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데스 + 로봇>엔 절대적 강자가 없다. 요거트가 인류를 지배하거나(시즌1 ‘요거트가 세상을 지배할 때’) 온갖 초자연, 기계적 힘이 인간을 절망으로 몰아갈지라도(시즌1 ‘무덤을 깨우다’) 인간은 종종 통렬한 카운터펀치를 날린다(시즌1 ‘슈트로 무장하고’, ‘시즌2 ‘자동 고객 서비스’). <러브, 데스 + 로봇>엔 이토록 다양한 존재들의 상호 관계를 단순히 서열화하거나 도식화하여 결론내는 오만이 없다. 대신 말초적 쾌감과 질문의 여운을 남기는 단편영화의 미덕을 시즌3에서도 고수한다. 물론 피칠갑은 필수다.
2화 ‘어긋난 항해’, 망망대해에서 거대 해양 괴물이 선상을 습격한다. 압도적인 공포에 선원들이 서로를 배신하며 생존을 꾀한다. 먹이로 던져졌으나 괴물과의 협상으로 목숨을 부지한 영리한 선원이 괴물, 선원들, 시청자의 뒤통수를 차례로 가격한다. 트롤리 딜레마에 얽힌 생명 윤리의 문제, 독재에 가까워지는 간접 민주제의 한계, 정당방위의 당위성 등 여러 논점이 짧은 시간 내 복합적으로 얽힌다. 7화 ‘메이슨의 쥐’, <라따뚜이>를 연상케 하는 문명화한 쥐떼가 농장 창고를 점령하자 농부 메이슨은 로봇으로 쥐들을 몰살하려 한다. 시리즈에 드물었던 타종과의 연대가 눈에 띈다. 9화 ‘히바로’. 단연 시즌3의 화제작. 남미의 향취로 전이된 세이렌+운디네 신화가 시리즈에 ‘러브’ 한 스푼을 채운다. 로베르 브레송의 <호수의 란슬로트>를 떠올리게 하는 쇠붙이 소리-침묵의 교차와 낙폭, 스탠리 큐브릭의 <샤이닝>의 핏빛 파도 오마주 등이 실사영화에선 구현하기 힘들 애니메이션만의 역동성과 속도감에 녹아든다. 알베르토 미엘고 감독이 시즌1 ‘목격자’에 이어 쓴 영상미의 신기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