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시대 사찰 활엄사 터에서 사람 키의 두세배되는 불상의 두상이 발견된다. 진양군청은 관광 진흥을 노린 전시를 기획하면서 불상의 눈에 둘러진 결계를 풀어버린다. 불상이 세상에 드러난 후 해괴한 일들이 일어난다. 불상의 눈을 마주한 사람들은 고통스러운 기억 저편의 환영을 보고 이를 뿌리치기 위해 폭력을 행사하거나 살인까지 저지른다. 하늘에선 검은 비가 내리고 까마귀들은 사람들을 공격한다. 한편 유망한 불교 고고학자였지만 지금은 잡지나 유튜브에서 괴담 콘텐츠를 다루는 신세인 기훈(구교환)은 스님들의 도움으로 이 사태가 고려 시대의 원귀가 들러붙은 귀불로 인해 발생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아내 수진(신현빈)의 안전을 살피러 진양군으로 향한다.
퇴마를 주제로 한 오컬트의 향취로 시작하는 <괴이>는 회를 거듭할수록 다양한 장르와 절묘히 접합한다. 귀불의 저주로 환영 속에 갇힌 사람들이 타인에게 무차별 폭력을 가하는 아수라장의 광경이 강조된 2, 3화는 좀비물과 재난영화를 연상케 한다. 안개 낀 풍경은 영화 <미스트>를, 새의 공격은 히치콕의 <새>를 직접 지시하기도 한다. 또 인물들이 체험하는 고통스러운 기억의 사연은 휴먼 드라마에 가까운데, 연상호 감독의 극본답게 인간이 지닌 모순을 성찰하고 사회를 비판하는 주제 의식을 포함한다. 특히 <괴이>에서는 인간관계에서 피어난 오해와 상처가 서로에게 자칫 큰 파국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럼에도 사랑과 헌신의 힘을 잊지 않는 것도 여전하다. 주연으로 나선 배우 구교환의 연기에 대한 기대가 큰데, 배우의 개성이 주목받는 경우 지나치게 개성에 기대다 인물을 표현하는 데 주어진 범위를 흐트러뜨리기 쉬운데 그는 적정선을 지키는 미덕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