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D VS DVD]
<부르주아의 은밀한 매력> vs <자유의 환영> vs <욕망의 모호한 대상>
2005-07-12
글 : ibuti
루이스 브뉘엘, 만년의 삼부작
<부르주아의 은밀한 매력>

루이스 브뉘엘의 영화를 보는 것은 천재의 농담을 듣는 경험이다. 어느 것 하나 범상한 게 없는 그의 작품을 대하면서 ‘영화사의 유일한 천재, 브뉘엘’이란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거기엔 천부적인 재능으로 능숙하게 붓을 놀리는 예술가의 기운이 넘친다. 그리고 그는 진정한 의미의 작가다. 죽음, 종교, 계급, 성, 권력에 관한 주제를 일관되게 견지한 브뉘엘의 창조물은 아무도 흉내낼 수 없는 완벽한 우주로 완성됐다. 혹시 그의 작품이 엉성해 보였다면 그건 기존의 영화문법과 사회관습에 익숙한 탓이지 그의 잘못이 아니다.

만년의 삼부작 <부르주아의 은밀한 매력> <자유의 환영> <욕망의 모호한 대상>은 브뉘엘 영화의 정수로 불린다. 대체로 단순한 제목을 선호했던 그가 여기선 수사를 구사한 제목을 사용했는데, 그래서인지 이전 작품들은 (여전히 모호하나마) 흥미로운 해석과 질문을 더하게 된다. 육체, 일상의 대상 그리고 제의와 상징에 대한 강박관념을 바탕에 둔 채, 상상할 수 있는 최대치를 무기 삼아 일체의 위선적인 대상을 비판한 브뉘엘은 넘보기 힘든 창조자의 경지에 이르고 있다.

<자유의 환영>

<절멸의 천사>와 연결되는 <부르주아의…>는 타락한 권력과 결탁한 부르주아에게 주어진 악몽과 죽음이다. 방황을 반복하는 부르주아에게 냉소를 보내던 영화는 어차피 그른 인간들 아니냐고 반문한다. 수많은 에피소드를 넘나드는 <자유의 환영>은 <안달루시아의 개>에서 시작된 자유연상을 극한으로 밀어붙인다. <자유의 환영>은 가능한 모든 이야기의 연속과 진실에 이르는 불합리함의 실험을 시도하면서, 근대사회가 피흘려 성취한 자유의 이념이 유령이 되어 떠돌고 있는 현대사회를 비웃는다. 넘쳐흐르는 자유 속에 진정한 자유가 없음을 탄식한 것이다.

<욕망의 모호한 대상>

<욕망의…>는 <아르치발도의 범죄인생> <비리디아나> <트리스타나>에서 이어지는, 남자의 성적 욕망에 대한 성찰이다. 항상 혼자 남겨지는 주인공, 그리고 그 역을 맡은 페로난도 레이는 결코 채워지지 못하는 욕망을 대변한다. 유작 <욕망의…>를 포함한 브뉘엘의 많은 작품은 인간의 욕망을 신랄하게 다룬 코미디다. 뒤집힌 욕망의 단계하에, 상위단계의 욕망을 추구하던 자들이 하위단계의 욕망 때문에 쩔쩔매는 모습. 지금도 브뉘엘은 우리의 그런 모습을 보며 웃고 있을 게다.

크라이테리언이 3년여에 걸쳐 완성한 삼부작의 DVD는 영화의 원본에 충실한 것이며, 부록으론 브뉘엘에 관한 다큐멘터리, 각본가 장 클로드 카리에르와의 인터뷰, <욕망의…>에 영감을 준 자크 드 바론첼리의 단편 등을 제공한다.

장 클로드 카리에르 인터뷰
루이스 브뉘엘 다큐멘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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