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보고]
'엘비스' 배우 오스틴 버틀러 인터뷰
2022-07-05
글 : 안현진 (LA 통신원)
“엘비스는 공연장의 풍경을 완전히 바꾸었다”

- 엘비스 프레슬리는 연기만 잘한다고 맡을 수 있는 역할이 아니다. 어떤 캐스팅 과정을 거쳤는지 궁금하다.

= 배즈 루어먼 감독에게 를 녹음한 테이프를 보냈고 그게 시작이었다. 우리는 뉴욕에서 만나 몇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그 뒤 스튜디오에 와서 스크립트를 읽어보라고 하면 가서 읽었고, 노래를 불러보라고 하면 노래를 불렀다. 이런 과정이 거의 4개월 동안 지속됐다. 그러면서 동작 코치, 노래 코치, 억양 코치와의 작업을 시작했다. <엘비스>라는 프로젝트에 대해서 알게 된 순간부터 운명이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몇달이 지났을 때 스튜디오에서 스크린 테스트를 하자고 했고 그때 캐스팅이 확정됐다.

- 엘비스 프레슬리가 되어 몇달을 살았던 셈이다. 그 경험을 통해 무엇을 배웠나? 시대를 떠나 그가 미치는 영향을 느낄 수 있었나.

= 어떤 경험은 개인적으로만 느낄 수 있기에, 이 대답이 질문에 맞는답인지는 모르겠다. 이 영화에 참여하기 전까지 나는 단 한번도 음악에 몸을 맡겨야겠다는 기분이나 충동을 이해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1950년대로 돌아가 엘비스의 영향력을 이해하고, 그가 왜 무대에서 그렇게 움직여야 했는지를 경험하고, 그의 정신과 움직임의 교감을 이해하면서 나 역시 음악을 들으면 움직일 수밖에 없게 됐다. 그게 엘비스가 영화를 통해 내게 준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사람들을 그렇게 움직이게 한 사람이 엘비스 이전에는 없었다. 엘비스는 공연장 객석의 풍경을 완전히 바꾸었다.

- 춤은 나중이었을지 몰라도 음악과 노래는 오랫동안 가까이했던 것 같다. 기타는 언제 처음 배웠나.

= 처음 기타를 친 건 12살이었고 몇년 뒤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성적인 성격이라 사람들 앞에서 연주하는 건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그냥 연주하는 걸 좋아했다. 8시간 넘게 기타를 치고 손끝이 다 터지면 접착제로 붙인 뒤 계속 연주했다. 엘비스도 어린 시절에 나서지 않는 편이었다고 들었다. 그런 사람이 어떤 계기를 통해 엄청난 에너지로 노래하게 된 거다.

- 그에 대해 알아가면서 자신과 비슷한 점도 찾을 수 있었나.

= 처음에는 엘비스가 슈퍼 휴먼이라고 생각했다. 어떻게 그런 위치까지 오를 수 있었나 하며 우러러봤다. 하지만 곳곳에 보이는 배경으로서의 엘비스도 만나게 됐다. 라스베이거스에 가면 점프슈트를 입은 엘비스를 볼 수 있는 것처럼. 하지만 그 어떤 모습의 엘비스도 배우로서 내가 지향해야 할 모습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처음부터 나는 인간으로서의 엘비스를 보여주고 싶었다. 엘비스가 사람으로 다가온 건 그가 23살에 어머니를 잃었다는 걸 알게 됐을 때다. 나 역시 23살에 어머니를 잃었다. 그 나이에 가장 소중한 친구이기도 한 어머니와 이별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잘 알기 때문에 엘비스와 좀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

- 영화는 인간으로서의 엘비스 프레슬리, 전설이 된 엘비스 프레슬리를 비교한다. 인생의 반을 할리우드에서 보낸 사람으로서 이러한 프레임에 대해서 어떻게 보는지.

= 엘비스에 대한 자료를 보면서 유명세에 대한 그의 생각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그는 복잡한 사람이었지만, 그가 오른 자리에서 끝없이 감사하고 있었다. 어쩌면 이 이야기는 나에게 경계의 의미일지도 모른다. 엘비스 프레슬리는 화려한 무대에서 내려오면 고요한 방에 홀로 남았다. 그 두 상황이 너무나 양극이어서 현실감각을 무너뜨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지금 이 순간에 있으려고 노력하고, 또한 감사한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한다.

사진제공 워너브라더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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