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라라랜드' 저스틴 허위츠 음악감독, “영화가 끝난 자리에 음악이 남기를”
2022-08-18
글 : 조현나
제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스페셜콘서트 개최하는 저스틴 허위츠 음악감독

“어느 나라도 콘서트를 하러 세번 이상 방문한 적은 없다. 이번 콘서트가 여러모로 뜻깊은 시간이 될 거라 기대한다.” <라라랜드>로 2017년 아카데미, 골든글로브에서 주제가상과 음악상을 수상하고 <퍼스트맨>으로 2019년 골든글로브 음악상을 거머쥔 저스틴 허위츠 음악감독이 8월11일 개막하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를 위해 내한한다. 저스틴 허위츠 음악감독은 8월13일, 제천 비행장 무대에서 서울그랜드필하모닉오케스트라, 재즈빅밴드, 뮤지컬 배우 민경아, 이충주와 함께 무대를 꾸밀 예정이다. 여름의 제천에 영화음악이 울려퍼지기 전, 저스틴 허위츠 음악감독과 나눈 대화를 전한다.

- 스페셜콘서트의 세트리스트(공연의 노래 목차, 순서를 담은 리스트)는 어떤 기준으로 선정했나.

= <라라랜드> <위플래쉬> <퍼스트맨> 그리고 데이미언 셔젤 감독과 처음 작업한 <가이 앤드 매들린 온 어 파크 벤치>의 수록곡 중 나름 의미 있고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동시에 우리도 즐겁게 연주할 수 있는 곡들 위주로 골랐다. <위플래쉬>의 <Overture>, <퍼스트맨>에서 우주선이 랜딩할 때 나온 곡, 빅밴드가 연주한 곡들이 해당된다. 특히 <위플래쉬> <퍼스트맨> <가이 앤드 매들린 온 어 파크 벤치> 곡들 중엔 관객 앞에서 라이브로 처음 공연하는 곡들이 많아서 상당히 기대하고 있다.

- 작품 세계에 관해 이야기해보자. 처음 재즈에 빠지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퍼스트맨>에선 전작과 다르게 전자음악을 선보였는데 이런 식으로 또 다른 장르를 시도해볼 생각이 있나.

= 클래식 음악을 공부한 터라 클래식 음악이 내 작업의 주된 베이스이긴 하다. 재즈는 어릴 때 론 삼촌이 재즈 음악 CD를 몇개 사다줬을 때 처음 접했다. 오스카 피터슨, 빌 에번스 앨범이었는데 그때 오스카 피터슨의 음악에 완전히 꽂혔다. 이후 데이미언 셔젤 감독과 <가이 앤드 매들린 온 어 파크 벤치>를 작업하면서 본격적으로 재즈 음악 작업을 하게 됐다. <퍼스트맨> 때 작업한 전자음악은 개인적으로 굉장히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차기작인 <바빌론>에선 모던 댄스 뮤직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접해 무척 재밌게 작업하고 있다.

- 영화음악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스크린에 드러나지 않는 서브 텍스트를 관객이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정말 좋은 영화음악, 가령 존 윌리엄스 음악감독이 작업한 곡들은 세월의 흐름과 상관없이 몇 소절만 들어도 곧바로 해당 작품의 신들을 떠올릴 수 있지 않나. 영화 안에서 충분히 극적인 효과를 일으키면서 사람들의 기억에 오래도록 각인되는 것, 그것이 영화음악이 오를 수 있는 가장 최고의 자리가 아닐까.

- 영화음악은 작품의 줄거리, 분위기와 맞아야 한다는 점에서 작곡하는 데 제약이 있다. 이럴 때 답답함을 느끼기도 하나.

= 개인적으로 그런 제약이 있는 경우를 좋아한다. 피아노 앞에 앉아 교양곡을 쓰는 것보단 그런 목표를 갖고 작업하는 게 훨씬 좋다. 다만 가끔 정해진 시간 안에 곡을 끝마쳐야 할 때 답답함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셔젤 감독은 음악 작업을 굉장히 중요시한다. 영화음악을 단지 신 뒤에 깔리는 벽지 정도로 생각하지 않고 필요하다면 음악을 위해 영화의 길이를 조정할 정도다. 영화음악 자체의 존재감과 중요성을 존중해주기 때문에 작업 과정이 훨씬 만족스럽다.

- <위플래쉬> <라라랜드> <퍼스트맨> 등 셔젤 감독과 여러 작품을 함께해왔다. 두 사람이 오랜 시간 협업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가.

= 데이미언 셔젤과는 16살 때부터 알고 지낸 친한 친구이자 지금까지 가장 오랫동안 협업해온 창작자다. 우리가 협업을 잘할 수 있었던 이유는 창작 면에서 합이 좋기 때문이다. 때로 이견이 생기기도 하지만 같은 목표를 바라보고 둘 다 만족할 새로운 방안을 지속적으로 찾아낸 것이 성공적인 협업의 비결이다. 그리고 둘 다 일에 헌신적이다. 차기작 <바빌론>도 함께하고 있는데 올 12월이나 내년 1월 공개 예정이라 둘 다 아침 일찍 출근해 밤 늦게까지 일에 몰두하고 있다.

- 영감은 어떻게 얻나.

= 영화음악 감독이어서 그런지 영화에서 영감을 많이 얻는다. 작업은 주로 작품의 대본에서 시작되는데, 데이미언이 쓴 시나리오 속 캐릭터와 스토리에서 느껴지는 감정을 바탕으로 곡을 시작한다.

- 최근 관람한 영화 중 영화음악이 인상적이었던 작품은 무엇인가.

= <프라미싱 영 우먼>의 음악이 인상적이었다. 그중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Toxic>을 현악기로 커버한 곡을 들으며 편곡을 굉장히 잘했다고 생각했다. 또 로라 카프만이 작곡한 <미스 마블>의 수록곡들도 정말 좋았다.

- 차기작 <바빌론>의 음악에 관해 공개해줄 정보가 있다면.

= 지금까지 작업한 그 어떤 영화보다도 많은 곡을 녹음하고 썼다. 지난 2년 반 동안 <바빌론>과 관련한 아주 방대한 작업을 했다. 전체 분량만 따지면 2시간이 넘을 정도다. 영화의 배경이 1920년대 할리우드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 시대의 재즈 음악이 많이 나올 거라고 예상하는 것 같다. 하지만 약간의 재즈를 가미하되 기본적으로 전자음악 요소가 들어간 하우스 댄스 음악을 들려줄 예정이다. 관객의 기대에 반한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싶다.

사진제공 MAKE GOOD Cont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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