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이독자에게]
[이주현 편집장] 제 별점은요
2022-06-24
글 : 이주현

지난주 <탑건: 매버릭>의 별점이 올라왔을 때 주섬주섬 인공 눈물을 찾았다. 4명 중 3명이 별 4개 반을 줬다고? 마감하느라 혹사한 탓에 눈에서 별이 보이는 게 아닌가 싶었다. 이런 높은 별점을 최근에 또 언제 봤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36년 만의 속편에 대한 뜨거운 찬사는 일면 이 영화의 역사와 톰 크루즈에 대한 존경이 크게 작용한 결과 같았다. <탑건: 매버릭>이 제작될 수 있었던 배경에 톰 크루즈가 있고, 시리즈와 함께 나이를 먹은 배우/캐릭터의 상황이 영화에 그대로 이식되었으니(과거의 유물로 남지 않고 대체할 수 없는 존재가 되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탑건: 매버릭>은 가히 톰 크루즈의, 톰 크루즈에 의한, 톰 크루즈를 위한 영화라 할 수 있겠다. 매버릭과 톰 크루즈에겐 공통점이 있다. 위험한 남자라는 것이다. 혹은 위험을 즐기는 남자. <탑건>(1986)에서 찰리(켈리 맥길리스)가 말한 것처럼 매버릭은 마하의 속도로 날지 못하면 행복할 수 없는 사람이다. 이걸 톰 크루즈에 대입해보면, 톰 크루즈는 기어코 실제 전투기에 몸을 싣고 비행 장면을 직접 연기해야만 행복한 사람이다. 그리고 자신의 철학을 동료들에게도 설파한다. “적도 모르는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라고 말하는 매버릭이나 젊은 배우들을 위해 비행 훈련 프로그램을 직접 짠 톰 크루즈는 정말이지 한계는 한 게 없는 사람의 핑계라고 믿는 지독한 남자들이다.

<탑건: 매버릭>의 별점에 놀란 지 일주일 만에 그것을 능가하는 별점이 나왔다. 알다시피 <씨네21> 기자들과 평론가들은 별점에 그리 후한 사람들이 아니다. <탑건: 매버릭>의 별점을 호기롭게 따라잡은 영화는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이다. 지면 사정상 5명의 별점만 실었지만 무려 10명의 기자·평론가가 <헤어질 결심>에 열렬한 애정이 담긴 20자평과 별점을 보내주었다(온라인에선 모두 확인 가능하다). <헤어질 결심>에도 고집스러운 인물들이 나온다. 매버릭이 마하의 속도로 날아야 행복한 사람이라면 <헤어질 결심>의 형사 해준(박해일)은 “피와 살인이 있어야 행복한 사람”이다. 그런 해준을 사랑하게 된 서래(탕웨이)는 기어이 그의 미결 사건이 되어 불면의 낮과 밤을 함께하고자 한다. 이런 지독한 사람들 같으니. 아무튼 <헤어질 결심>에 관해서라면 요소요소 뜯어보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아 다음주에도 긴 기사를 준비하고 있다. 그래서 <헤어질 결심>의 제 별점은요….

이주현  박찬욱 감독님 사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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