <죽어도 선덜랜드>를 굉장히 좋아한다. 이런 컨셉을 한국에 적용하면 과연 어떤 팀이 할까 싶었는데 한화는 뜻밖이었다. 절박함이 없는 팀이 이런 촬영을 허용할 리가 없는데, 모기업이 대기업인 한화는 별로 아쉬울 게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국은 스포츠의 95% 이상을 중계로 소비하고 그걸로 야구 프로그램이나 방송을 제작한다. 그런 의미에서 <한화이글스: 클럽하우스>는 한 프로 구단의 1년을 직접 팔로하며 기록한 훌륭한 작품이다. 다른 팀들도 이 문화를 이어받아 시즌제로 진행하면 좋겠다.
- 다큐멘터리가 공개된 이후 왓챠 시청 순위에서 계속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 정도 반응을 예상했나.
박경원 팬층이 두터운 팀이라 많이들 보실 거란 예상은 했다. 그보다 그들이 납득할 만한 결과물인지가 더 고민이었다. 회사원이나 사회초년생들의 이야기도 담겨 있기 때문에 야구라는 장벽을 넘어 이야기가 더 확장되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었다.
- 첫 촬영은 언제 시작했나.
박경원 지난해 1월25일 수베로 감독의 취임식 때부터다. 조금 급하게 들어가느라 그날도 무리해서 촬영했다. 그렇게 취임식과 스프링캠프를 지나 11월에 촬영을 마무리했고 11월 중후반부터 2월 말까지 편집을 했다.
조은성 쉽지 않았을 것 같다. <1984 최동원>은 돌아가신 분의 이야기고 기록이 있기 때문에 완벽하게 구성을 해놓고 들어가는 게 가능했다. 그런데 한화 다큐멘터리의 경우는 변수가 굉장히 많았을 거다.
박경원 정말 무식하게 찍는 수밖에 없었다. 가령 트레이드되는 선수가 내일 오후 12시까지 온다는데, 처음 오는 선수가 12시에 시간 맞춰 올 리가 없지 않나. 그럼 10시부터 가서 기다리고 있는 거다. 프런트에서 준비하던 계약이 무산되는 등 팔로업하다 흐지부지되는 이벤트들도 있었다. 그래서 매 순간 망해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망해가는데 내가 이걸 계속 하고 있구나. 찍으면서 분명 반짝이는 순간들이 있었지만, 그 과정이 쉽진 않았다.
조은성 프런트에선 얼마나 제재를 했나. 지난해 코로나19와 관련된 사건이 하나 있었고, 그로 인해 프로야구 경기가 멈췄었다. 그 사건에 한화 이글스 선수들도 일정 부분 기여했기에 이런 부분은 촬영을 자제해달라고 요청이 오지 않았을까 싶었다.
박경원 최대한 존중하고 많이 열어주셨다. 해당 사건 때 카메라의 존재자체를 굉장히 부담스러워하긴 했다. 그럼 우리도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방송처럼 짧게 하는 콘텐츠는 내가 욕심내서 들어갈 수도 있지만 장기 프로젝트였고, 기본적으로 내일도 경기를 뛰는 선수들이라는 점 때문에 결과에 영향이 미칠까봐 위축이 많이 됐다.
- 김태균 선수의 은퇴식이 치러지고 그 빈자리를 새로운 얼굴들이 채우는 걸 보면서 한화 이글스의 변화를 실감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선수들이 있었나.
조은성 시즌 중에 방출된 포수. 이름이 뭐였더라?
박경원 박준범 선수. 지금은 전략 분석가가 됐다.
이정곤 박준범 선수가 방출될 때 수베로 감독이 안아주는 장면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조은성 코멘트도 멋있었다. “네가 지금 운다는 건 야구를 그만큼 사랑하고 있다는 거다. 네가 진정 야구를 사랑한다면 길이 있을 것이다.” 보통 지도자들이 그렇게는 이야기 잘 안 하는데 해외 메이저리그를 경험해서 그런지 헤어지는 방식을 잘 아셨던 것 같다.
이정곤 “Don’t give up”이라고 계속 말씀하시는 게 와닿더라. <낫아웃>이 아버지가 주인공 광호를 안아주는 장면으로 끝나는데, 이런 식으로 찍었으면 더 좋은 영화가 됐을 거라고 생각했다. 박경원 감독님도 찍으면서 ‘이건 건졌다’고 생각했을 것 같다.
조은성 사실 방출이 프로야구 구단에서 엄청나게 중요한 스토리지 않나. 1년에 약 1100명의 고교 야구 선수가 배출되는데 그중 프로로 가는 선수들이 110명 남짓이고 그중 1군에 올라가는 선수는 40명, 주전이 되는 선수는 20명이다. 그래도 프로 구단에서 조금이라도 뛴 선수들은 미래를 그려볼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상황이 어려워진다. <낫아웃>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
박경원 잘 몰랐는데 대졸 코너 외야수들에게는 정말 기대를 별로 하지 않더라. 알고 나서 보니 <낫아웃>이 더 씁쓸했고 그래서 드래프트에서 선발되지 못한 광호의 미래가 걱정이 많이 됐다.
이정곤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드래프트가 눈에 들어오긴 하더라. 팬데믹 상황이기 때문에 담길 수 있었던 장면이다. 인상적이었던 선수에 관해 이야기하자면, 지난해 한화 이글스의 주인공은 내야수들이었다. 이들이 잘 자리 잡고 성장하면서 리빌딩이라는 흐름을 제대로 가져갈 수 있었다.
조은성 보통 리빌딩에 3년이 걸린다고들 한다. 1년은 지켜보고 2년차에 갈아엎고, 3년차부터 성과가 나오기 시작하는 거다. 지난해는 수베로 감독이 누가 어떤 가능성을 지녔는지를 계속 살피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박경원 수베로 감독이 가장 고민한다고 느낀 지점도 그거였다. ‘어린 선수들에게 기회를 줘야지’ 하고 100타석을 줬는데, 점점 무너지니 ‘그런데 왜 이렇게 중압감을 못 이기지’ 하며 고심하다가 결국 선수들을 2군으로 내려보낸다. 2부에서 그런 어른들의 시각을 많이 보여줬다면, 반대로 3부에서는 어린 선수들의 이야기를 듣고자 했다. “어느 정도 준비가 잘되어 있어야 패기도 생길 수 있다”는 선수의 말에 공감이 많이 됐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선수에게 한번 해봐라 하는 건데, 그들 입장에서도 쉽지 않다. 밤에 따로 훈련도 열심히 한다. 어른들 입장에선 패기 없이 찌그러져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그래서 그런 선수들의 이야기를 잘 보여주고 싶었다.
이정곤 잘되는 선수들은 사실 다큐에 안 나올 수밖에 없다. 계획한 대로 잘되고 있는 거니까 오히려 외야진이나 방출되는 선수들에게 더 눈이 가는 거다.
조은성 그렇지. 열심히 했는데 경기가 잘 안 풀리고, 방출되는 선수들의 이야기가 관객에게도 더 와닿을 수밖에 없다.
- 다큐멘터리에서 다룬 인물들이 정말 많다. 144번 치러진 경기도 전부 팔로업했는데, 여러 입장과 상황을 고려해야 해서 편집 단계에서 고민이 많았겠다.
박경원 개인적으로 ‘삼국지’라고 표현했다. 1월에 처음으로 스프링캠프를 갔는데 1, 2군 선수 70여명이 전부 마스크를 쓰고 훈련하고 있었다. 프런트 직원들까지 하면 80~90명인데 정말 미치겠더라. 인물이 많은 건 힘든 일이었지만, 한 경기를 보더라도 구단 내에 정말 다양한 입장이 존재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예를 들면 경기를 하는 선수들과 이를 바라보는 경영진이 있고, 그 뒤에는 프런트 직원이 있다. 안쪽에는 코칭 스탭들이 있고, 시야를 넓히면 서산에서 1군의 경기를 보는 2군 선수들이 있다. 누구의 입장이 맞다기보다 수많은 시선이 오간다는 걸 직관적으로 보여주고자 했고, 오피스 다큐멘터리적인 느낌도 주고 싶었다.
이정곤 단장이 이야기하는 건 그래도 많이 봤는데 대표이사가 이야기하는 건 처음 봤다. 대표이사가 1년간 야구단을 운영하면서 어떤 고민을 했는지가 신기하고 흥미로웠다.
조은성 개인적으로는 <미생>의 야구 버전을 본 느낌도 들었다.
박경원 <미생> 같은 느낌을 주고 싶긴 했다. (웃음) 누군가는 20대 중반에 일을 잃고 우는데 누군가는 FA(자유계약)에서 대박을 터트리겠다고 말한다. 여긴 개인 사업자들의 공간이고, 누군가는 트레이드돼서 오지만 누군가는 나의 쓰임이 다했다는 것을 느끼며 밀려나는 공간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조은성 그런 과정들을 전부 기록했다는 측면에서 중요한 다큐멘터리라고 생각한다. 한국은 우승만 하면 된다, 메달만 따면 된다는 정서가 여전히 팽배해서 실패의 과정을 복기하고 논하는 과정이 계속 부재하다. 그러니 스토리가 남지 않는 거다.
박경원 지금 20대들이 야구에 별 관심이 없다는 걸 야구계에서는 꽤 충격적으로 바라보더라. 그래서 다큐멘터리와 같이 과정과 스토리를 기록하는 콘텐츠를 시도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지난 한국시리즈 우승팀이 잘 기억이 안 난다. 하지만 스토리라인이 있다면 분명 기억하는 것도 다를 거다. 한화 이글스도 리빌딩이 잘돼서 성적이 좋아지고 우승까지 하게 된다면 <한화이글스: 클럽하우스>를 다시 보는 분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
- 앞서 촬영을 하면서 “반짝반짝 빛나는 순간이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박경원 감독에게 그 빛나는 순간은 언제였는지, 다른 두 감독님들에게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았던 순간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박경원 ‘내가 이 순간을 위해 이렇게 시간을 썼구나’ 생각하는 지점들이 있었다. 표면적으로는 예고편에 많이 쓰인 수베로 감독님이 화를 내는 장면이고,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장면은 이성곤 선수가 삼성에서 트레이드돼 오는 장면이다. 단장님이 “이성곤 선수는 타격이 굉장히 훌륭하다. 워싱턴 코치와 잘 맞을 것이다”라고 말하는 뒤편에 이성열 선수가 있다. 나는 그때의 이성열 선수가 너무 궁금했다. 왜냐하면 포지션이 같아서 이성곤 선수가 온다는 건 누가 봐도 자기가 밀려난다는 이야기거든. 뜸을 들이다 이성열 선수에게 다가갔는데, 옆에 있던 이도윤 선수에게 “형 이제 마지막인 것 같다”고 말하더라. 큰 이벤트나 인터뷰보다 이런 현장성 있는 장면들을 찍었을 때 특별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조은성 나는 조명탑을 지나 운동장으로 이어지는 인트로 장면이 멋있었다. 텅 빈 공간에 사람이 채워져야 비로소 야구가 성립된다는 메시지가 느껴졌다. 또 2군 숙소를 드론으로 쭉 비추는 장면이 좋았다. 누구는 스윙 연습을 하고 누구는 통화를 하고, 누구는 야구를 보는 그신이 짧은데 인상적이었다. 다들 여기 있을 게 아니라 야구를 해야 하는데 싶어 안타깝기도 했다.
박경원 딱 그 두 장면을 알아봐주셔서 기쁘다. 극영화가 아니라 의도를 갖고 찍을 수 있는 장면이 많지 않은데, 그 두 장면은 의도를 담아 찍고 싶었다. 1군 선수의 경기를 바라보는 2군 선수들을 그렇게 촬영해보고 싶었고, 타이틀의 경우 보통 스포츠 다큐멘터리니까 기대하는 장면이 있다. 멋있게 슬라이딩하고, 관중이 환호하며 울고 껴안고. 하지만 그런 클리셰를 넣고 싶진 않았다. 그날 경기의 치열했던 흔적들을 지나 클럽하우스를 파고들어가는 작품이라고 처음부터 분명하게 이야기를 하고 시작하고 싶었다.
이정곤 김범수 선수가 수베로 감독과 대화하다 우는 장면도 좋았다. 최고의 공을 가졌는데도 야구를 잘 못하고 있으니 질타를 많이 받는데, 비슷한 상황에 놓인 다른 선수들 그리고 선수가 아닌 사람들에게도 많은 생각할 거리를 안겨주는 장면이었다. 수베로 감독이 하주석 선수에게 화를 내는 장면도 좋았다. “1타석 무안타도 상관없다. 지금 팀은 이기고 있는데 왜 화를 내냐”며 리더로서의 태도에 관해 지적하는데, 아까 감독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개인 사업자들이 바글바글한 공간에서 갑자기 하나의 팀으로 뭉쳐지는 끈적함이 굉장히 잘 보이는 장면이었다.
박경원 거치 캠이 홀로 일을 잘한 결과다. (웃음)
- 카메라를 꺼달라는 요청도 많았나.
박경원 선수들이 부담스러워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3월 말에 있는 개막전 엔트리 발표가 그해 선수들의 운명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행사다. 선수들에게 너무 예민한 행사라서 촬영 오픈을 해도 될지 매니저님이 걱정이 많으셨는데, 수베로 감독님이 찍어야 한다며 열어주셨다. 미디어에 대한 이해가 높은 분이었다.
이정곤 제작진은 몇명 정도였나.
박경원 제작진은 9명 정도. 카메라 감독 세분이 A캠, B캠, C캠을 맡아주시고 내가 카메라 하나를 따로 들고 다녔다. 그리고 거치 캠이 있고, 조감독들이 경기 풀숏을 운용해주고 동시녹음하는 감독님 한분. 이 정도가 풀세팅이었다. 짐싸는 노하우가 많이 생긴 팀이고 10개 구단을 다 가봤다는 프라이드가 있다. (웃음) 이정곤 감독도 <낫아웃> 때 야구 신 찍기 힘들지 않았나.
이정곤 너무 힘들었는데 그렇다고 프로야구를 찍은 건 아니었으니까 좀 수월하긴 했다. 박 감독님이 말한 대로 찍긴 찍는데 제대로 찍는 게 맞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박경원 야구가 거리감이 꽤 있는 스포츠다. 타자 표정도 찍고 싶고 더 가까이 파고들고 싶은데 그물 밖에서 찍어야 하니까. 사이즈가 좀 아쉽긴 하다. 코로나 때문에 현장감도 덜했지만 그래도 오디오 수음은 좋았다.
- 관심 있고 좋아하는 무언가를 작품에서 다룰 수 있다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야구 다큐멘터리, 극영화를 찍은 감독님들에게 야구는 어떤 의미인가.
조은성 어릴 때 프로야구 선수를 꿈꿔 5년 넘게 야구를 했었다. 그렇게 한 가지 목표만 바라보며 무언가를 길게 해본 게 처음이었다.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한때 나의 전부였던 스포츠라고 말할 수 있다.
이정곤 내게 야구는 그냥 첫 영화다. 생각해보면 살면서 가장 오래 해온 일이 야구를 보는 것이다. 영화를 시작하고 나서도 야구영화를 찍게 될 거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그래서 영화 자체도 중요하지만, ‘첫’이라는 게 내겐 굉장히 큰 의미다.
박경원 가끔 ‘야구단에서 1년 살아보기’를 상상해보곤 하지 않나. 나는 정말 살아봤고 매일같이 그 공간에 있었다. 그래서 야구가 내게는 굉장히 강렬한 한 페이지로 남을 것 같다. 덧붙이자면 시청자들이 <낫아웃>과 <한화이글스: 클럽하우스> <1984 최동원>을 차례로 보셔도 좋을 것 같다. 어린 고등학생 친구들이 치열하게 지나온 과정, 그리고 최동원 같은 화려한 선수의 삶 같은 건 내가 촬영하면서 볼 수 없었던 그림들이다. 그럼에도 연결고리가 분명하게 있기 때문에, 다큐멘터리와 함께 같이 즐겨주시면 좋겠다.
내 인생의 야구 선수
박경원 가슴속에 한명만 있진 않지만, 굳이 뽑자면 최동원 선수. 스포츠만화의 주인공 같다. 이번에 다큐멘터리를 찍으며 느꼈지만 현재의 시스템에서는 다시 탄생하지 못할, 판타지와 다름없는 선수다.
조은성 최동원 선수. 최동원 선수로 인해 야구를 보고, 야구를 시작했기 때문에 당연히 그를 고를 수밖에 없다.
이정곤 류현진 선수. 아마 우리 세대는 다 류현진 선수일 것 같다. 또 김범수 선수처럼 빛나는 재능을 갖고 있지만 결국 포텐을 터트리지 못하고 은퇴한 한화 이글스의 김혁민 선수도 마음에 많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