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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의의 경쟁’ 구도로 돌아보는 배우 이혜리의 필모그래피 - 이혜리가 직접 답하다
한 눈에 보는 AI 요약
배우 이혜리는 다양한 작품을 통해 성장해왔다. <선암여고 탐정단>과 <응답하라 1988>에서 학생 역할로 대중적 인지도를 얻었으며, <투깝스>와 <일당백집사>에서는 전문직 여성 캐릭터에 도전했다. <청일전자 미쓰리>, <꽃 피면 달 생각하고>에서는 강한 여성상을, <간 떨어지는 동거>에서는 로맨틱 코미디의 매력을 경험했다. 영화 <물괴>부터 <열대야>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가고 있다.
  1. 이혜리와 학생 역할 - <선암여고 탐정단>, <응답하라 1988>
    1. 이혜리는 학생 역할로 대중적 인지도를 얻음
    2. 푸릇한 청춘과 순수한 열정을 표현하는 데 강점
    3. 교복을 입지 않은 덕선이의 모습에 대한 흥미로운 비하인드
  2. 전문직 여성 캐릭터 도전 - <투깝스>, <일당백집사>
    1. 방송기자 연기를 위해 실제 기자의 억양과 말투를 연습
    2. 장례지도사 역할에서는 감정 전달에 집중
    3. 주연배우로서 책임감을 느끼며 성장한 작품
  3. 강한 여성 캐릭터와 로맨틱 코미디 - <청일전자 미쓰리>, <꽃 피면 달 생각하고>, <간 떨어지는 동거>
    1. 사회 초년생의 성장 이야기와 조선 시대 금주령 속 도전
    2. 각 캐릭터에 대한 첫인상과 점차 몰입해가는 과정
    3. 로맨틱 코미디의 매력을 처음 경험한 작품
  4. 영화 속 이혜리 - <물괴>, <빅토리>, <열대야>
    1. 영화 현장의 속도와 분위기에 적응하는 과정
    2. 거제 사투리 연기 도전 및 해외 촬영의 색다른 경험
    3. 하드보일드 액션 영화에서 새로운 연기 변신 시도

혜리라는 대체 불가의 학생 - <선암여고 탐정단> <응답하라 1988>

<선암여고 탐정단>

<응답하라 1988>

학생은 배우 혜리를 대표하는 정체성이다. 그는 처음 주연급으로 출연한 작품(<선암여고 탐정단>)과 배우로서 대중적으로 인식된 작품(<응답하라 1988>) 모두에서 여고생을 연기했다. 선암여고 이예희와 쌍문여고 성덕선은 모두 우월을 가릴 수 없는 씩씩함과 애틋함을 가진 소녀였다. 그렇지만 사실 혜리는 “교복 입은 역할을 별로 한 적이” 없다. 그럼에도 그가 푸릇한 청춘과 향수 어린 학생 역할의 일인자로 일컬어지는 건 혜리라는 사람이 메마르지 않는 순수와 열정의 소유자이기 때문일 것이다. 혜리는 자신이 학원물에 자주 거론되는 이유가 “보통과 평범, 중간의 얼굴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거”라고 짐작한다. “그래서 감독님들이 관객과 시청자의 공감이 필요한 캐릭터에 날 불러주시는 게 아닐까 싶다. 그리고 나이보다 어려 보여서? (웃음)” 학생 이야기를 나누다가 문득 든 의문 중 하나. 교복 입은 덕선이의 모습은 왜 흐릿할까? “작품 본 시청자 대부분이 그렇게 느낄 텐데 실제로 덕선이는 교복을 입지 않았다. 1988년이 교복 자율화 시대라 사복 등교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엄마도 딱 그 당시 사람이어서 덕선이처럼 자신의 옷을 입고 학교에 다니셨다더라. 신기하고 재밌었다.”

프로페셔널함에 도전하다 - <투깝스> <일당백집사>

<투깝스>

<일당백집사>

<투깝스>와 <일당백집사>는 전문직 여성을 연기하는 혜리의 진지한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두 작품 다 직업에 대한 이해를 전제로 하되 캐릭터의 접근 방식은 사뭇 달랐다. 보도국 사회부 기자 송지안(<투깝스>)은 말 그대로 방송기자처럼 보이는 게 관건이었다. “현장 리포팅하는 장면들이 많았는데, 방송기자의 억양과 말투가 처음이라 어색해 보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본이 나올 때마다 자문받는 기자에게 리포팅 대사의 녹음을 요청했다. 촬영 직전까지 악보의 음을 하나씩 따듯 똑같이 외워” 체화했다. <일당백집사>는 작품 전체를 볼 수 있는 눈이 생긴 시기에 만난 드라마였다. “각 에피소드에서 다뤄지는 중심인물이 더 중요한 작품”이라고 이해한 뒤 장례지도사 백동주를 “이야기의 전달자”라고 넓게 해석했다. “동주를 드러내기보다는 그가 만나는 고인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싶었다. 각각의 귀한 사연과 내가 느낀 감정까지 고스란히 시청자에게 전달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주연배우로서 책임과 역할을 절감했기에 <일당백집사>는 주인공과 함께 성장한 작품으로 그에게 남아 있다.

칠전팔기의 여성 캐릭터와 로코의 설렘 - <청일전자 미쓰리> <꽃 피면 달 생각하고> <간 떨어지는 동거>

<청일전자 미쓰리>

<꽃 피면 달 생각하고>

한국의 말단 대리와 조선 후기의 아씨는 어떻게 연결될까? 망하기 직전의 회사를 사장 직함을 달고 재기시키려는 이선심(<청일전자 미쓰리>)과 금주령이 내려졌음에도 생계를 위해 술을 빚는 강로서(<꽃 피면 달 생각하고>)는 시대를 초월한 칠전팔기의 대가들이다. 그렇지만 혜리에게 두 인물의 첫인상은 차이가 있었다. 솔직히 이선심은 “처음엔 좀 혼내주고 싶은 캐릭터”였다. “정말 착하고 순수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하지!’ 하는 어수룩한 순간들이 많아서”였다. 그랬던 선심은 역지사지를 거치면서 장한 인물이 됐다. “사회 초년생 시절부터 똑 부러지는 사람은 없다는 얘길 듣고 나서야 데뷔 초 모든 게 새롭고 어려워서 자주 실수하던 내가 떠오르더라. 그때의 나에 비하면 선심인 아주 잘하고 있는 거였다.” 초심자의 서투름이란 공감대를 형성하고 나니 더뎠던 몰입도 급물살을 탔다. 반면 강로서는 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부터 멋있었다고. “‘어디 여자가~’라는 말이 서슴없이 붙던 시대에 이에 아랑곳없이 자유롭게 행동하는 인물이었다. 나라면 무언가를 금기시하는 사회 안에서 용기 있게 발언할 수 있을까? 쉽게 대답이 안 나올 만큼 로서가 대단하게 느껴졌고 어린 친구라 기특하기도 했다.” 닮고 싶은 인물의 강점은 바라던 대로 스며들었고 혜리는 자신감 있게 삶을 꾸려가는 법을 터득할 수 있었다.

<간 떨어지는 동거>

<꽃 피면 달 생각하고>는 같은 해에 공개된 <간 떨어지는 동거>를 불러내기도 한다. 로맨스물로 묶을 수 있는 두 작품 중에 더 강력한 사랑의 기운을 뿜는 건 후자다. <간 떨어지는 동거>는 의외로 로맨틱코미디 없는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혜리에게 “로코의 맛을 제대로 알려준 드라마”였다. “상대 배우와의 일대일 케미스트리와 귀엽고 사랑스러운 요소들을 어떻게 하면 잘 살릴까 하는 고민”은 꽤 달콤한 편에 속했고 “작품 분위기처럼 화기애애했던 현장은 지금도 불쑥 로맨틱코미디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길 정도”로 좋은 추억이 됐다. 무엇보다 개연성을 따지는 대신 달콤한 환상에 충분히 몸을 맡기는 촬영은 “연기의 새로운 맛”을 일깨웠다.

영화의 속도에 맞춰 나가며 <물괴> <빅토리> 그리고 <열대야>

<물괴>

<빅토리>

영화배우 혜리의 시작과 끝에는 <물괴>와 <빅토리>가 자리한다. 영화 데뷔작 <물괴>의 현장은 마냥 신기했다. <응답하라 1988> <투깝스>등 몇편의 드라마 주연작을 거치면서 현장을 직접 겪어봤지만 영화 현장은 다른 차원이었다. “뭔가가 다르게 돌아가고 있구나라는 걸 직감적으로 알았던 것 같다. 그동안 드라마를 해온 내게 현장은 ‘빠름’이었다. 하루에 최대한 많은 신을 찍어야 했으니까. 그에 비하면 영화 현장은 천천히 흘러갔다. 하루에 한신 찍는 걸 겪고 어찌나 놀랐던지! (웃음) 적응하는 데 급급했으나 집중을 요하는 호흡이 좋았다.” 중간에 <판소리 복서>를 거친 뒤 <빅토리>로 오랜만에 찾은 영화 현장은 “영화는 이렇게 찍었었지” 하는 재적응이 필요했다. 거제 사투리 연기라는 어려운 미션을 완수할 수 있었던 건 변함없이 그 집중과 호흡으로 “자기 일을 잘해내는 사람들이 모인 환경 덕분”이었다. 배우 혜리의 영화 이력은 하드보일드 액션 <열대야>가 이어간다. “방콕 올로케이션”이라 역시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지만 “100% 해외 촬영이 주는 색다른 즐거움”을 만끽한 작품이었다. 그가 맡은 걸 그룹 출신 아리는 새로운 삶을 찾아 방콕으로 터전을 옮긴다. “조력자 역할이라 시선의 차이에서 오는 매력이 있더라. 아리는 한방이 있고 목표를 위해 달려가는 친구라 아주 멋있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