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우리(누벨바그)가 작가(auteur)라고 믿었지만 이젠 그렇지 않다. 이렇게 될 줄은 전혀 몰랐다. 필름은 끝났다.” (2011년 <가디언>) 끝났다고 말했지만 고다르는 이미 새로 시작하고 있었다. 시대는 어느덧 21세기를 가로지르는 중이었고 그에게도 남아 있는 시간이 많지는 않았다. 고다르는 곧 영화 역사상 최고의 3D영화 혹은 관점에 따라 그 정점이라 할 만한 <언어와의 작별>(2014)을 내놓는다. 1960년대에 프랑스영화의 새로운 물결이 처음 그랬던 것처럼, 이 나이 많은 은둔자는 21세기에도 여전히 영화에 혁명적 잠재력이 있다는 사실을 선명한 화질로 일깨워주었다. 마지막 작품인 <이미지 북>(2018)에 이르기까지 우리 관객은 무엇보다 쉬운 감상에 저항하는 법을 배웠다.
<씨네21>이 3주간 연속으로 준비한 장뤽 고다르 추모 비평 및 필모그래피 정리 기획은 김호영 교수와 김병규, 이지현, 김예솔비 평론가에 이어 김지훈 영화연구자가 보내온 글로 마무리한다. 지난 60여년 동안 총 90편 이상의 장·단편 극영화, 다큐멘터리, 비디오를 통해 극성맞을 정도로 생산적이었던 이를 위한 추모의 콜라주는 앞으로도 내내 역부족에 그칠 터다. 어렵거나 난해하게 느껴질지언정 언제나 감독의 뜻대로 성취되었기에, 고다르의 시네마는 영생한다. 그의 작업들은 앞으로도 영화가 젊음의 매체라는 믿음을 지탱시키는 긴요하고 희박한 증거가 될 것이다.
*이어지는 기사에 장뤽 고다르 추모 기획기사가 계속됩니다.