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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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모호한 대상 (1977)
청소년 관람불가
103분 드라마, 성인
오십줄에 접어든 홀아비 매튜는 어느 날 기차역에서 만난 젊은 여성 콘치타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매튜는 콘치타에게 돌진하지만 콘치타는 처녀성 보호를 내세우며 몸을 허락할 듯하면서도 거부하는 수법으로 매튜의 마음을 쥐었다 놨다 한다. 콘치타는 매튜와의 잠자리에서는 속옷 한자락도 단속하지만 다른 곳에서는 나체를 드러내기 꺼리지 않는 개방적인 여성이다. 잡아달라고 애원했다가는 달아나버리고 다시 돌아와서 사랑한다고 말하는, 도무지 적응할 수 없는 큐피드의 여신이다. 매튜는 미칠 지경이다. 그러나 콘치타는 말한다. "내가 모든 것을 주면 당신은 그때부터 날 사랑하지 않을 거예요."
불경스럽고 추잡하기 그지없는 이야기를 복잡한 인간욕망에 관한 심원한 우화의 경지로 끌어올린 (욕망의 모호한 대상)은 거장 루이스 브뉘엘의 마지막 작품이다. 인생에서 욕망하는 것들은 과연 현실에서 추구할 만한 것일까. 아니면 영원히 존재하지 않는 사막의 신기루와 같은 것일까. 브뉘엘은 붙잡으려는 쪽이나 붙잡히려는 쪽이나 결핍에 대한 근원적인 두려움을 간직하고 있는 등장인물을 원숙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브뉘엘의 그 원숙한 시선이 이 영화를 다른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블랙 유머의 결정판으로 만든다. 두 여배우가 콘치타를 연기하는데, 브뉘엘이 보는 욕망도 그런 것이다. 수시로 얼굴을 바꾸고 도무지 속을 가늠할 수 없는 이 여자들이야말로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욕망의 모호한 대상"의 완벽한 비유다.
* 스페인 출신 루이 브뉘엘(1900~83) 감독의 서른번째 장편이자 마지막 작품. 여주인공 콘치타는 마티유를 유혹하면서도 갖가지 방법으로 잠자리 요구를 거부하며 마티유의 애간장을 태운다. 거처도 마련해주고 금전적 혜택을 베풀며 콘치타를 소유하려 하는 마티유와, 잡힐 듯 달아나고 포기할라치면 잡아달라고 애원하는 콘치타 사이의 애증의 반복은 쉴 틈이 없다. 성욕을 매개삼아 남녀간의 권력관계를 때론 경쾌하고 때론 씁쓸하게 그려 보인다. 007시리즈 (유어 아이즈 온리)에서 본드걸로 나왔던 프랑스의 카롤 부케와 스페인의 안젤라 몰리나, 두 명이 콘치타로 교대로 나와 '2인1역'을 한다. ★★★☆ / 한겨레 19990611 새비디오
# 루이 브뉘엘의 고별사. 콘치타라는 젊은 여성을 끊임없이 욕망하는 늙은 남자 마티유와의 줄다리기가 영화 줄거리다. 콘치타는 기상천외한 정조대를 걸치고 침대에 눕는가 하면, 떠나는 마티유에게 애원하며 매달리기도 한다. 재미있는 것은 콘치타 역을 한 여성이 두명이라는 것. 2인1역을 한 셈인데, 그야말로 욕망의 대상이 모호하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기막힌 설정이다. 뭔가 특별한 것을 기대했다면 오히려 배신감을 느낄지 모른다. 욕망이란 일상화되어 있고 도처에 내재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 감독은 테러리스트의 이야기들을 곳곳에 섞어 놓았다. 욕망은 대상은 달라도 비슷한 모습이라는 것일까. / 씨네21 205 비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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