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크 시즌4 파트2 / 넷플릭스
5년간 이어온 시리즈가 시즌4 파트2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오자크> 시리즈를 충실히 관람해온 팬이라면 아쉬움이 클 테다. 시리즈는 방대하나 이야기의 골자는 간단하다. 멕시코 카르텔의 돈을 빼돌리다 덜미가 잡힌 시카고 재무 컨설턴트 마티 버드가 가족의 연명을 위해, 궁극적으로는 새로운 출발을 노리며 매 시즌 주어진 고비를 넘기느라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그린다. 이번 시즌4 파트2에서는 집을 떠나려는 마티의 자녀를 설득하는 문제와 투옥된 카르텔 수장을 멕시코로 안전하게 돌려보내야 하는 미션이 주어진다. <오자크> 시리즈는 누아르 장르의 외피를 두른 가족 드라마다. 마티 집안뿐 아니라 계급을 달리하는 랭모어, 스넬 집안 사이의 갈등까지 포함해 현대 미국 가정의 불안과 공허를 직시한다.
소공녀 / 왓챠, 웨이브, 넷플릭스 외
미소는 명예나 출세, 부에 관심이 없다. 그저 파출부 일을 하며 하루치의 위스키와 담배만 있으면 그만이다. 그러나 월세가 올라 현재 생활을 영속하는 데 어려움이 생기자 보금자리를 떠난다. 거처가 없는 미소가 하룻밤 신세를 지는 사람들은 과거 몸담았던 밴드의 구성원이다. 차례로 열거되는 구성원의 면면은 사회·정치·계급적으로 억압받는 소시민의 군상이다. <소공녀>는 미소의 시선을 바탕으로 현실의 불합리함을 직시하도록 하는 작품이다. 한 가지 제안한다면 <소공녀>와 <플로리다 프로젝트>를 연계해 관람하는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미소는 어른이 된 무니다. 무니가 처한 상황을 고려하면 성장한 모습이 미소가 되기에 무리가 없다. 또 어쩌면 <플로리다 프로젝트>를 관통하는 향수의 정서를 내뿜는 주체는 미소일지 모른다.
스파이의 아내 / 왓챠, 웨이브 외
<스파이의 아내>는 언급할 점이 많은 영화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이 공동으로 극본을 썼고,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첫 번째 시대극이며, TV드라마 포맷으로 찍었다.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감독상)을 수상했다. 태평양전쟁이 발발하기 전 긴장된 분위기 속의 일본에서 무역회사를 운영하는 유사쿠는 연합국의 스파이가 되어 일본군이 벌인 전쟁 범죄를 고발하려 한다. 그러나 영화의 시선은 유사쿠보다 그의 아내 사토코에 더 가닿는다. 사토코는 유사쿠가 반일본적인 선택을 한다 해도 주저 없이 그를 따랐을 것이다. 그러나 헌병대 대장 야스히로가 유사쿠를 압박하면서 마음과 행동이 흔들린다. 감독의 전작에서 볼 수 없었던 요소들을 내포하지만 작품 전체를 짓누르는 불안과 긴장의 인장은 변함이 없는 작품이다.
플로리다 프로젝트 / 왓챠, 웨이브, 넷플릭스 외
동성애자, 홈리스 등 소외되거나 관심 밖 존재에 천착해온 숀 베이커 감독이 빚어낸 슬픈 동화 같은 작품이다. 핼리와 그녀의 딸 무니는 모텔에서 장기 투숙하는 숨은 홈리스다. 모텔을 지나 디즈니랜드로 발길을 옮기는 관광객과 처지가 다른 이 둘의 삶은 위태롭고 무료하다. 정서적으로는 좋은 엄마일지 모르지만 제대로 된 육아를 한다고 할 수 없는 핼리 밑에서 무니는 거의 방치돼 있다. 또래와 공터를 헤매고, 그러다 화재가 나고, 수치심도 느끼지 못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구걸하기도 한다. 그러나 무니의 현실적 어려움을 인식하는 것과 달리 무니의 시간을 보고 있자면 애틋함과 온화함을 느끼는 역설이 벌어진다. 영화는 향수의 정서를 바탕으로 역설을 이끌어내는데, 이 정서는 마지막에 뭉클한 마법으로 변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