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STREAMING]
[리뷰 스트리밍] '바람아 안개를 걷어가다오' 외
2022-06-03
글 : 이우빈 (객원기자)

바람아 안개를 걷어가다오 / 넷플릭스, 웨이브 외

살면서 엄마의 노래를 들어본 적이 몇번이나 있을까. <바람아 안개를 걷어가다오>에선 이 흔치 않은 기회가 두번 있다. 영화의 1·3부와 2부에 나눠 김혜정, 노윤정 배우가 2인1역으로 연기한 엄마 혜정이 아들 동민에게 각각 정훈희의 <안개>, 김추자의 <님은 먼 곳에>를 불러준다. 김혜정 배우는 신동민 감독의 실제 어머니고 아들 동민은 감독의 이름을 그대로 따왔다. 즉 같은 이름의 엄마, 다른 얼굴들. 그리고 같은 이름의 아들, 다른 얼굴들. 영화 안팎에서 가공인물과 실존 인물의 구분이 흐려지고 무의미해지면서 영화는 모든 어머니와 아들의 보편적인 이야기로 수용되기에 이른다. 4:3의 화면비, 정적인 카메라, 삶을 벗어나지 않을 만큼의 일상적인 서사는 현실에 가까운 모자(들)의 느린 시간을 해치지 않는다.

미스터 존스 / 왓챠, 티빙 외

역사는 반복된다. 1930년대 초반 우크라이나에서는 대기근이 발생해 약 300만명이 사망했다. 이후 대기근은 스탈린 정부가 일으킨 인위적 재해, ‘홀로도모르’임이 밝혀졌다. <미스터 존스>는 홀로도모르의 진실을 폭로한 실존 인물 개러스 존스의 취재기다. 스탈린 정부가 농업공동체 중심의 경제 부흥을 세계에 설파한다, 이로써 소련은 국민 통합을 공고히 하고, 세계 정세에서의 입지를 굳히려 한다. 웨일스 출신의 기자 존스는 비현실적으로 급성장한 소련의 덩치를 의심한다. 비밀을 캐내기 위해 스탈린을 인터뷰하려 하지만 소련 정부와 언론이 이를 계획적으로 막는다. 외압을 뚫고 몰래 우크라이나에 숨어든 존스. 그는 대다수의 우크라이나 국민이 초근목피로 끼니를 때우거나 반인륜적 방식으로 생을 연장하는 실태를 목격한다.

크립토주 / 왓챠

2000년대 중반쯤 ‘코끼리가 동물원에서 탈출했다!’는 뉴스가 화제였다. ‘어떤 상황이나 구속 따위에서 빠져나옴’이란 ‘탈출’의 뜻풀이대로라면 틀린 말은 아니다. 어떤 동물들은 인간에게 가둬져 있다. 짐짓 잊곤 하는 이 기묘한 문제를 <크립토주>가 상기시킨다. 1960년대, 크립티드로 불리는 유니콘, 고르곤, 용 등 환상의 동물들이 위험에 처한다. 불법 포획 및 암거래가 늘고, 살상 무기로까지 이용된다. 사육사 로런은 세계의 크립티드들을 한데 모아 안전한 동물원 ‘크립토주’를 만들 계획에 착수한다. 영화는 크립티드를 이용하려는 이들을 악역으로 묘사하는 듯싶다가 보호의 명목으로 크립티드를 대상화하려는 로런 무리의 가치관 역시 문제화한다. 크립티드의 환상성과 인간의 기괴함을 극대화하는 애니메이션 작화가 이목을 사로잡는다.

퍼스트 카우 / 웨이브, 시즌 외

장발장이 빵을 훔쳐 감옥에 갔던 19세기 무렵, 미국 서부엔 남의 젖소에서 우유를 짜 훔치는 두 남자가 있다. 유대인 쿠키와 중국인 킹 루다. 둘은 개척이란 이름의 폭력이 황야를 피로 물들이던 서부 시대에서 빵집이나 농장으로 성공하려는 소시민이다. 다만 킹 루의 말대로 자본 없이는 꿈이 불가능한 시장경제. 둘은 결국 자본가의 우유를 훔쳐 만든 빵으로 돈을 모으기에 이르나 곧 위기가 찾아온다. 배경과 사건은 마치 서부극과 케이퍼 무비의 냄새를 풍기지만 영화는 장르를 벗어나 소박한 사람, 자연의 일상에 집중하며 언제든 꺼내보아도 좋을 따스함을 자아낸다. 사적인 역사로 쓴 뉴 웨스턴은 미국식 자본주의를 해체하며 평단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켈리 라이카트 감독은 <쇼잉 업>으로 올해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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