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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안 보면 후회한다, 재팬무비페스티벌 6편
한 눈에 보는 AI 요약
재팬무비페스티벌에서 상영되는 6편의 일본 영화는 실험적 영상 기법과 독특한 서사를 자랑한다. 마쓰모토 도시오의 '장미의 행렬'은 트랜스젠더 캐릭터와 가부키 요소를 결합한 작품이며, 데라야마 슈지의 '책을 버리고 거리로 나가자'와 '전원에 죽다'는 청춘의 혼란과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탐구한다. 스즈키 세이준의 '지고이네르바이젠'은 미스터리와 초현실적 요소가 강한 작품이며, 모리타 요시미쓰의 '가족게임'은 일본 교육과 가족 구조를 풍자한다. 마지막으로 소마이 신지의 '태풍 클럽'은 사춘기 청소년의 불안과 해방을 감각적으로 표현한다.
  1. 장미의 행렬
    1. 게이 바에서 일하는 드랙퀸 에디와 복잡한 삼각관계를 그린 영화
    2. 실험적인 영상 기법과 몽타주를 활용하여 독창적인 서사 구축
    3. 가부키극 요소를 차용해 젠더 퍼포먼스를 영화적으로 확장
  2. 책을 버리고 거리로 나가자
    1. 가족과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소년의 방황을 그린 작품
    2. 연극, 사진, 만화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실험적 영상미
    3. 일본 학생운동과 반미주의 정서를 반영하며 청춘의 혼란을 탐구
  3. 전원에 죽다
    1. 데라야마 슈지의 자전적 단가집을 바탕으로 한 영화
    2. 소년의 성장과 내면의 갈등을 환상과 현실의 경계를 허물며 표현
    3. 부조리극을 연상시키는 초현실적 이미지와 강렬한 색감이 특징
  4. 지고이네르바이젠
    1. 교수 아오치와 친구 나카사고 사이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
    2. 유령처럼 사라지고 등장하는 인물들이 초현실적 분위기 조성
    3. 죽음과 환상을 넘나드는 스즈키 세이준의 미학이 집약된 작품
  5. 가족게임
    1. 입시 경쟁 속에서 무너지는 가족과 교육 제도를 풍자
    2. 가정교사 요시모토의 독특한 교육 방식과 블랙유머가 돋보임
    3. 식탁 장면을 통해 현대 일본 사회의 단절된 인간관계를 표현
  6. 태풍 클럽
    1. 태풍 속에서 학교에 갇힌 청소년들의 혼란과 해방을 그린 영화
    2. 불안한 사춘기의 감정을 감각적으로 표현한 연출
    3. 이상한 동작과 춤을 통해 청춘의 생명력과 죽음에 대한 동경을 묘사

장미의 행렬 薔薇の葬列

감독 마쓰모토 도시오 | 출연 피터, 오가사와라 오사무, 쓰치야 요시오 | 제작연도 1969년 | 상영시간 107분 | 흑백 | 드라마 | 청소년관람불가

도쿄의 게이 바에서 일하는 에디(피터)는 손님들이 가장 많이 찾는 드랙퀸이다. 에디는 마담 레다(오가사와라 오사무)의 연인이자 가게 주인인 곤다(쓰치야 요시오)와 내연관계다. 레다는 둘 사이를 의심하고 에디를 질투한 나머지 해고하려 하지만 곤다는 전혀 다른 계획을 세운다. 일본 실험영화의 선구자 마쓰모토 도시오의 <장미의 행렬>은 대담한 몽타주와 실험적인 영상 기법을 세련되게 구사하는 영화다. 또한 일본영화에서 보기 드문 트랜스젠더 캐릭터를 오이디스푸스 신화와 엮어내는 동시에 여러 매체의 특성을 유기적으로 결합한다. 특히 여성의 역할을 남성배우가 연기하는 일본 전통 가부키극 요소를 차용한 장면에서 젠더 퍼포먼스를 영화적 차원으로 확장한다. 또한 여러 장면을 기점으로 시간을 왜곡해 인물의 시점을 변형하거나 과거, 현재, 미래를 오가며 다층적인 서사를 구축하고 다큐멘터리적 요소를 더해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탐구한다.

책을 버리고 거리로 나가자 書を捨てよ町へ出よう

감독 데라야마 슈지 | 출연 사사키 히데아키, 사이토 마사하루, 고바야시 유키코, 다나카 후데코 | 제작연도 1971년 | 137분 | 컬러 | 뮤지컬, 드라마 | 15세이상관람가

자유롭게 하늘을 날아가고 싶은 소년 키타무라 에이메(사사키 히데아키)에게는 벗어나고 싶은 가족이 있다. 상습적으로 물건을 훔치는 좀도둑 할머니, 전범이자 패배자인 아버지, 토끼만 좋아하고 사람은 싫어하는 여동생. 가축우리처럼 좁은 집을 나오고 싶어도 소년에게 출구를 찾기란 쉽지 않다. 학교 축구부에 새로 가입하지만 후보 선수조차 되지 못한 그는 길 위를 방황하며 현실과 환상 사이를 떠돈다. <책을 버리고 거리로 나가자>는 연극, 사진, 만화, 구인 광고 등 다양한 영상과 이미지가 실험적으로 혼합된 영화다. 1960년대 후반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 당시 일본 학생운동에 뿌리를 내렸던 반미주의가 영화 곳곳에 드러난다. 무기력한 소년과 그렇지 않은 청년 사이에서 영화는 청춘기의 혼란을 탐구한다. 당시 일본 청년의 심상을 대변하듯 현기증을 유발하는 카메라워크와 절규하듯 터져 나오는 사운드트랙이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전원에 죽다 田園に死す

감독 데라야마 슈지 | 출연 하라다 요시오, 다카노 히로유키, 하라 이즈미, 하루카와 마스미, 기무라 이사오, 미카미 간 | 제작연도 1971년 | 137분 | 컬러 | 뮤지컬, 드라마 | 15세이상관람가

데라야마 슈지 감독의 자전적 요소가 담긴 동명의 단가집을 바탕으로 영화화한 <전원에 죽다>에서 화자인 소년(다카노 히로유키)은 자신의 기억과 내면을 돌아보며 독백을 이어간다. 시골 마을에 살고 있는 소년은 아버지가 실종된 후 어머니와 함께 자라면서 자신이 이해받지 못한 성 충동에 대한 답답함을 토로한다. 소년은 이웃 여인을 훔쳐보며 남몰래 사랑의 도피 행각을 꿈꾸기도 하지만 결국 도시로 떠났다가 성장한 후 다시 전원으로 돌아온다. 그곳 시골 풍경은 소년의 말처럼 전혀 아름답지 않으며 오히려 신비롭고 불길한 장소로 그려지고 있다. 영화는 현실과 환상 사이의 경계를 지속적으로 허문다. 이에 보태듯 여러 인물이 마치 과거의 망령인 듯 얼굴에 하얀 분칠을 한 채로 등장하기도 한다. 부조리극을 연상케 하는 상징적이고 초현실적인 이미지와 화려한 색감은 <전원에 죽다>만이 지닌 독특한 분위기를 더욱 강조한다.

지고이네르바이젠 ツィゴイネルワイゼン

감독 스즈키 세이준 | 출연 하라다 요시오, 오타니 나오코, 후지타 도시야, 오오쿠스 미치요 | 제작연도 1980년 | 144분 | 컬러 | 미스터리, 스릴러, 드라마 | 청소년관람불가

교수 아오치(후지타 도시야)는 바닷마을을 떠도는 옛 친구 나카사고(하라다 요시오)와 재회한다. 게이샤 코이네(오타니 나오코)와 함께 정다운 시간을 보낸 뒤 나카사고의 결혼 소식을 들은 아오치는 친구의 집을 방문하는데 코이네와 똑 닮은 나카사고의 아내를 보고 깜짝 놀란다. 다시 방랑길에 오른 나카사고가 없는 집을 찾은 아오치는 기이한 일을 겪는다. 한편 병상에 있는 처제를 병문안한 아오치는 나카사고가 아오치의 아내 슈코와 함께 병실을 찾아온 일을 듣는다. 사라사테의 곡에서 제목을 딴 <지고이네르바이젠>은 스즈키 세이준의 미학이 정점에 달한 미스터리의 정수를 보여준다. 세명의 걸립꾼은 유령처럼 사라졌다 등장하기를 반복하는데 다섯 남녀를 둘러싼 치정과 비극을 예언하면서 영화에 혼란을 가중한다. 살아 있으면서 썩어가는 살과 과육을 탐하는 영화 속 인물은 환상을 뛰어넘어 마침내 죽음의 경계에 다다른다.

가족게임 家族ゲーム

감독 모리타 요시미쓰 | 출연 미야카와 이치로타, 마쓰다 유사쿠, 이타미 주조, 유키 사오리 | 제작연도 1983년 | 106분 | 컬러 | 코미디 | 15세이상관람가

평범한 누마타 4인 가족. 차남인 시게유키(미야카와 이치로타)는 고등학교 입시를 앞둔 수험생이다. 부모는 성적이 좋지 않은 데다 싸움까지 일삼는 시게유키가 형 신이치처럼 명문고에 입학하기를 희망한다. 시게유키의 입시를 위해 고용한 가정교사 요시모토(마쓰다 유사쿠)에게 아버지는 시게유키의 등수가 오를 때마다 성과금을 약속하고, 요시모토의 종잡을 수 없는 학습 지도가 시작된다. 붕괴하는 가족과 교육 제도를 풍자하는 <가족게임>은 현대화된 일본 사회에서 관계와 개성이 말살된 개인을 그린다. 금전적 지원에 자부심을 가진 아버지와 자녀의 학습 성취도로 평가받는 어머니는 현실을 반영한 인물이다. 반면 예의와 사양을 미덕으로 삼는 일본인의 전형에서 벗어난 요시모토는 사회 풍자적 인물로 그의 뻔뻔한 화법이 블랙유머를 이끈다. 식탁에 나란히 앉은 네 가족과 요시모토는 이 영화의 가장 상징적 장면으로 서로를 결코 마주 볼 수 없는 현대인을 묘사한다.

태풍 클럽 台風クラブ

감독 소마이 신지 | 출연 미카미 유이치, 구도 유키, 미우라 도모카즈 | 제작연도 1985년 | 114분 | 컬러 | 드라마 | 15세이상관람가

중학생인 쿄이치(미카미 유이치)는 야구부를 그만두고 공부에 전념하기로 한다. 친하게 지내는 같은 반 친구 리에(구도 유키)가 최근 불량해 보이는 야스코 일행과 어울리는 것이 쿄이치는 영 마음에 걸린다. 맹렬한 태풍이 예고된 날, 학교에 갇혀버린 일곱명의 소년 소녀와 같은 날 집을 나와 도쿄로 향한 리에의 이야기가 수학 선생님 우메미야의 이야기와 교차하며 진행된다. 태풍이 예고된 전날부터 비가 그친 월요일 아침까지를 담은 <태풍 클럽>은 불어닥친 폭풍우 앞에서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두려워하는 사춘기 아이들의 불안한 정서를 감각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아이들은 밖으로 뛰어나가 내면의 혼란을 거침없이 분출한다. 의미를 알 수 없었던 이상한 동작과 대사는 여럿이 모여 춤을 추는 롱테이크에 이르러 비로소 하나의 흐름으로 완결된다.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생명력으로 가득한 청소년기에 죽음을 가장 동경한다는 역설을 뛰어나게 포착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