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인터뷰] ‘인생은 아름다워’ 배우 염정아, “빛나는 도전의 나날”
2022-09-28
글 : 조현나
사진 : 오계옥

손수 새우튀김을 튀겨 아들의 도시락을 싸고, 행여나 놓고 갈까 딸의 체육복을 꼼꼼히 챙긴다. 옷이 덜 말랐다는 남편 진봉(류승룡)의 성화에 곧바로 드라이기를 들고 셔츠의 습기를 말린다. 그렇게 묵묵히 가족을 뒷바라지하던 세연은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되지 않음을 깨닫고 첫사랑을 찾아 떠난다. 희망의 불씨를 함부로 꺼트리지 않는 그의 행보엔 노래와 춤이 자연스럽게 흘러든다. 염정아가 연기한 엄마 세연 캐릭터를 논할 때, “아갈머리”를 외치던 드라마 <SKY 캐슬>의 서진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서진과 상반된 형태의 사랑을 베풀며 자신의 삶을 찾아가는 세연을 통해 염정아는 또 한번 자신의 영역을 확장한다.

뮤지컬영화를 하고 싶다고 꾸준히 이야기하지 않았나. <인생은 아름다워>로 드디어 꿈을 이뤘다.

=워낙 뮤지컬영화를 좋아해서 여기저기 말하고 다니긴 했지만 정말 하게 될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우리나라에서 잘 만들어지지 않는 장르의 영화였으니까. 배우 생활을 하는 동안 할 수 있으려나 생각하며 막연히 꿈만 꿨는데 말로 표현하니 정말 이루어지더라. <라라랜드><맘마미아> 같은 로맨틱한 뮤지컬영화를 좋아하는데 우리 영화가 딱 그런 작품이다.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차치하더라도 <인생은 아름다워>는 마지막까지 밝은 에너지를 잃지 않는다. 주인공 세연이 무척 긍정적이라는 사실이 주요하게 작용한다.

=세연이 천성적으로 그렇긴 하다. 한편으론 그래서 더 슬픈 것 같다. 원래부터 우울하고 부정적인 사람이었으면 훨씬 덜 슬펐을 텐데. 세연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캐릭터다. 가족에게 최선을 다했지만 어느 순간 남편도 예전 같지 않고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과도 데면데면하고, 와중에 시한부 선고까지 받는다. 그래서 ‘내 인생에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언제였지’ 하고 고민하다 자신의 첫사랑을 떠올리고, 온전히 자기 자신으로 살았던 시절로 돌아가보게 된다.

과거 한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동탄맘’이란 별명을 얻은 적도 있다. 배우 염정아는 실제로 어떤 엄마인가.

=사랑이 많고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는 보통의 엄마. 직업이 배우라는 것 외에는 세연과 비슷하다.

연기와 춤, 노래 세 요소를 골고루 챙기는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준비 기간이 어떻게 되나.

=1년 정도. 촬영 전, 촬영 중간, 촬영 후에도 철저하게 연습하며 준비했다. 현장에서 가이드 녹음한 노래에 맞춰 춤추고 노래해야 해서 일찍부터 반주를 받아 노래 연습을 시작했다.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부터 노래 가사들을 읽고 많이 울었다고. 실제로 불러보니 어떤 노래가 가장 와닿던가.

=전부 좋았지만 마지막에 부른 <세월이 가면>을 꼽을 수 있겠다. 원곡자의 목소리가 워낙 터프하고 주로 가창력 좋은 가수들이 리메이크를 많이 한 곡이라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처음부터 가수처럼 잘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전문 뮤지컬 배우나 가수가 아니라 연기하는 사람이니까, 감정선을 따라가면 된다고 여기며 만들어갔다.

서울극장 앞에서 춤추는 장면이나 휴게소 신 등 여럿이 합을 맞추는 군무가 특히 어려웠을 것 같다. 영화를 볼 때 안무감독님이 지도하는 소리가 들리는 느낌이었다. (웃음)

=아휴~ 지독하게 했다, 지독하게. (웃음) 어딜 가나 춤을 추고 있었다고 보면 된다. 휴게소 신을 찍을 때 다리를 좀 다친 상태였다. 대전 세트장에서 촬영했는데 동네 정형외과에서 약을 타서 먹고 진통제를 맞아가며 촬영했다. 그래도 다행히 잘 마무리했다.

세연의 20대를 연기한 것도 신선한 경험이지 않았나.

=처음엔 CG의 도움 없인 못한다고 했다. (웃음) 목소리 톤을 평소보다 높게 잡아 연기했고 의상의 도움도 많이 받았다. 그 시절의 옷을 입고 ‘내가 20대다’ 하고 생각하며 연기했으니까. 의상팀이 가져오는 옷들마다 마음에 들었다. 언제 또 그런 걸 입어보겠나. 신혼여행 가서 입은 드레스는 좀 과했던 것 같지만, 그래도 장르에 맞게 귀여웠다. (웃음)

세연처럼 ‘내 생애 하고 싶은 일 리스트’를 작성한다면 무엇을 적고 싶나.

=사실 그런 걸 생각해본 적이 없다. 무언가를 꼭 하고 싶다는 목표를 두기보다 하루하루 열심히 살자, 지금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자, 이런 주의라서. 좀 현실적인 꿈을 말해보자면 애들이 점점 크고 있으니까 넷이서 길게 여행을 다녀올 수 있으면 좋겠다.

영화 <카트>로 인터뷰했을 당시 ‘현실에 발붙이고 있는 인물들이 편치 않다’는 말을 했더라. 지금은 어떤가. <카트> 이후로 <완벽한 타인>의 수현, <시동>의 정혜, 드라마 <클리닝 업>의 용미 그리고 세연까지 현실적인 인물들을 많이 맡아왔다.

=그런 캐릭터들을 정말 연기하고 싶었고, 지금은 많이 가까워졌다고 느낀다. 예전엔 내가 장르화된 캐릭터에 아주 적합한 배우라는 이미지가 있었는데 이젠 그런 것들이 많이 희석됐다고 체감한다. 계속 변화해나가고 싶다.

장르적으로도 다양한 시도를 꾀하고 있다. <인생은 아름다워>에선 뮤지컬을, <외계+인> 1부에선 신선 흑설 역으로 도술 액션에 도전했다.

=잘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겠지만 일단 도전 자체에 큰 쾌감을 느끼는 편이다. 그런데 마냥 무모하게는 못하고 내가 할 수 있겠다는 기준에 부합하는 작품 안에서 시도한다. <인생은 아름다워>와 <외계+인>은 전부 내가 재밌게 잘할 수 있겠다 싶은 거였다. <외계+인>은 와이어 액션도 많고 상상하며 연기해야 하는 부분들이 있어서 여러모로 새로웠고 <인생은 아름다워>는 다른 배우에게 갔으면 정말 너무 아까웠을 작품이다. 딱 내 나이에 만날 수 있었던, 행운 같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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