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청각물창작자국제연맹(AVACI)의 첫 세계 총회가 서울에서 개최되기까지 한국영화감독조합(DGK)과 어떤 논의가 있었나.
= 국제저작권관리단체연맹(CISAC) 총회가 3년 전에 도쿄에서 열렸는데, DGK도 자비로 참석해서 저작권자의 기본권이 세계 각국에서 어떤 맥락으로 해석되고 정착한 상황인지 확인했다.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을 받고 난 다음주에 행사가 있었기 때문에 모두가 우리를 축하하는 분위기였지만, 막상 저작권법 상황을 알고는 천만 영화가 이렇게 많은 나라에서 여전히 창작자의 기본권이 후진적이라는 사실에 걱정스러워하는 눈치였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한국의 상황이 개선되길 바라는 의미를 담아 AVACI의 첫 총회를 서울에서 하자고 중지를 모으게 됐다. AVACI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가 속해 있는 CISAC(전세계 120개국, 228개의 음악·문학·영상 등 광범위한 장르의 예술 저작권 징수 단체들의 연맹.-편집자)보다 영상물에 집중하기 위해 설립된 세계연맹이다.
- 현재 쟁점이 되는 공정한 보상의 주된 내용은 유통 과정에서 발생한 추가수익의 합당한 분배인가.
= 방송·음악 창작자들은 저작물의 부가적 사용에 비례하는 보상을 받지 않나. 영상 업계도 그게 당연해져야 한다. 제작사, 투자사의 수익을 나눠 달라는 의미가 아니다. 개별 계약에서 생기는 인센티브와 무관하게 플랫폼 이용자들이 내는 로열티의 일부가 창작자에게 전달되어 자기 노동력을 재생산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야 창작자들이 업계를 떠나지 않고 좋은 작품을 꾸준히 만들 수 있는 선순환이 형성된다.
- 지난 3~4년간 DGK가 특히 공정한 보상 캠페인을 비롯한 저작권료 이슈에 힘을 쏟은 이유는 무엇인가.
= 국회에 법제화 요청을 4년째 호소하고 있고 각종 포럼과 인터뷰, 영화제마다 다뤄지는 토론에서도 끊임없이 반복적으로 문제의식을 공유 중이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 영화계 전반에 정부 지원금에 대한 요구가 컸는데, 감독들에게는 지원금이 결코 능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팬데믹과 상관없이 창작자는 늘 힘들고, 작가나 감독은 피해 사실을 금액으로 증명할 수가 없다. 국가가 일시금 지급 등으로 재원을 크게 쓸 필요 없이, 정당한 저작권료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물길만 터주어도 일정 부분 알아서 굴러간다. 구조적 출구가 있는데도 이뤄지지 않으니 아쉬움이 더욱 큰 것이다.
- 창작자의 공정보상권을 위한 법 개정에 대해 한국영화제작가협회 등 영화계의 반응은 어떻게 체감하고 있나. 곧 입법이 가능하리라 내다보는지도 궁금하다.
= 사실상 연대의 움직임은 없지만 제작사·투자사에서도 그들이 고용해야 할 작가·감독들이 살아남아 건강하게 활동하는 과정의 일부라고 이해하리라 생각한다. 음악계만 해도 소리바다 저작권 논쟁이 벌어진 것이 불과 20년 전인 2000년대 초반이다. 공정한 보상과 저작권 환경은 젊은 세대가 가수, 작곡가, 작사가를 좋은 직업으로 꿈꿀 수 있게 만들었다. 이런 것들이 나비효과가 되어 지금의 BTS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늦었지만 영화계도 결국은 시간문제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