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서울대작전’ 배우 고경표, 박주현: “환상의 팀플레이”
2022-09-01
글 : 조현나
사진 : 백종헌

VIP 비자금에 대한 빵꾸팸의 수사가 거듭될수록 우삼(고경표)과 윤희(박주현)의 물밑 작전은 더욱 치밀해진다. 우삼은 동태를 살필 목적으로 강 회장(문소리)이 주최하는 파티의 DJ로 잠입하고, 윤희는 호텔 청소부와 경찰 등 각종 위장과 변신을 거듭하며 미션을 수행한다. 끝내 톱니바퀴처럼 맞아 들어가는 이들의 계획은 극의 카 체이싱과는 또 다른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화려한 팀플레이를 완성한 배우 고경표와 박주현을 만났다.

<서울대작전>은 인물의 캐릭터성이 확실하고 이들이 펼치는 카 체이싱 신이 도드라지는 작품이다. 시나리오도 재밌게 읽혔을 것 같다.

박주현 후루룩 읽혔다. 시나리오를 볼 때 걱정이 됐던 건 빵꾸팸의 케미였다. 대사로만 가면 비어 보일 수 있어 배우들이 만들어가야 하는 장면들이 있었다. 캐스팅과 배우들간의 호흡이 중요하겠다고 생각하면서 읽었다.

고경표 나도 읽으면서 빵꾸패밀리가 정말 친한 친구들처럼 보였으면 하는 마음이 컸는데 다행히 영화에서 잘 보이는 것 같다.

박주현 오, 친구들~. 나는 가족 같길 바랐는데.

고경표 가족이지. 우삼이도 가족이라고 생각해서 목숨도 건 거지. 1980년대 군사 세력을 조심스럽게나마 다루는 지점이 있는 것도 마음에 들었고, 영화에서 우삼이가 기능하는 역할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우삼은 신학과 출신의 클럽 DJ, 윤희는 서울 최대 규모의 바이크 동호회 회장이다. 캐릭터 설정이 흥미로운데 인물의 어떤 점을 표현하는 데 중점을 뒀나.

고경표 우삼은 겉으론 가벼워 보이지만 빵꾸패밀리의 리더 동욱(유아인)의 빈자리를 대신하기도 하고, 유일한 동갑내기라 쓴소리도 할 수 있는 인물이다. 개인적으론 그런 대척점이 잘 보였으면 했다.

박주현 처음에는 윤희를 연기하는 데 별 걱정이 없었다. 거침없고 솔직한 면이 나와 굉장히 닮아서다. 그런데 텐션은 나보다 훨씬 높고 빵꾸패밀리의 홍일점이라 그 특색을 잘 살리고 싶었다. 그래서 평소보다 목소리 톤도 높게 잡았고 에너지도 훨씬 많이 썼다.

고경표 주현이가 이 역할을 해줘서 참 고마운 게, 홍일점이라는 설정 때문에 텍스트상 윤희가 클리셰로 표현될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주현이가 마냥 예뻐 보이려 하지 않고 팀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정말 잘 표현해줬다.

캐릭터를 위해 장비를 탄탄히 준비했더라. 고경표 배우는 DJ 박스를 집에 세팅해뒀다고.

고경표 DJ 소울스케이프가 지도해주었는데 무조건 많이 해보고 몸에 익어야 제스처가 자연스러워 보인다더라. 연습하다보니 흥미도 생기고 정식으로 배우고 싶어졌다. 요즘 사용하는 DJ 박스가 아닌 클래식 LP판으로 할 수 있는 장비를 구비했는데 쉽진 않다. 그래도 재밌다.

박주현 배우는 원래 바이크를 탈 줄 안다고 들었다. 작품을 위해 새로운 모델을 구비했다던데.

박주현 서킷에서 열심히 연습하고 돌아와서 내 바이크로 해보려니 모델이 달라서 쉽지 않더라. 그래서 촬영용 바이크와 최대한 비슷한 중고 모델을 샀다. 그런데 판매자 분이 “혹시 <서울대작전> 때문에 구매하시나요?”라고 묻더라. 맞다고, 그런데 이 바이크가 영화에 나오진 않을 것 같다고 하니 “그래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정말 좋은 분을 만난 거지. (웃음) 그 바이크로 연습하니 확실히 편했다.

빵꾸패밀리가 굉장히 가까워진 게 작품 안팎으로 느껴졌다.

고경표 사실 빨리 친해지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첫 만남 때 오버하기도 했다. 한데 그런 노력이 필요 없을 정도로 다들 성격이 잘 맞더라. 작품 하면서 이렇게 자주 모인 적이 없다.

박주현 저는, 아마 이 얘기 하면 또 웃을 텐데….

고경표 아, 대본을 손에 놓지 않는 분? (웃음)

박주현 공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대본을 놓고 있는 시간이 불안해서 그랬다. (웃음) 내 할 일을 잘해야 한다는 걱정이 컸다. 아무래도 신인이고 후배 입장이라 더 그랬던 것 같다. 그럴 때 선배들이 먼저 나서서 손을 뻗어줘 굉장히 고마웠다.

1988년이라는 시대 배경은 의상에서도 잘 드러난다. 윤희는 바이크 동호회 회장답게 라이더 재킷을 즐겨 입는다.

박주현 쇼트 팬츠와 탱크톱, 굉장히 과감한 의상들을 많이 시도하는 캐릭터다. 당시의 시대상을 고려했을 때 원하는 걸 자유롭게 입고 ‘나는 나다’라고 말하는 자체만으로도 캐릭터가 정확하게 들어왔다. 그 당당하고 자유로운 느낌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고경표 대단한 고증은 아닌데 당대 할리우드 배우 혹은 가수들의 힙한 스타일을 많이 참고했고 그래서 장발을 택했다. 우삼이 반항적인 이미지가 있으면서 멋도 부릴 줄 알고, 날것의 자연스러움을 가진 친구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당시 머리가 좀 짧아서 통가발을 제작했다.

박주현 아이템을 잘 매치해서 그렇지 가발만 쓰고 있으면 진짜 역사 선생님 같았다. (웃음) 촌스러움과 힙함과 올드 스쿨 그 사이를 오가며 스타일을 찾으려고 엄청 애썼다. 나시를 밖으로 빼입냐 넣어 입냐, 금목걸이를 하냐 마냐, 배우들끼리 서로 스타일링을 많이 봐줬다.

우삼과 윤희 모두 레이싱에 어울리는 믹스 테이프를 만들어준다. 배우 고경표와 박주현이 믹스 테이프에 들어갈 노래를 고른다면 무엇을 넣겠나.

박주현 브루노 마스, 앤더슨 팩, 실크 소닉이 부른 <Smokin Out the Window>가 생각난다. 이들의 표현력이나 자유로움, 올드 스쿨의 분위기가 좋다.

고경표 영화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턴>의 O.S.T도 우리 작품과 정말 잘 어울릴 것 같다. 힙합 그룹 N.W.A의 전기영화인데 천방지축 같으면서도 흑인으로서 받는 차별을 깨부수려는 래퍼들의 이야기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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