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도시2>가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화제작이 있을 때 가끔 영화관 나들이를 하던 어머니도 최근 <범죄도시2>를 봤다고 한다. <사운드 오브 뮤직>을 좋아하는 어머니는 <기생충>을 보고서 살인의 동기와 결말에 공감하지 못하겠다며 영화가 잔인하다는 평을 내놓았었는데 <범죄도시2> 역시 영화가 지나치게 잔인하다며 흥행의 이유에 의문을 품었다. 그러면서 ‘송강호가 칸에서 상 받은 영화’ <브로커>의 표도 예매해달라셨다. 요즘 여기저기서 <브로커>와 <헤어질 결심>과 손석구와 <범죄도시2>에 대한 후기를 질문받는다. 확실히 한국영화계가 팬데믹의 터널을 빠져나오고 있다는 신호가 감지된다.
이번주 <씨네21>에선 <범죄도시2>의 천만 관객 기록이 의미하는 바와 그 배경에 대한, 그리고 칸국제영화제에서 <브로커>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송강호에 대한 긴 이야기를 전한다. 영화와 극장의 시대는 끝났다는 이야기가 부정하고 싶은 현실로 받아들여지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단번에 한국영화계를 심폐소생시킨 <범죄도시2>의 흥행을 보면서 또 한번 다이내믹 코리아에 사는 재미를 실감한다. 분명한 권선징악의 세계와 악을 응징하는 이유 사절의 ‘선한 주먹’에 대한 열광. 그 의미는 분명 곱씹어봐야겠지만, 너무나 이르게 찾아온 천만의 경험이 반갑고 소중한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송강호의 배우론 기사를 구성하면서는 그의 대표작을 추리는 작업부터 난감했다. 대표작을 7편만 꼽자고 하고 보니 송강호의 필모그래피를 7편으로 정리하는 게 가능할까 싶었기 때문이다. 결국 작품 안팎의 의미와 맥락을 살펴 <넘버 3> <반칙왕> <살인의 추억> <밀양> <박쥐> <변호인> <기생충>을 선정했다. 송강호는 박찬욱, 봉준호, 김지운, 이창동 등 2000년대 초반 한국영화의 르네상스를 일군 감독들과의 작업에서 독보적으로 활약했는데, 송강호 배우론을 쓴 이지현 평론가는 “21세기 한국영화를 한데 묶는 예술가”라는 말로 그의 위치를 정확히 표현했다. 송강호와 작업한 많은 동료들도 그가 얼마나 특별한 배우인지 예찬하듯 들려줬다. 이창동 감독은 “영화에 대한 감각 혹은 취향이 아주 뛰어난 배우”라 했고, 박찬욱 감독은 “가장 감독 말을 경청하는 배우”라 했고, 김지운 감독은 “순간적인 공간 장악력”을 특별함으로 꼽았으며, 한재림 감독은 “이렇게 영화를 사랑하고 영화밖에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싶다”는 말로 애정을 표했다. 이외에도 전도연, 배두나, 박해일, 강동원, 이지은, 임시완 등 여러 동료 배우들이 영화에 임하는 매 순간 집중하고 고민하는 카메라 밖 송강호의 모습을 들려주었다. 지면을 빌려 이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