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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스트리밍] '더 스파크스 브라더스' 외
2022-06-24
글 : 이우빈

<더 스파크스 브라더스> / 넷플릭스

활동 50년, 25개의 앨범, 500개에 가까운 곡. <더 스파크스 브라더스>는 <뜨거운 녀석들> <스콧 필그림> 등을 연출한 에드거 라이트 감독이 이토록 장대한 록밴드 스파크스의 역사를 팬심으로 총망라한 다큐멘터리다. 스파크스의 주축인 마엘 형제의 유년 시절부터 데뷔 일대기, 레오스 카락스의 <아네트>에 참여했던 최근의 이력까지 찬찬히 훑는 전기 다큐멘터리의 정석을 따른다. 에드거 라이트 특유의 재빠른 편집 리듬, 적재적소의 쿨한 유머와 오마주들이 데뷔 이래 포스트모던한 키치나 패스티시의 대중문화 작법을 지향해오던 스파크스의 매력과 조응하면서 전혀 지루하지 않은 활력을 추동한다. 그렇게 반세기가 넘도록 일정한 작업 루틴, 끝없는 자기 변화를 일궈오던 예술가의 태도가 인상 깊은 본보기로 다가온다.

<라스트 나잇 인 소호> / 넷플릭스, 웨이브 외

대중문화를 향한 에드거 라이트의 애정은 호러 장르에서도 한결같다. 패션 대학에 입학하여 런던에 오게 된 시골 소녀 엘루이즈가 오래된 건물의 자취방에서 잠을 청하자 그녀는 늘 동경해오던 60년대 런던의 가수 지망생 샌디에 빙의한다. 희망으로 가득했던 샌디의 노래가 그녀를 옥죄는 남성들의 시선과 폭압으로 인해 점차 비명으로 변하면서 샌디의 비극을 체험한 엘루이즈 역시 현실 속의 온갖 악몽과 환영에 시달린다. 누구나 한번쯤은 소망했을 황금시대 문화의 이면을 매혹적인 공포물로 자연스레 치환해낸 영화의 스타일이 두드러지는데, 특히 60년대 런던의 활력을 꽉 채운 클럽에서 에드거 라이트만의 속도감과 정정훈의 유려한 촬영, 샌디(안야 테일러조이)의 고혹적인 춤이 함께 빚어낸 황홀경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답다.

<수업시대> / 넷플릭스

동경하던 문화의 이면은 인도에도 있다. <수업시대>는 보통 인도의 영화와 음악을 생각할 때 떠오르는 발리우드의 흥겨운 마살라, 유쾌의 충만을 다루지 않는다. 대신 몇천년의 역사를 이어온 전통 음악 ‘라가’의 고상한 아름다움이 시대의 흐름 속에서 천천히 침잠해가는 인도의 현실을 적적하게 비춘다. 라가에 통달하기 위해 정진하는 청년 샤라드의 일상을 따라가면서다. 무릇 초월적인 정신의 발현에 가까운 라가의 특성상 샤라드는 여느 젊은이들과 달리 재물, 색욕과 같은 속세의 욕망에서 멀어져야 하며 자연스레 궁핍한 생활을 이어가게 된다. 심지어 정전처럼 따르는 스승 마아이의 병환까지 책임지기에 이르지만, 이내 스승의 영웅담과 라가에 얽힌 각종 신화가 아름답지만은 않았다는 사실을 마주하면서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마주한다.

<휴가> / 왓챠, 웨이브 외

재복(이봉하)이 딸의 전화를 일부러 받지 않는다. 5년을 넘긴 정리해고 투쟁을 이어가며 동료들과 농성 현장에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휴가를 위해 들른 집에선 동료 노동자들의 전화를 무시한다. 요컨대 재복은 멀티플레이가 안되는 사람이다. 그러니 이미 멀리 와버린 정리해고 투쟁을 끝맺기 위해서 삶의 여러 이면을 포기하고 있다. 대학 등록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전전한다는 고등학생 딸의 분노와 책망, 집에 혼자 남겨질 중학생 딸의 처지, 안정적인 취직의 기회를 뒤로한 채 투쟁을 위해서 다시 농성장으로 향할 뿐이다. 영화는 그의 선택에 가타부타 이유를 갖다 대거나 정당성을 확보하려 들지 않는다. 대신 답답할 정도로 우직한 재복의 모습을 관조하면서 그의 삶을 노동자의 숭고한 정언 명령과도 같이 격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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